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상표 등록 과정서 종이 등록증 못 받아 불만
4년 전에도 방화 시도한 전력 있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이 경찰에 압송되며 특허법인에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해외 상표 등록 과정에서 종이 등록증을 받지 못하자,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훔쳐갔다고 의심하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20일 오후 6시15분쯤 서울 수서경찰서로 압송됐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자신이 준비해 온 종이를 펼쳐 보이며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A씨가 내보인 종이는 특허법인 측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출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문자에는 온라인으로 보낸 서류를 등록증으로 보면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앞서 해외 국가에 상표 등록을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법인 측은 해당 국가에서는 온라인 등록증만 발급된다고 안내했지만 A씨는 별도의 종이 등록증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변리사가 자신의 상표를 가로챘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법인에 악감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2000년쯤 특허를 냈는데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범행 준비 기간을 묻자 "한 3일 됐다"고 밝혔고,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했다.
A씨의 범행 전 준비 정황이 포착된 폐쇄회로(CC)TV도 발견됐다.
A씨는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주거지 인근에서 인화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통 2개를 양손에 들고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해당 통을 들고 역삼동 신명빌딩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CCTV에 담겼다.
A씨는 오전 11시54분쯤 신명빌딩 3층에 불을 지른 데 이어 7분 뒤인 낮 12시1분쯤 약 200m 떨어진 한양빌딩 4층에도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두 건물에는 모두 특허법인이 입주해 있었다.
범행 후에는 현장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동대문구 일대로 이동한 뒤 지하철을 이용해 동묘앞역까지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의 동선을 추적한 끝에 화재 발생 약 4시간 만인 오후 4시16분쯤 동묘앞역 인근에서 긴급체포했다.
A씨가 이번에 불을 지른 두 건물을 찾아간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2022년에도 두 건물에서 방화를 시도하려 한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과거 사건과 이번 방화가 특허 관련 갈등에서 비롯됐는지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화재로 두 건물에서 총 19명이 피해를 입었다.
신명빌딩에서는 특허법인에서 근무하던 변리사 1명이 복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행히 자발순환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근무하던 남편도 화재 당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신명빌딩에서는 9명이 부상을 입고 60여명이 스스로 대피했다.
한양빌딩에서는 8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3명은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다. 나머지 5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양빌딩 화재는 낮 12시35분쯤 완전히 꺼졌다. 신명빌딩은 오후 1시12분쯤 큰 불길을 잡은 뒤 오후 2시20분쯤 진화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