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 스마트워치 지급받은 60대 여성 피습…전남편 '살인미수' 긴급체포

입력 2026-10-19 17: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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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분당서 스마트워치 지급받은 60대 여성 피습…전남편
경기 성남 분당서 스마트워치 지급받은 60대 여성 피습…전남편 '살인미수' 긴급체포. 연합뉴스

경찰에 신변보호를 신청하고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은 60대 여성이 불과 사흘 만에 전남편의 공격을 받아 크게 다쳤다.

최근 제주와 전주 등에서 신고·접근금지·보호조치 이후에도 피해자가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또다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19일 살인미수 혐의로 A(60대)씨를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출근하려는 순간 집 안으로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8시 5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전처 B(60대)씨의 집을 찾아가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출근하려던 B씨가 문을 열자 집 안으로 밀고 들어가 공격한 혐의를 받는다.

B씨 가족은 현관문에 자체 설치한 CCTV를 통해 A씨가 집에 들어갔다가 오전 8시 23분쯤 빠져나가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후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오전 8시 30분쯤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거실에서 쓰러져 있는 B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시 B씨는 의식은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후 서울로 달아났다. 경찰은 최초 신고 당시 B씨 딸로부터 "아버지가 둘째 이모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진술을 듣고 서울 경찰에 공조와 보호조치를 요청했다. 이어 서울 경찰은 오전 10시 19분쯤 중랑구에 있는 B씨 언니의 집 앞에서 A씨를 발견해 긴급체포했다. 당시 A씨는 흉기를 소지한 채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씨 언니는 무사했다.

◆사흘 전 직접 경찰 찾아갔다…스마트워치·순찰 조치

B씨가 위험을 느껴 경찰서를 찾은 것은 불과 사흘 전인 지난 16일이었다. B씨는 딸과 지인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 "3년 전 이혼한 전남편이 집에서 가족끼리 식사 한번 하자는 전화를 해 불안하다"며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A씨는 중동 지역에서 원전 관련 일을 하다 올해 7월쯤 귀국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사전 연락 없이 B씨 집 앞으로 찾아와 "가족끼리 모이자"고 요구했고, 나흘 뒤인 16일에도 전화해 자녀들과 함께 만나자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상담 과정에서 결혼생활 당시 A씨가 물건으로 머리를 때려 다친 적이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혼 이후 협박이나 반복적인 연락 등 구체적인 범죄 피해 진술은 없었고, 두 사람 사이에 이전 스토킹·가정폭력 관련 112 신고 이력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정식 사건 접수와 A씨에 대한 경고조치, 임시숙소 제공, 주민등록 열람 제한 신청 등을 안내했다. 그러나 B씨 측은 A씨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식 사건 접수와 경고조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A씨에 대한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은 지난 1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B씨를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자로 지정했다. 스마트워치 지급과 주거지 일대 112 연계 순찰도 시행했다.

B씨는 이후 지인의 집과 서울 친척집 등에 머물다가 출근을 위해 전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 날 아침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범행 당시 스마트워치 긴급호출은 없었다. 경찰은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A씨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B씨가 버튼을 누를 시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에선 스마트워치 착용하고도…전주선 접근금지 뒤 피살

최근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됐다.

지난 12일 제주에서는 경찰 안전조치를 받고 있던 40대 여성이 과거 교제했던 60대 남성에게 살해됐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스토킹·성폭력·교제폭력 등으로 남성을 모두 4차례 신고했고, 지난 9월에는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공격으로 스마트워치를 통한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14일 전주에서는 법원으로부터 스토킹 잠정조치 1~3호를 받은 70대 남성이 별거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해당 조치에는 스토킹 행위 중단 서면경고와 피해자 주변 100m 이내 접근금지, 전화·문자 등 연락금지가 포함돼 있었지만, 그럼에도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 9월 강릉에서도 사실혼 관계였던 옛 연인을 스토킹한 정황이 있던 70대 남성이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최근 사례들을 놓고 보면 '신고했다' '접근금지가 내려졌다'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적인 한계가 반복해서 드러난다.

물론 이번 분당 사건을 두고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피해자가 정식 사건 접수와 가해자 경고를 원하지 않았고, 이전 112 신고 이력이나 구체적인 스토킹 피해 진술도 없었던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경찰도 상담을 맡았던 경찰관 등을 상대로 초기 위험성 판단과 보호조치 과정에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사건들은 보호수단 자체의 한계를 보여준다.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직접 작동시킬 시간이 있어야 하고, 접근금지 역시 가해자가 명령을 준수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친밀한 관계 폭력에 관한 해외 연구에서는 이별·별거, 스토킹, 살해 협박, 폭력 전력, 흉기 사용이나 위협, 통제 행동 등이 치명적 범죄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반복해서 지목돼왔다. 미국 등에서 활용되는 '위험도 평가'(Danger Assessment) 역시 이런 요소들을 하나씩 따로 보지 않고 겹쳐 나타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