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갈까~" 대사까지 있었다…'나혼산' 전현무 즉흥 여행, 사전 대본 확인

입력 2026-10-16 09:12:29 수정 2026-10-16 09: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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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산다 전현무 카자흐스탄 여행편. MBC
나혼자산다 전현무 카자흐스탄 여행편. MBC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 카자흐스탄 여행이 사전 기획된 정황을 담은 자료가 확인됐다.

제작진은 여행지를 미리 확정한 것이 아니라 카자흐스탄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했다고 해명했지만, 촬영 허가 신청 당시 제출한 시나리오에는 전현무가 카자흐스탄행을 결정하는 구체적인 대사와 상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조선일보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MBC가 지난 7월 22일 공항 촬영 허가를 요청하면서 8월 6일 카자흐스탄 국적 항공사 에어아스타나의 출발 카운터에서 항공권을 발권하고 출국하는 장면을 촬영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공문에는 출국 항공편의 출발 시각도 8월 6일 오전 11시 10분으로 명시됐다. 실제 방송에서 전현무는 해당 항공편을 이용해 카자흐스탄으로 출국했다. 촬영 허가 신청과 함께 제출된 시나리오에는 여행지를 결정하는 과정도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전현무가 '중국은 너무 많이 갔고~ 카자흐스탄을 가볼까~'라고 말한 뒤 배우 구성환과 주승에게 전화해 카자흐스탄으로 가기로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방송에서도 전현무는 공항에서 즉흥적으로 여행지를 고르는 모습을 연출한 뒤 구성환과 통화하며 카자흐스탄행을 결정했다. 방송에 나온 여행지 선택 과정이 사전에 제출한 시나리오에 담겨 있었던 셈이다.

제작진은 그동안 카자흐스탄행을 미리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지난달 4일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전현무씨가 평소 관심을 보여온 여행지와 당시 항공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카자흐스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며 "카자흐스탄행이 결정될 경우 곧바로 촬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태프의 항공권을 미리 발권하고 현지 촬영 협조도 요청해뒀다"고 했다.

그러나 김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는 촬영 대상 항공사와 출국 날짜, 항공편은 물론 여행지를 결정하는 장면까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MBC는 에어아스타나 한국 지사로부터 촬영 동의서를 받아 공항 촬영 허가를 신청했으며, 다른 항공사의 촬영 동의서는 별도로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은 지난 8월 14일 방송 직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나 혼자 산다'는 전현무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지를 즉흥적으로 정한 뒤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떠나 렌터카를 이용해 여행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방송 이후에는 현지에서 차량을 빌리는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현무가 현지 업체에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을 제출하고 차량을 대여하는 장면이 나왔지만, 카자흐스탄에서 운전하려면 사전에 공증받은 서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알마티시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나 혼자 산다' 촬영이 알마티시 관광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고 소개한 사실도 알려졌다. 제작진은 카자흐스탄 측의 지원이 없었다고 밝혔으나, 이후 재정적 지원은 받지 않았고 알마티시 관광 당국의 촬영 협조는 있었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제작진은 지난 8월 25일 첫 입장문을 통해 "촬영 지원이나 협찬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의혹이 계속되자 지난달 4일 추가 입장문을 내고 카자흐스탄을 여행지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사전 준비를 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김은혜 의원은 방송사의 시청자 신뢰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시청자를 웃음 짓게 하는 건 예능의 역할이지만 시청자 신뢰는 방송사의 책임 문제"라며 "'무작정 출발', '공항 즉석 예매' 등의 그럴듯한 설정을 솔직하게 뺐다면 MBC가 시청률은 손해를 봤어도 신뢰는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