얼굴 사진 한 장으로 암 환자의 생존 위험과 신체의 노화 정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4천만장 이상의 얼굴 이미지를 학습한 AI 모델이 실제 나이뿐 아니라 생물학적 노화 수준과 암 환자의 생존율까지 분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에 따르면, 연구진은 대규모 얼굴 이미지로 학습한 AI 모델 'FAHR-페이스(Found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for Health Recognition)'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나이와 암 환자의 생존 위험을 예측하는 두 가지 도구를 만들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학술지 '랜싯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에 게재됐다.
FAHR-페이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도구는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FAHR-페이스에이지'와 암 환자의 생존 위험을 예측하는 'FAHR-페이스서바이벌'이다. 두 모델은 같은 기반 기술을 사용하지만 각각 다른 건강 정보를 포착하도록 설계됐다.
FAHR-페이스에이지는 얼굴 사진을 분석해 신체의 생물학적 노화 수준을 추정한다. 실제 나이와 추정 나이의 평균 절대오차는 5.1년이었다. 실제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살펴 환자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해당 모델이 기존의 연령 추정 알고리즘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얼굴 나이 편차가 클수록 생존율이 낮은 경향도 나타났다. 실제 나이보다 5년 이상 늙어 보이는 환자는 5년 미만 차이를 보인 환자보다 생존 위험이 21% 높았다.
반대로 실제 나이보다 5년 이상 젊어 보이는 환자는 비교 집단보다 생존 위험이 17% 낮았다. 이 결과는 환자의 실제 나이와 성별, 인종·민족, 암 발생 부위, 치료 목적, 치료 연도, 방사선 치료 기법 등을 고려한 분석에서도 유의하게 나타났다.
FAHR-페이스서바이벌은 얼굴 사진에서 암 환자의 생존 위험과 관련된 특징을 학습해 생존율을 직접 예측한다. 이 도구가 산출한 위험 점수는 암의 진행 상태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생존 분석에서도 위험 점수가 높을수록 생존 확률이 낮았다. 연령과 성별, 인종·민족, 암 발생 부위, 치료 목적, 치료 연도, 방사선 치료 기법 등을 보정한 분석에서 위험 점수가 0.1 높아질 때마다 사망 위험은 1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0일 이내 사망률에서도 위험 점수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점수가 0.9~1.0인 환자 122명 가운데 64명(52.5%)이 90일 이내에 사망했다. 반면 점수가 0.0~0.1인 환자 975명 중 같은 기간 사망한 환자는 20명(2.1%)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얼굴 사진만으로 암 환자의 생존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제시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두 도구의 예측 결과는 서로 연관성이 크지 않았지만, 각각 생존율과 독립적인 연관성을 보였다. 두 지표를 함께 적용했을 때는 외부 암 환자 검증 집단에서도 생존 예측 모델의 적합도가 개선됐다. 생물학적 나이와 생존 위험을 함께 살펴보면 얼굴 사진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 관련 정보가 서로 보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두 모델이 얼굴의 서로 다른 부위를 활용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FAHR-페이스에이지는 팔자주름과 눈 바로 위의 이마 부위, 관자놀이 등에 주목했다.
반면 FAHR-페이스서바이벌은 눈 아래와 콧대 주변의 특징을 주로 분석했다. 생물학적 노화 정도를 추정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얼굴 특징과 암 환자의 생존 위험을 예측할 때 활용되는 특징이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얼굴 사진을 촬영하는 환경이 달라져도 모델이 비교적 일관된 결과를 내는지 검증했다. 사진의 각도와 조명, 표정, 화장 여부 등 실제 촬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차이에도 FAHR-페이스에이지의 결과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대부분의 성형수술 이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코 성형 후에는 일부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생활 습관과 얼굴의 생물학적 노화 사이에서도 연관성을 확인했다. 과도한 음주와 약물 사용, 흡연은 생물학적으로 더 늙어 보이는 현상과 관련이 있었다. 특히 흡연과의 연관성이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현재 흡연자는 금연자보다, 금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늙어 보이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를 이끈 레이먼드 맥 매사추세츠 종합 브리검 암 연구소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이자 인공지능 의학(AIM) 프로그램 교수진은 얼굴 사진을 활용한 건강 평가의 임상적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의사들은 방사선 치료, 수술 또는 전신 치료와 같은 집중 치료를 권장하기 전에 환자의 신체적 예비력과 허약함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목표는 얼굴 사진 기반 건강 평가를 더욱 정량적이고 일관성 있으며 확장 가능하게 만들어 의사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치료 결정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몇 가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분석에 사용된 암 환자 자료가 주로 고소득 국가 의료기관에서 수집돼 다른 지역이나 질환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인종과 민족, 연령 집단에 따른 데이터 편향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연구진은 다양한 환자 집단에서 모델을 검증하고 기존 예후 평가 도구와 함께 활용했을 때 임상적 이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전향적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모델을 추가로 검증하고 다양한 인구 집단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페이스에이지 연구(FaceAge Research Study)'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기관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참여자는 연구 웹사이트에서 얼굴 사진을 업로드하고 자신의 페이스에이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제공된 데이터는 연구진이 AI 기반 얼굴 노화 및 건강 측정 방법을 더 크고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 개선하고 검증하는 데 활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