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박중양의 글씨 소장품
전시에 '셀프 출품' 논란 이어
부인이 기증한 '석호상' 등 조각
홈페이지 게시하지 않고 전시
문화계 "수장으로서 부적절" 지적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과 관련한 잇따른 논란에 문화계 안팎에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셀프 출품' 논란에 이어, 자신의 부인이 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전시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 관장의 부인이 조선시대 '돌 호랑이' 조각 2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지 넉 달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유물을 홈페이지에 게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물관법 시행규칙을 어긴 것이다.
유 관장 부부는 지난 4월 30일 각 2건의 유물을 박물관에 동시에 기증했는데, 유 관장의 것만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유 관장 부인이 기증한 작품 중 하나인 '석호상'은 6월부터 박물관 열린마당 계단 위에 전시되고 있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애국지사의 글씨로 소개했다가 친일파 박중양의 유묵으로 확인돼 철거한 유물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물관은 한 특별전시에 충북 보은 출신 박원근 애국지사의 글씨라며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 유묵을 전시했으나, 유족의 문제 제기로 해당 유묵을 철거했다. 이어 재검증을 통해 이 유묵이 한때 박원근이란 이름을 썼던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최근 박물관은 해당 작품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고, 관장 추천으로 전시회에 포함됐다고 밝히며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유 관장은 2019년 경매에서 5만원을 주고 해당 작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유 관장은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에 내놓으며 작성한 출품동의서와 인수증에, 마치 다른 사람의 작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름과 사인 옆에 '대(代)' 자를 적기도 했다.
문화계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K-컬처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한창인 때에 박물관이 관리하는 문화유산에 대한 신뢰를 크게 무너뜨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준모 평론가(박물관학·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했었다는 타이틀을 가진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은 가치 판단에 있어 큰 차이가 나게 돼있다"며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에 내놓으며 '대(代)' 자를 적은 것도 의아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는 유물 소장부터 관리까지 박물관과 종사자가 지켜야 할 윤리강령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그에 따른 규정이 미흡한 편이다. 또한 유 관장이 학문적으로는 밝지만, 법률·행정·박물관학 등 관장으로서의 전문성과 윤리를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박물관이라는 하나의 덩어리에는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는데, 특정 분야를 잘 안다고 해서 전체를 맡겨버리는 우리나라의 인사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