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8거래일 연속 순매도…보유 비중 5개월여 만 최저
개인, 국내 주식 12조원 순매도…미국 주식 매수세도 둔화
예탁금 100조원 하회·반대매매 급증…"수급 불안 심화"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수급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지속적으로 팔아치우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대기자금마저 줄어드는 모습이다.
증시 주변 자금의 흐름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지속 가능성과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의 반등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449.52포인트(20.7%) 급락했다. 코스닥도 132.47포인트(14.8%) 떨어지면서 양대 시장이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장기간 이어진 상승세가 꺾인 가운데 투자 주체들의 매도세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이탈은 국내 증시의 수급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8.53%로 집계됐다. 지난 6월 25일 코스피가 최고점을 기록했을 당시 41.56%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0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실제 매매에서도 외국인의 매도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전일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7677억 원을 순매도하며 8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도 최근 46%대로 낮아지면서 대표 반도체주를 둘러싼 외국인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12조67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7월 14조1700억 원, 8월 5조7100억 원을 순매수했던 것과 대비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던 개인들이 9월 들어 매도 우위로 돌아선 것이다.
해외 주식 투자 열기도 둔화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결제액은 지난 7월 46억4200만 달러에서 8월 23억9600만 달러, 9월 10억100만 달러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국내 주식뿐 아니라 미국 주식에 대한 순매수 규모도 줄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약해지는 모습이다.
증시 대기자금 감소도 눈에 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투자자예탁금은 97조4280억 원으로 전일 대비 2조6702억 원 줄었다. 예탁금이 100조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21일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말 122조 원에 달하던 예탁금이 이달 7일 100조3800억 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최근에는 100조 원 선마저 밑돈 것이다.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4일 기준 33조7057억 원으로 전날보다 5471억 원 감소했다. 지난 12일 34조2886억 원까지 늘어 7월 1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틀 연속 줄어든 것이다. 잔고 감소에도 여전히 33조 원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주가 하락으로 담보 여력이 약화하면 반대매매가 늘어 매도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수거래 관련 반대매매가 급증하면서 하락장의 부담이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이뤄진 반대배배는 2683억 원에 이른다. 지난 8일과 9일까지도 하루 64억 원 수준이던 반대매매는 지난 12일 271억 원, 13일 594억 원, 지난 14일 893억 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 여력이 줄어든 투자자들의 주식이 강제 처분되면 추가적인 매도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락이 강제 매도를 부르고, 강제 매도가 다시 주가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메모리 업황의 정점 논란까지 불거지며 지수 전반의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지수의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업 실적과 별개로 시장의 방향이 투자심리와 수급에 좌우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높은 (시장) 금리 수준에 따른 채권 투자 매력 확대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채권시장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며 "최근 미국채 금리 하락에도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에) 수급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보지만, 주가는 펀더멘털보다는 투자심리와 수급에 좌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개인, 기관 수급이 방향을 만들지 못하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이 추세적으로 들어오는지 관찰한 이후 방향을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