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규모 9.9' 日 전역 긴장시킨 오보…진짜였다면 도호쿠 대지진 20배 넘는 에너지

입력 2026-10-16 16:59:00 수정 2026-10-16 18: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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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는 규모 6.9 지진

16일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 규모 6.9 지진 발생 위치. 일본기상청
16일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 규모 6.9 지진 발생 위치. 일본기상청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일본기상청이 지진 규모를 한때 9.9로 잘못 추정해 동일본 광범위한 지역에 긴급 지진 속보를 발령했다가 약 8분 만에 취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일본기상청은 16일 낮 12시 40분께 홋카이도에서 도호쿠, 간토, 호쿠리쿠, 도카이, 이즈 제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강한 흔들림이 예상된다며 긴급 지진 속보를 발령했다.

당시 일본기상청이 추정한 지진 규모는 무려 9.9였다. 경보 대상 지역 주민들의 휴대전화에는 일제히 긴급 알림이 울렸다.

그러나 약 8분 뒤 상황은 뒤집혔다. 일본기상청은 긴급 지진 속보 자체를 취소하는 알림을 다시 발송했고, 지진 규모도 6.9로 대폭 수정했다.

긴급 지진 속보 경보를 발령했다가 전면 취소하는 것은 일본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전해졌다.

◆'쿠릴열도 규모 9.9'로 과대 추정…원인은 조사 중

일본기상청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일본기상청은 당초 지진의 진원을 쿠릴열도(지시마열도)로 특정하고 규모를 9.9로 과대 추정한 것이 잘못된 경보의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왜 규모가 9.9까지 비정상적으로 크게 계산됐는지는 현재 조사 중이다.

최근 일본 내 여러 기관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이 잇따른 것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에비타 아야타카 일본기상청 지진·쓰나미 감시과장은 시스템 담당자로부터 확인한 결과 "사이버 공격은 없다"고 밝혔다.

16일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 규모 6.9 지진 발생 위치. 한국 기상청
16일 러시아 캄차카반도 인근 규모 6.9 지진 발생 위치. 한국 기상청

◆실제 일본 흔들림은 하코다테 '진도 1'…쓰나미 우려도 없어

실제 일본에서 관측된 흔들림은 경보 내용과 큰 차이가 있었다.

일본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홋카이도 하코다테에서 진도 1이 관측됐을 뿐, 일본 내 다른 지역에서는 강한 흔들림이 확인되지 않았다. 쓰나미 우려도 없었다.

그러나 이미 넓은 지역에 긴급 경보가 발령된 뒤여서 시민 혼란은 피하기 어려웠다.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X(엑스, 구 트위터)의 타임라인이 일시적으로 표시되지 않거나 야후 검색 접속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온라인에서는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지만 원인은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사이버 공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런 오보는 민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 규모 6.9의 지진은 발생했지만, 일본 전역을 긴장시킨 '규모 9.9'라는 숫자는 관측된 지진 자체가 아니라 일본기상청의 잘못된 초기 추정치였던 셈이다.

◆정말 규모 9.9였다면?…도호쿠 대지진의 20배 넘는 에너지

그렇다면 일본기상청의 최초 추정처럼 실제 규모 9.9 지진이 발생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규모는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니다. 지진 규모가 1 커질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32배 증가한다. 규모 9.9는 이번에 실제 발생한 규모 6.9 지진보다 에너지로 약 3만1600배 크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규모 9.0과 비교해도 약 22배에 달한다. 인류가 계기로 관측한 최대 지진인 1960년 칠레 대지진 규모 9.5보다도 약 4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수준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전 세계에서 약 110년간 발생한 모든 지진의 방출 에너지를 합친 규모가 대략 9.95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규모 9.9라는 숫자가 현실에서 얼마나 극단적인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비교다.

특히 캄차카반도와 쿠릴열도는 태평양판이 섭입하는 거대한 지진대다. 만약 이 일대에서 실제 규모 9.9의 초거대 해저지진이 발생한다면 일본에 미치는 영향은 흔들림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쓰나미 위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본 방재기관들도 대규모 해저 단층 파열을 전제로 쓰나미의 전파 방향과 도달시간, 연안 최대 높이 등을 계산하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규모 9.9 발생 시 일본 전역에 몇 m의 쓰나미 발생' 식으로 단순 계산을 할 수는 없다. 실제 피해는 진원의 깊이와 위치, 단층이 파열된 방향과 길이, 해저의 변위량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