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도 필요한 만큼 사 먹는다"…김장철 앞두고 달라진 소비 풍경

입력 2026-10-22 14: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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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보쌈집·김치 전문점 인기…외식업체도 업종 전환
소용량 김치 거래액 39%↑…양념값·노동 부담 영향

19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보쌈 전문점
19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보쌈 전문점 '보쌈김씨' 앞에서 시민들이 보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김치를 직접 담그기보다 필요한 만큼 사 먹는 소비가 확산하면서 보쌈과 겉절이 김치를 함께 판매하는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9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보쌈집. 오후 3시50분 아직 문을 열기도 전이지만 가게 앞에는 보쌈을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선다. 이들이 기다리는 건 1만5천900원짜리 보쌈 한 세트. 생고기 600g을 사용한 수육에 갓 버무린 겉절이 김치까지 푸짐하게 담아준다. 개업 초기에는 한 시간 반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몰렸고, 요즘도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장철이면 갓 담근 김치에 수육을 곁들이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김치를 직접 담그고 고기를 삶는 대신 필요한 만큼 사 먹는 소비가 확산하면서다. 전통시장부터 대형마트, 온라인몰까지 김치 구매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담가 오래 먹던 방식에서 벗어나 취향과 소비량에 맞춰 구매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문을 연 '보쌈김씨'는 목전지와 김치를 1만5천900원에 판매한다. 삼겹살과 목전지를 함께 맛볼 수 있는 1만7천900원짜리 섞어 세트가 가장 인기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30~40㎏의 배추를 사용해 즉석에서 겉절이를 버무린다. 김치만 따로 찾는 손님도 있어 별도 판매를 검토 중이다.

19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보쌈 전문점
19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보쌈 전문점 '보쌈김씨'에서 직원이 갓 버무린 겉절이 김치를 포장하고 있다. 김치를 직접 담그기보다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소비가 늘면서 보쌈과 김치를 함께 판매하는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주 김용민(38) 씨는 "어르신들도 이제는 직접 김장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장사를 시작했다"며 "가구 규모가 작아지면서 집에서 김치를 담그는 일이 줄고, 김치 전문점이나 반찬가게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외식업체도 보쌈·김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구에서 선술집과 라멘집을 운영하던 '간바레마스터'는 지난 9월 16일 보쌈 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약 두 달간 메뉴를 개발한 끝에 보쌈과 겉절이 김치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직접 만든 김치도 기본맛 8천원, 매운맛 9천원에 하루 50통 한정으로 별도 판매한다.

간바레마스터 업주는 "보쌈고기도 중요하지만 김치가 매장의 경쟁력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치 자체를 찾는 손님들도 있어 맛과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치를 사 먹는 소비는 전통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는 매운맛을 단계별로 선택할 수 있는 실비김치부터 총각김치, 갓김치 등 다양한 김치를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다. 서문시장에서 김치를 구매하던 주부 이선민(35) 씨는 "예전에는 친정엄마한테 김치를 받아먹었는데 이제는 엄마도 김장을 하지 않으신다"며 "시장에 나올 때마다 조금씩 사거나 인터넷에서 소포장 김치를 주문해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년 소비자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 전망'에 따르면 직접 김장을 하겠다는 비율은 62.3%로 전년(64.5%)보다 2.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상품김치를 구매하겠다는 비율은 29.5%에서 32.5%로 3.0%포인트 높아졌다. 상품김치를 구매하려는 이유로는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어서'(39.5%), '김치를 담그기 번거로워서'(33.1%) 등이 꼽혔다.

20일 대구 서문시장의 한 김치 판매점에서 상인이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김치를 직접 담그기보다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소비가 늘면서 전통시장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20일 대구 서문시장의 한 김치 판매점에서 상인이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김치를 직접 담그기보다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소비가 늘면서 전통시장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소용량 포장김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컬리의 올해 7~9월 포장김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특히 100g~1㎏대 제품은 39% 증가해 2~4㎏대(26%), 5~10㎏대(18%) 제품의 증가율을 웃돌았다. 롯데마트의 올해 1~9월 포장김치 매출도 5% 늘었고, 이마트의 1㎏ 이하 소용량 포장김치 매출은 6.6% 증가했다.

김장 양념 재료비 상승과 직접 김치를 담그는 데 드는 수고도 소비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새우젓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당 2만269원으로 전년보다 32.5% 올랐다. 멸치액젓도 1㎏당 6천268원으로 3.0%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