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지급받고도 5년간 살인·살인미수 27건…가정폭력·스토킹 피해자들

입력 2026-10-16 08: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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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자료 보니 2022년 이후 살인 17건·살인미수 10건…구속영장 기각·불청구 사례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앞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앞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도 관계성 범죄에 희생된 피해자가 2022년 이후 5년간 17명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청 자료에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스마트워치 지급 후 살인·살인미수 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 12일까지 살인 17건, 살인미수 10건 등 총 27건이 발생했다. 사유는 중복 포함 가정폭력 14건, 스토킹 10건, 교제폭력 8건, 성폭력 1건이었다. 주로 스토킹 범죄가 가정·교제폭력과 동시에 발생한 형태였다.

연도별 살인 건수는 2022년 5건, 2023년 1건, 2024년 1건, 2025년 5건, 올해 현재까지 5건이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스마트워치 지급 건수는 2022년 1만4208건에서 2025년 2만1974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도 7월까지 1만5209건이 지급됐다. 지급 규모는 늘었지만 피해는 줄지 않은 셈이다.

보호 조치가 이뤄진 상태에서도 가해자들은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2022년 6월 경기 안산에서 가해자가 전 연인의 주거지를 찾아 1층 공동현관 계단에서 흉기로 살해한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112시스템 등록·맞춤형 순찰 세 가지 보호 조치가 모두 이뤄진 상태였다. 2023년 6월 서울, 이듬해 4월 일산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살인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2025년 4월 인천, 5월 화성, 7월 의정부, 9월 거제, 올해 3월 남양주, 7월 성남, 9월 경기 광주, 이달 서울 송파구 장모 살인사건도 같은 상황이었다.

구속영장이 신청됐으나 사법 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2022년 서울 구로구에서 가해자가 전 연인의 업장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사건은 경찰이 범행 3일 전 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사가 이를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대구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사건은 피해자가 스마트워치와 지능형 CCTV, 민간경호까지 지원받던 고위험 피해자였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검사도 청구했으나 법원이 불구속 수사를 이유로 기각했다.

스마트워치 자체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 위치정보가 경찰에 전달되는 방식이어서 계획적으로 이뤄지거나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범행에 대응하기 어렵다. 완충해도 최장 3일이면 배터리가 방전돼 기기 관리 부담을 피해자가 떠안는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 송파 사건에서는 스마트워치 전원이 오래 꺼진 사실을 경찰이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

양부남 의원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접근금지 조치를 내렸음에도 살인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며 "가해자의 접근과 재범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통제조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국이나 호주의 일부 주에서는 신고가 들어오면 가해자를 무조건 체포하는 의무체포제가 시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선 매번 증거와 진술이 필요하고, 임시조치나 구속영장을 신청해도 검사·판사 단계에서 기각이 돼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경찰이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쥐여주는 편하고 쉬운 조치에만 머물러 있다"며 "가해자 유치 등 더욱 강력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가정폭력 가해자의 격리 조치·접근금지 위반 제재 등을 스토킹 범죄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