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게시제…초진비 61배 차이, 21개 항목 비교법

입력 2026-10-16 16: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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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작년 조사, 전국 3950곳 상담료는 110배 격차 게시액 초과 청구 땐 과태료 최대 90만원…수술 전 서면동의 의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같은 강아지 첫 진료인데 어느 병원은 1000원을 받고 어느 병원은 6만1000원을 받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조사에서 드러난 격차다. 전국 모든 동물병원은 이 가격을 미리 붙여 놓아야 하고, 반려인은 전국 평균을 누리집에서 먼저 볼 수 있다. 어디를 봐야 하고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짚었다.

◆ 초진 61배, 상담료는 110배

농식품부는 전국 3950개 동물병원이 게시한 가격을 모아 항목별 평균과 최저·최고를 냈다. 개 초진 진찰료 전국 평균은 1만520원이다. 그런데 병원 간 격차는 61배였다.

상담료는 더 벌어졌다. 평균은 1만원 남짓인데 최고액은 11만원으로 최저액의 110배였다. 입원비도 하루 1만원부터 33만원까지 병원에 따라 서른 배 넘게 차이가 났다.

지역 평균도 다르다. 상담료는 대전이 가장 높고 전남이 가장 낮아 1.7배 차이였다. CT 촬영비는 광주가 경남보다 1.6배 비쌌다.

◆ 혈액검사·X선·CT는 얼마

피부병이나 구토로 병원을 찾으면 혈액검사와 X선 촬영을 권하는 일이 많다. 전혈구 검사는 평균 3만6000원 안팎, 혈액화학 검사는 평균 8만6502원이다. 혈액화학 검사는 싼 곳이 3만원, 비싼 곳은 25만원을 받았다.

X선 촬영은 평균 4만7000원 선이지만 가장 비싼 곳은 가장 싼 곳의 25배를 받았다. 초음파는 평균이 6만5000원 선인데 그 다섯 배 넘는 값을 매긴 병원도 있다.

한 해 사이 움직임도 엇갈렸다. X선 검사비는 8%가량 올랐고 전혈구 검사비는 10% 넘게 내렸다.

고가 장비로 가면 단위가 달라진다. CT는 평균 60만원, MRI는 평균 72만원 선이다. MRI는 40만원을 받는 병원과 160만원을 받는 병원이 함께 있다. 종합백신은 개가 2만6000원 선, 고양이가 3만9000원 선이다.

◆ 모든 동물병원, 21개 항목 미리 붙인다

사전게시제는 수의사법에 따라 수의사 1인 이상 모든 동물병원에 적용된다. 처음엔 진찰·입원·백신·혈액·영상 등 11개 항목이었지만 지난해부터 21개로 늘었다. 전해질 검사가 이때 새로 들어갔다.

가격은 병원 안 벽보나 책자에 붙어 있어야 한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병원은 병원 안과 홈페이지 양쪽에 모두 올려야 한다. 농식품부는 이 게시 가격을 모아 해마다 누리집에 공개한다.

게시를 하지 않거나 게시한 금액보다 더 받으면 과태료 대상이다. 첫 적발에 30만원, 세 번째면 90만원이다.

◆ 누리집에서 보고, 창구에서 대조한다

쓰는 법은 단순하다. 동물병원 진료비용 공개 누리집을 통한 동물병원 진료비 조회에서 지역과 항목을 고르면 전국 평균과 시·도 평균, 최저·최고를 볼 수 있다. 이 숫자를 들고 병원 게시판과 비교하면 내가 내는 값이 어느 위치인지 드러난다.

전신마취 수술이나 수혈 앞에서는 병원이 예상 진료비를 말로 알리고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수의사법이 정한 의무라 이를 건너뛰면 과태료 대상이다.

검사 추가는 미리 묻는 편이 낫다. 한국소비자연맹에는 피부 가려움으로 병원에 갔다가 설명 없이 전혈구·혈액화학 검사를 받고 20만원 넘게 청구됐다는 불만이 접수됐다.

게시 가격과 실제 청구액이 다른 경우도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달 서울 동물병원 38곳을 돌아본 결과 상담료 격차는 150배였고,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입원비와 현장 청구액이 세 배 넘게 다른 병원도 있었다.

◆ "값만 공개한다고 싸지나" 수의계 반발

수의계는 단순 비교에 선을 긋는다. 대한수의사회는 품종·체중·나이·기저질환과 장비 수준에 따라 들어가는 자원이 다른데 가격만 나열하면 저가 출혈경쟁과 진료 질 저하를 부른다고 본다. 공개 항목 값은 낮추고 비공개 검사비를 올리는 풍선효과도 우려한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무런 공적 지원 없이 가격만 공개한다고 진료비가 낮아질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약값 편차부터 손봐야 한다고 본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센터가 전북 50개 병원을 점검했더니 같은 구충약 값이 병원에 따라 50배 넘게 벌어졌다. 센터 관계자는 "수입 약품이냐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게 다른 상황"이라며 "줄일 방법을 국회가 법안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병원별 실명 공개·진료기록 발급, 남은 고비

정부는 한발 더 나간다. 농식품부는 지난 8월 지역 평균 대신 개별 병원의 게시 가격을 이름과 함께 인터넷에 모두 공개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상은 전국 4100여 곳이다. 같은 달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는 동물 의료사고 분쟁 때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두 제도 모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는 본회의 문턱을 남겨 뒀다. 병원별 실명 공개는 이르면 다음 달 시행이 목표지만, 수의사회가 저가 경쟁을 이유로 반대하는 가운데 공포일은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