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 ETF 한 달 5.6%p 앞섰다…총보수표에 없는 연 2% 스와프 비용

입력 2026-10-16 06: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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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에 S&P500·나스닥 헤지형이 노출형 역전 한미 금리차가 만든 스와프 비용, 순자산가치에서 조용히 빠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같은 지수를 따라가는 환헤지 ETF와 환노출 ETF 두 상품의 수익률이 한 달 사이 정반대로 갈렸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9월 초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에서 KODEX 미국S&P500 환헤지형은 2.94% 올랐고, 환노출형은 2.66% 떨어졌다. 격차는 5.60%포인트다. 미국 주가는 똑같이 움직였는데 원화가 강해지면서 환노출형 투자자의 달러 자산이 원화로 환산할 때 쪼그라든 결과다.

◆주가 올라도 마이너스, 환율이 만든 역전

역전은 S&P500 한 종목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집계에서 KODEX 미국나스닥100과 TIGER 미국S&P500도 헤지형이 노출형을 5.5%포인트 안팎 앞섰다. 채권형도 마찬가지다. 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는 헤지형이 거의 제자리였지만 노출형은 5% 넘게 빠졌다. 금리 상품에서는 환율이 사실상 수익률의 전부가 된 셈이다.

이런 장면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봄 환율이 급락했을 때도 TIGER 미국S&P500 헤지형이 노출형을 6%포인트 넘게 앞섰다. 반대로 원화가 약세였던 구간에서는 거꾸로다. 에프앤가이드가 지난해 11월 비교한 환노출형 미국 ETF 열두 쌍은 헤지형보다 평균 5.7%포인트 높은 수익을 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결국 달러가 어디로 가느냐에 달려 있다.

◆수익률은 헤지형이 앞섰는데 돈은 노출형으로

그런데 투자자의 발길은 수익률과 거꾸로 갔다. 같은 한 달 동안 개인은 환노출형 TIGER 미국S&P500을 6천604억원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1위다. 반면 헤지형인 TIGER 미국S&P500(H)에서는 32억원이 빠져나갔다. 환노출형 KODEX 미국나스닥100에도 개인 자금이 네 자릿수 억 단위로 들어왔다.

흐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KODEX 미국S&P500(H) 순자산은 6월 말 9천169억원에서 9월 1조285억원으로 늘었다. 증가율로는 환노출형의 다섯 배다. 다만 환노출형 순자산이 10조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헤지형은 아직 십분의 일 규모다. 서학개미 대부분은 여전히 달러를 그대로 들고 있다.

그 규모 자체가 커졌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로 10월 초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천2억 달러, 원화로 약 268조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분석한 개인의 해외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비중은 90%를 넘는다. 환율이 10원 움직일 때마다 수조원의 평가액이 출렁이는 구조다.

◆총보수표에 안 보이는 연 2%

환헤지형으로 갈아타려는 투자자가 먼저 보는 것은 총보수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서 KODEX 미국S&P500은 환노출형 0.0062%, 환헤지형 0.0099%다. 차이는 1만분의 1%포인트도 안 된다. 일부 운용사는 두 상품의 보수를 아예 같게 매겼다. 이 숫자만 보면 헤지에 돈이 거의 안 드는 것처럼 보인다.

진짜 비용은 다른 데 있다. 환헤지형은 달러를 미리 팔기로 하는 선물환 계약을 맺는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낮게 형성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외환스왑시장 구조를 설명하며 짚은 '선물환 디스카운트'다. 이 차이가 매달 계약을 갈아탈 때마다 비용으로 빠진다.

얼마나 되나.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집계에서 지난해 5월 1년 만기 달러-원 외환 스와프포인트는 마이너스 29.10원이었다. 현물환율 대비 연 2.1%를 헤지 대가로 내는 셈이다. 올해 6월에는 마이너스 15.60원으로 좁혀졌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한국은행은 2024년 보고서에서 한미 기준금리 차이만큼 연 1~2% 수준의 스와프 비용이 발생한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은 이 비용이 총보수 공시표에 따로 산출되지 않고 순자산가치(NAV)에 직접 반영된다고 밝혔다. 장외파생 스와프를 쓰는 해외 ETF는 정산 비용 때문에 최종 분배금과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소비자 안내도 지난해 말 내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게 매년 깎이는 돈이다.

◆금리차가 바뀌면 비용도 바뀐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3년 낸 보고서는 이 비용을 더 구체적으로 계산했다. 국내 상장 환헤지형 S&P500 ETF의 연간 순수 헤지 비용은 2.5%, 나스닥100은 비헤지 대비 2.8%포인트 차이였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기 전에는 스왑레이트가 플러스여서 헤지가 오히려 연 1.4% 이익을 줬다. 역전 이후에는 비용으로 돌아섰다.

갈아타기 기준은 여기서 나온다. 앞으로 1년 환율이 2% 넘게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 헤지 비용을 내고도 남는다. 반대로 환율이 제자리이거나 오른다면 헤지형은 비용만 내고 끝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환율이 급락하는 구간에서는 연 1~2% 비용을 치르더라도 방어 효과가 훨씬 크다고 설명한다. 반면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비용이 장기 누적되면 복리 수익을 갉아먹는다고 경고한다.

한 자산운용사 ETF 운용 부서는 또 다른 변수를 든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할 때는 달러가 오르면서 환노출형이 주가 손실을 일부 메우는데, 헤지형은 이 완충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지난 4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환시장 변동성을 줄이려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최대 15%까지 한시 확대했을 뿐 전면 헤지로 가지는 않았다.

◆남은 변수는 금통위와 연준

결국 스와프 비용의 크기는 한미 금리차가 정한다.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한국은행이 버티면 금리차가 좁혀지고 헤지 비용은 줄어든다. 반대 경우라면 비용은 다시 커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미 연준도 이달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두 회의 뒤 스와프포인트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그리고 금리차가 역전 전처럼 되돌아갈지는 아직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헤지형 투자자가 내는 연 2% 안팎의 비용이 다시 이익으로 바뀌는 지점이 언제 오느냐가 다음 고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