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율은 원금 아닌 순자산 기준…NAV 빠지면 1200원 배당이 919원 상승장엔 본주 절반도 못 따라가…기준가 변동에 분배금 더해 따져야
연 12% 월배당. 미국 증시가 하루 걸러 급등락을 반복하는 요즘, 이 숫자 하나만 보고 커버드콜 ETF를 담는 투자자가 많다. 그러나 이 상품은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막히고, 내릴 때는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배당을 꼬박꼬박 받으면서도 원금은 녹는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다.
◆3년 반 만에 200배, 28조원
국내 상장 커버드콜 ETF 순자산은 지난 6월 중순 28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 말과 견주면 200배다. 종목 수도 여섯 개에서 쉰 개로 늘었다.
세계 시장도 다르지 않다. 올해 2월 말 글로벌 커버드콜 ETF 운용자산은 약 2천270억달러로, 나스닥100을 기초로 삼은 상품이 가장 많았다. 미국 기술주의 변동성을 옵션 프리미엄으로 바꿔 파는 상품에 돈이 몰린 셈이다.
서학개미도 예외가 아니다. 테슬라 한 종목에 콜옵션을 얹은 미국 상장 ETF 'TSLY'는 2024년 말 국내 투자자 보유 해외 ETF 상위 50개 가운데 27위에 올랐다.
◆오를 땐 막히고 내릴 땐 뚫린다
커버드콜은 주식을 들고 콜옵션을 판다. 옵션을 판 대가로 받는 프리미엄을 매달 나눠 준다. 대신 주가가 행사가격 위로 뛰면 그 위 수익은 옵션을 산 쪽 몫이다. 주가가 빠질 때는 프리미엄만큼만 손실을 덜 뿐, 하락은 그대로 반영된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7월 소비자경보에서 이 비대칭 구조를 경고했다. 급락 뒤 반등장이 오면 상승 폭이 행사가격에 걸려 본주보다 회복이 훨씬 더디고, 그 사이 순자산가치(NAV)는 계속 내려앉는 영구 결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성적표가 이를 보여 준다. 코스피200에 외가격 콜옵션을 얹은 TIGER 200커버드콜OTM ETF의 누적 수익률은 지난해 10월 공시 기준 199%였다. 같은 기간 기초지수는 464% 올랐다.
등가격 콜옵션을 쓰는 RISE 200고배당커버드콜ATM ETF는 누적 수익률이 20%에도 못 미쳤다. 기초지수는 세 배 넘게 뛰었다. 상승장에서 상방이 막힌 대가가 그만큼 컸다.
◆배당 95%의 착시
착시는 분배율 계산에서 시작된다. 분배율은 투자자가 넣은 원금이 아니라 분배기준일의 NAV 대비 비율로 계산된다. NAV가 떨어지면 같은 분배율이라도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든다.
금감원이 연 12% 목표 상품에 원금 1만원을 넣는 경우를 계산했다. NAV가 다달이 5%씩 빠지면 한 해 받는 분배금은 919원이다. 목표대로라면 받았을 돈의 4분의 3 남짓이고, 그 사이 원금은 더 줄어 있다.
초고배당 상품은 더하다. TSLY는 1년 환산 분배율이 95.9%에 달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NAV 하락을 반영하지 않는다. 테슬라 주가가 반등할 때는 상방이 막히고 급락할 때는 그대로 맞으면서 NAV가 급락했고, 운용사는 액면병합까지 했다. 배당을 그렇게 받고도 원금이 40% 넘게 녹은 투자자가 나왔다.
분배금 재원도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ETF가 분배금을 줄 때 그 돈이 이익인지 원금인지 구성을 투자자에게 알린다. 고배당 커버드콜의 분배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자본반환(ROC)'으로 분류된다. 옵션 프리미엄이 목표분배율에 못 미치면 자산을 팔아 메우고, 투자자 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며 배당이라 부르는 셈이다.
◆토탈리턴 한 줄로 가려낸다
분배율의 착시를 걷어내는 잣대는 토탈리턴(TR)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올해 6월 보고서에서 정리한 산식은 단순하다. 기말 기준가에 그동안 받은 분배금을 모두 더한 뒤 투자 시작 시점 기준가로 나눈다. 기준가가 떨어진 만큼을 분배금이 메우지 못하면 그 상품은 배당을 아무리 줘도 손실이다.
같은 잣대로 본주와 비교하면 상품의 성격이 드러난다. 국내 상장 KODEX 미국배당프리미엄액티브 ETF는 연 7%대 분배율을 유지했지만 누적 총수익률은 68%에 그쳤다. 같은 기간 S&P500 본주 상승 폭의 3분의 2에 못 미쳤다.
반론도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증시가 박스권에서 횡보하거나 완만하게 빠질 때는 옵션 프리미엄이 현금흐름이자 완충재 구실을 한다고 말한다. 다만 급락과 급반등이 교차하는 요즘 미국 증시는 이 상품에 가장 불리한 구간이다.
◆이름에서 숫자 빼고 규약 손보고
당국도 손을 대고 있다. 금감원과 한국거래소는 2024년 8월 ETF 이름에 '+15%' 같은 목표분배율 숫자를 넣지 못하게 했다. 금감원은 이듬해 운용사 열 곳의 커버드콜 광고 160개를 점검해 오인 문구를 고치게 했다.
지난달에는 운용사 다섯 곳의 커버드콜 ETF 32개에 대해 집합투자규약을 고치라고 요구했다. 콜옵션 프리미엄을 분배하지 않고 유보할 수 있다는 조항과 매달 분배금을 준다는 규정이 서로 어긋나 있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커버드콜을 포함한 고위험 공모펀드 열 가지 유형에 핵심위험 표준안이 전면 시행됐다. 새로 나오는 상품은 핵심 위험을 최대 네 개까지 투자설명서 맨 앞에 도표와 함께 따로 적어야 한다. 다만 이미 상장된 수십조원대 기존 상품에는 소급되지 않는다. 운용사마다 분배율 산식과 재원 표기가 제각각이라 투자자가 직접 TR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금감원은 다음 달 커버드콜 ETF 공시와 명칭 정비 후속 점검, 파생형 ETF 상품설명서의 분배금 산정 기준 의무화 점검에 나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