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과 실증선 확보 협력…해외 기술 의존도 낮추고 원가·기술 경쟁력 강화 추진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극저온용 신소재 고망간강을 앞세워 K-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선박 연료탱크에 적용해 온 고망간강을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화물창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은 LNG 화물창 시장에서 국산 소재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포스코는 지난 15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이희근 포스코 사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망간강 화물창 실증선 확보를 위한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플로우도 참여해 실증선 확보와 운용을 지원한다.
양사는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고망간강 화물창을 탑재한 실증선을 건조하고 실제 운항 환경에서 안전성과 내구성, 운용 효율을 검증할 계획이다. 글로벌 선주사들이 신소재를 채택하려면 실제 운항 실적이 필요한 만큼, 실증을 통해 상용화와 해외 수주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력은 국내 조선업계의 원가·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NG 화물창은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고망간강의 성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국내 조선업계가 차별화된 소재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연료탱크 넘어 대형 화물창으로…소재 수요 확대 기대
고망간강의 화물창 적용은 소재 수요 확대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선박 자체 연료를 저장하는 LNG 연료탱크에는 선박 1척당 약 1천톤(t)의 소재가 사용되지만, 해외로 운송할 LNG를 대량 저장하는 화물창에는 1만t 이상의 소재가 필요하다. 화물창 적용이 본격화하면 고망간강의 사용 규모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고망간강은 영하 163도 이하의 극저온에서도 강도와 충격인성을 유지하는 포스코 독자 기술 기반의 특수강재다. 기존 LNG 화물창에 주로 사용되는 고가의 니켈 합금강인 인바(INVAR)와 비교해 매장량이 풍부한 망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과 소재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설계 유연성과 생산성도 장점이다. 선주사의 요구에 따라 LNG의 기화율을 낮춘 설계부터 경제성을 고려한 설계까지 적용할 수 있다. 액체 화물이 출렁이며 화물창 벽면에 충격을 주는 슬로싱(Sloshing) 현상에 대한 운항 제약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화물창을 별도로 제작해 선박에 탑재하는 독립형 구조를 적용할 수 있어 조선소의 건조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소재의 원가 경쟁력에 더해 설계와 건조 과정에서의 효율성까지 확보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새로운 소재가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려면 운항 환경에서 안전성과 내구성, 운용 효율을 입증해야 한다. 이번 실증 사업은 고망간강 화물창의 운항 실적을 확보해 글로벌 선주사들의 소재 채택과 향후 수주로 이어질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포스코 소재·트레이딩·물류 역량 결합…차세대 에너지 수송으로 확대
포스코는 고망간강의 상용화를 위해 육상 설비와 선박 연료탱크 등에 적용 실적을 쌓아 왔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2017년 기술투자본부장 당시 광양 LNG터미널 5호기에 고망간강을 적용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해당 설비는 2019년 준공돼 실증을 거쳤다.
2020년 포스코 사장 재임 당시에는 선박 분야로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 한화오션 경영진을 만나 소재의 안전성과 적용 타당성을 설명했다. 이후 포스코가 발주한 석회석 운반선에 고망간강을 처음 적용했으며, 2021년에는 한화오션의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의 LNG 연료탱크에도 적용했다. 2026년 현재 고망간강은 LNG 연료탱크 등을 포함해 누적 51척의 선박에 적용됐다.
이번 사업에는 포스코의 소재 개발 역량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트레이딩·터미널 운영, 포스코플로우의 물류 역량도 결합된다. 포스코그룹은 소재 개발부터 LNG 유통과 물류까지 이어지는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관련 시장에서 시너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고망간강의 적용 범위도 LNG 화물창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양사는 이번 실증을 발판으로 LNG 벙커링선과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등 해상 에너지 설비로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나아가 수소·에탄·암모니아 등 다양한 화물 운송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혀 극저온 화물 운송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포스코의 독보적인 고망간강 기술력은 K-조선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병기가 될 것"이라며 "액화천연가스 화물창을 시작으로 친환경 선박 소재 시장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양사의 기술 역량을 결집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춘 화물창 솔루션을 제공하고 다양한 저온 화물 운송 분야로 적용을 넓혀 글로벌 시장에서 한화오션의 기술력을 각인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