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지방하천 따라 확산, 농경지까지 위협…한 포기당 종자 400~500개 생산
경북도·구미·안동·예천 등 제거 총력전…끈질긴 번식력에 국가 차원 장기 방제 절실
19일 오전 경북 김천의 한 농로. 좁다란 농로에서 논으로 이어지는 비탈면은 온통 초록빛 가시박 덩굴로 뒤덮여 있었다. 주변 풀과 나무를 휘감고 자란 가시박은 비탈면을 따라 빈틈없이 퍼져 있었다. 특히 높이 5m 남짓한 전봇대는 지지선을 타고 올라간 가시박에 휘감겨 거대한 초록색 괴물을 연상케 했다. 덩굴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 전봇대의 형체마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근 농공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도와 맞닿은 비탈면 곳곳을 가시박이 점령했고, 공장 외벽에 설치된 전선을 타고 건물 위쪽으로 뻗어 오르는 덩굴도 눈에 띄었다.
농민 김기수(72) 씨는 "몇 해 전부터 어딜 가나 저 앉은뱅이 초록식물(가시박)이 지천을 뒤덮고 있다"며 "가을철 나무와 농작물 등도 통째로 뒤덮어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경북의 산과 들이 생태계교란 외래식물인 가시박의 습격을 받고 있다. 낙동강변과 지방하천, 도로변은 물론 농경지와 야산 주변까지 덩굴이 뻗어나가면서 토종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북아메리카 원산인 가시박은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2009년 환경부가 생태계교란 식물로 지정했다. 줄기가 최대 8m까지 자라 주변 식물을 뒤덮고 햇빛을 차단해 생육을 방해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한 포기에서 400~500개의 종자를 생산할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피해는 농경지로도 번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4년 경북 안동의 논에 가시박이 침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강물을 따라 이동한 종자가 하천변과 제방에 정착한 뒤 주변 농경지까지 퍼지면서 농작물에 적잖은 피해를 일으켰다.
경북도와 일선 시·군도 가시박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구미시는 올해 '생태계교란 식물(가시박) 제거사업'을 벌였다. 안동시도 지난해 가시박 제거 기동대 12명을 투입한 데 이어 송야천 제방 15㎞ 구간에서 가시박 제거를 진행했다.
예천군도 2024년부터 하천변 가시박 군락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올해는 환경단체와 함께 어린 개체를 뿌리째 뽑는 작업을 실시하고 후속 예초 작업을 실시했다.
경북도는 제도적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경북도의회에서는 생태계교란 생물 관리계획을 5년마다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개정이 추진됐다. 단순 제거를 넘어 실태조사와 기술개발, 지속적인 방제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가시박의 강력한 번식력에 한계도 뒤따른다.
땅속에 남은 종자가 이듬해 다시 발아하는 탓에 한두 차례 제거만으로는 퇴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도 2016년부터 매년 방제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기존 제거 지역에서 가시박이 재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접근과 근본적인 방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기창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 박사는 "가시박은 종자가 맺히기 전인 5~8월 집중 방제와 수년에 걸친 반복 제거를 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정확한 서식 면적 조사와 연차별 제거 실적 관리, 지속적인 예산 투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