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비대면 처방 금지에도 상반기 186만 건…BMI 30 기준 겉돈다

입력 2026-10-18 13: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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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체중은 못 맞는 약, 10세 미만 처방까지 드러나 시신경병증 허가사항 반영…오남용우려약 지정은 심사 계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 제품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 제품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살 빼고 싶으면 앱으로 위고비 처방받으면 된다." 재작년 가을 국내에 들어온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두고 지금도 흔히 오가는 말이다. 절반은 틀렸고, 나머지 절반은 더 위험하게 틀렸다. 위고비는 아무나 맞는 약이 아니고, 앱으로는 처방받을 수 없는 약이다. 그런데도 처방과 유통은 해마다 곱절로 뛰고 있다.

◆ 통념: 살 빼고 싶으면 누구나 맞는다 → 사실은 BMI 30 넘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위고비 처방 대상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동반질환이 있으면 27 이상부터 가능하다. 지난달 말 식약처가 내놓은 안전사용 안내서도 이 기준을 그대로 뒀다.

청소년 기준은 더 좁다. 12세에서 18세 미만은 성인으로 환산한 BMI가 30 이상이면서 체중이 60㎏을 넘어야 한다. 미용 목적의 정상체중 투약은 허가 범위 밖이다.

현실은 다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3일 국회 서영석 의원실에 낸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10대 청소년 위고비 처방은 48건에서 올 6월 누적 2천297건으로 늘었다. 허가 대상이 아예 아닌 10세 미만 아동에게 처방한 사례도 28명 나왔다.

◆ 통념: 앱으로 간편하게 처방받는다 → 사실은 비대면 처방 금지

보건복지부는 재작년 12월부터 비대면 진료에서 위고비를 포함한 비만치료제 처방을 전면 막았다. 세마글루티드, 리라글루티드 등 다섯 가지 성분이 대상이다. 2주 계도기간을 거쳐 그해 12월 중순부터 예외 없이 적용됐다. 위고비 비대면 처방은 이때부터 비만 목적이면 어떤 경로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회로가 생겼다. 환자가 플랫폼 앱에서 의사 진찰 전에 위고비와 용량을 직접 고른 뒤 대면 진료를 예약하는 방식이다. 백선희 의원실이 13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비만약 처방 플랫폼 이용자 중 73%가 초진이었다. 사실상의 '셀프 처방'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약을 받는 경로도 비틀렸다. 심평원이 12일 남인순 의원실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서 위고비는 열에 여섯이 약국이 아닌 병·의원 안에서 처방과 공급이 함께 이뤄졌다. 의약분업 원칙이 비급여 주사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 통념: 금지했으니 처방은 줄었다 → 사실은 반년 만에 지난해 추월

비대면 처방을 막은 뒤에도 처방은 꺾이지 않았다. 심평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거친 위고비·마운자로 처방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86만 건이다. 지난해 한 해치를 여섯 달 만에 넘어섰다.

유통량은 더 가파르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가 13일 백선희 의원실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서 GLP-1 계열 비만약의 월간 국내 유통량은 출시 직후 16만 개에서 올 7월 312만 개로 뛰었다. 2년도 안 돼 20배 가까이 늘었다. 출고가가 한 펜에 37만원대인 이 약은 비급여 시장에서 최대 80만원대에 팔린다.

◆ 통념: 정품만 맞으면 안전하다 → 사실은 시신경병증 주의사항 신설

식약처는 지난 7일 위고비 허가사항에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새 이상사례로 반영했다. 시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을 공식 주의사항에 올린 것이다. 국내 첫 보고는 재작년 12월 한 건이었다.

규모를 가늠할 단서도 나왔다. 심평원이 13일 백선희 의원실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서 위고비·마운자로 투약 환자 중 시신경 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104명이다. 약과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허가 범위 안에서 써도 부작용은 따라온다. 대한비만학회는 이 약이 국내에 나올 때 낸 성명에서 임상시험 허가 범위 내 사용에서도 오심과 구토, 급성췌장염 같은 중증 부작용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 통념: 온라인에서 산 약도 같은 약이다 → 사실은 가짜약과 불법 반입

식약처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온라인에서 GLP-1 비만약을 불법 판매하거나 알선한 게시물 949건을 적발했다. 중고거래 플랫폼과 해외직구 사이트, 일대일 오픈채팅방이 통로였다. 적발 건의 넷 중 셋은 판매 사이트로 연결해 주는 글이었다.

국경 단속도 비슷하다. 관세청이 올해 8월까지 적발한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은 5천30건으로 지난해 한 해의 네 배를 넘는다. 인도에서 국제우편으로 들어온 마운자로 가운데 위조 의약품이 섞여 있기도 했다.

약이 아닌 것을 약으로 속여 판 사건도 있었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지난해 8월 일반식품을 '먹는 위고비'로 둔갑시켜 324억원어치를 판 업체 5곳을 검찰에 넘겼다. 인플루언서를 고용해 SNS에서 광고한 수법이었다.

◆ 다음 고비는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

식약처는 지난 6월 위고비 등 세 가지 성분을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넉 달째 규제심사에 묶여 있다. 심사가 끝나면 11월 고시 확정과 시행을 목표로 한다.

지정 효과를 놓고는 회의론이 만만찮다. 대한약사회는 지정만으로 의원급 현장의 중복·과다 처방을 막기 어렵다고 본다. 지정의 실제 내용이 의약분업 예외지역 판매 제한과 문구 표시에 그친다는 점도 국회와 규제합리화위원회 안에서 지적됐다.

다른 쪽 우려도 있다. 대한비만학회는 부작용 공포만 앞세우면 대사질환 위험이 큰 중증 비만 환자가 정작 필요한 치료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약은 적응증만 지켜진다면 치료 효과가 분명한 약이라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