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라던 '코스피 5000' 화살표, 뒤집혔나?…"조만간 필요한 조치" 다음 날 3% 넘게 급락 [금주의 이슈]

입력 2026-10-20 17:59: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佛 정치불안·美 장기금리·AI 우려 등 매크로 악재가 직접 원인
대통령 발언과 급락 인과관계 없지만…정책 기대도 '하방 안전판' 역할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해 "조만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로 다음 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3%대 급락했다.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5.27포인트(3.73%) 내린 5552.7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거래일간 상승한 213.79포인트를 하루 만에 모두 반납하고도 더 떨어졌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26.92포인트(3.33%) 내린 781.97로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날인 19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과 관련해 추가 정책 대응을 예고하고 이튿날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 발언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볼 근거는 없다.

다만

'대통령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하락세를 피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李 "조만간 종합보고 받고 필요한 조치"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주식시장 상황에 대해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며 "조만간 종합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이 크게 감소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만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많이 오르면 조정이 불가피하고, 어느 수준인지는 누구도 모른다"며 "과거와 다르게 정부가 금융시장이나 증권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하며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산업·경제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단기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제도적 대응을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에 가까웠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 식당을 찾아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 식당을 찾아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뒤 다시 '파란불'…개인은 사고 외국인·기관은 팔았다

문제는 그 다음 날 시장이었다. 20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5% 가까이 밀리는 등 다시 거센 매도 압력을 받았다. 코스닥 역시 3% 안팎 떨어졌다.

특히 수급에서 개인과 외국인·기관의 방향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개인은 코스피에서 1조7000억원 넘게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에서도 개인이 4000억원 이상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 우위를 보였다. 흔히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대거 받아낸 셈이다.

더욱이 전날인 19일 코스피는 장 초반 3% 넘게 급락했다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히려 1.76% 상승한 5768.0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1.78% 반등했다. 이에 다음날 반등세 굳히기가 기대됐지만 하루 만에 수급 방향이 다시 뒤집힌 것이다.

◆실은 佛 불안·美금리·AI 우려 겹쳐

악재는 해외에서 먼저 나왔다. 프랑스의 정치·재정 불안이 유럽 금융시장에 부담을 줬고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여기에 AI 산업을 둘러싼 막대한 투자 규모와 향후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부각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주에도 매도 압력이 가해졌다. 20일 오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고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순매도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폭이 커졌다.

특히 국내 증시는 10월 들어 AI 투자 수익성 논란과 외국인 자금 이탈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상대적으로 큰 조정을 받아왔다. 따라서 "대통령이 주식시장 대책을 말했더니 다음 날 폭락했다"는 식으로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것은 사실과 꽤 거리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말'=중요한 시장 재료

그래도 대통령의 '말'은 시장의 큰 재료다. 직접 개입을 한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이나 금리뿐 아니라 앞으로 나올 정책까지 미리 가격에 반영한다.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세제 개편, 자사주 제도 개선, 배당 확대 같은 정책을 예고하면 실제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관련 기업과 업종의 주가가 움직이는 일이 흔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발언 역시 시장에서는 하나의 재료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상법 개정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강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돼왔다.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조만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내용과 강도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일 시장에서는 그런 기대가 외국인 매도와 해외 악재를 상쇄할 정도로 강하게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과거엔 정책 기대만으로도 움직였다…이번엔 왜?

과거에도 정부 정책의 세부 내용이 나오기 전부터 시장이 먼저 반응한 사례는 적지 않았다. 밸류업 정책이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부각될 때 금융·지주·저PBR 종목들이 움직였고, 세제 개편이나 주주환원 강화 방침이 알려졌을 때에도 실제 시행에 앞서 관련 종목에 기대가 반영됐다.

즉 시장에 필요한 것은 반드시 당장 투입되는 공적자금 같은 직접 부양책만은 아니다. 무엇을, 언제, 어느 강도로 바꿀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 자체가 시장을 떠받치는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19일 발언은 "조만간" "필요한 조치"라는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정책수단이나 발표 시기는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정부가 개별 주가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시장 입장에서는 '정부가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는 받았지만 당장 투자 판단을 바꿀 정도로 구체적인 재료는 아니었다고 분석할 수 있는 셈이다.

2025년 5월 29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서초구·강남구 유세에서
2025년 5월 29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서초구·강남구 유세에서 '코스피 5000 시대'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경제회복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당시에는 5000을 향해 올라가는 화살표였지만, 공교롭게도 20일 급락장에서는 5000선 쪽으로 내려가는 장면처럼 보이는 묘한 대비도 연출됐다. 설마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말한 "많이 오르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장면이 현실화되는 중일까? 연합뉴스

◆"물린 분들 최소화" 말한 다음 날…개미 1조원대 순매수

공교로운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개인투자자의 손실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언급하며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다가 소위 물린 분들이 많지 않나. 그런 상황을 최소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1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 순매수 자체를 손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장중 저점에서 매수했거나 향후 반등으로 수익을 낼 수도 있고, 아직 매도하지 않았다면 손실 역시 확정된 것이 아니라 평가손실에 불과하다.

다만 "물린 투자자를 최소화하겠다"는 대통령 발언 바로 다음 거래일에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량을 대거 받아내는 장면이 연출됐다는 점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하루 만에 3%대 급락한 만큼, 전날까지 이미 '물려 있던' 투자자 가운데 상당수는 손실을 회복하지 못했거나 평가손실 폭이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급락장에서 새로 매수한 개인까지 대거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예고한 "조만간 필요한 조치"가 실제로 어떤 내용으로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20일 장 마감만 놓고 보면, 대통령이 걱정했던 '물린 분들'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더 늘었을 가능성부터 떠올리게 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