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20% 폭락에도 '빚투' 못 놓는 개미…반대매매 급증에 경고등

입력 2026-10-16 09: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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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레버리지 ETF 1조원 넘게 순매수…하락장서 반등 베팅
신용융자 33조원대 유지·미수금 45% 급증…예탁금은 감소
반대매매 4.6배 확대…금융당국, 증권사 신용공여 자제 주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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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일주일 새 20% 가까이 폭락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3조원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초단기 차입 투자 지표인 위탁매매 미수금은 40% 넘게 급증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에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며 반등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반면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 규모까지 빠르게 늘면서 추가 하락 시 투자자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5554.2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일 6941.39와 비교하면 1주일 만에 19.98% 급락한 수준이다. 특히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57% 하락하며 5600선마저 내줬다. 장중에는 5451선까지 밀렸으며 급격한 주가 하락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최근 증시 급락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논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자금조달 부담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추격 우려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종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문제는 이처럼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차입 투자 규모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05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 33조5167억원보다 1890억원(0.56%) 증가한 규모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잔고가 26조963억원에서 26조2686억원으로, 코스닥시장은 7조4204억원에서 7조4372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12일 34조2887억원까지 불어났다가 이후 감소했지만, 여전히 3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증시 급락으로 일부 투자자가 차입 규모를 줄이거나 담보 부족에 따른 매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서도 전체 신용거래 부담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초단기 빚투 지표로 꼽히는 위탁매매 미수금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 7일 9316억원이었던 위탁매매 미수금은 14일 1조3575억원으로 4259억원(45.7%) 급증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수 대금을 결제일까지 납부하지 못한 금액으로 기한 내 대금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반대매매 규모도 크게 늘었다. 미수금 관련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 7일 192억원에서 14일 893억원으로 364.8% 급증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 4.6배 수준으로 불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투자자예탁금은 100조3796억원에서 97조4280억원으로 2.9% 감소했다. 증시 대기자금은 줄어드는 반면 단기 결제 부담과 강제청산 규모는 함께 확대된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은 ETF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1주일 동안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레버리지'로 순매수 규모는 6701억원에 달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같은 기간 수익률은 –24.37%를 기록했다.

이어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2519억원, 'KODEX 반도체레버리지'를 1080억원,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100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 4개 레버리지 ETF의 순매수 규모만 1조1305억원에 이른다. 반면 지수 하락 시 수익을 얻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KODEX 인버스'는 각각 1567억원, 1052억원 순매도했다.

기관투자자들은 정반대의 매매 양상을 보였다. 기관은 같은 기간 'KODEX 레버리지'를 7182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KODEX 인버스'를 각각 1438억원, 950억원 순매수했다. 다만 기관의 ETF 거래에는 유동성공급과 위험회피 목적의 거래도 포함될 수 있어 이를 모두 하락 전망에 따른 투자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개인투자자들이 급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구조여서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손실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신용융자나 미수거래를 통한 차입투자까지 겹칠 경우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이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관투자자든, 개인투자자든 매수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가격의 변동 폭을 확대하는 양상"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이 2024년 7월 이후 약 195조원을 증시에 투입하면서 가계 유동성 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빚투에 따른 투자자 피해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오후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증시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증시 동향과 투자자별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특히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무분별한 신용공여를 자제하고 고객 보호와 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과도한 부채와 신용에 의존한 투자는 위험하며 이럴 때일수록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증시 불안이 심화할 경우 비상대응계획을 가동하는 한편 시장교란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와 AI 관련 기업 실적 등이 향후 증시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코스피의 1차 지지선을 5262~5593선으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 위기 국면과 비교하면 추가 하락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고금리와 고유가, 중동 불확실성 등 거시경제 부담으로 강한 반등 역시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인프라의 레버리지 투자 모멘텀에 의구심이 불거진 만큼, 이 의구심이 확인되기 전까지 관련주들의 추세가 제한될 수 있다"며 "10월 말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서 우려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트레이딩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는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