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마음투자 심리상담 8회 64만원, 소득 따라 본인부담 0~50%

입력 2026-10-18 13:29:11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정신과 소견서·건강검진 우울 10점이면 복지로 온라인 신청 상담기관 없는 시군구 58곳, 미사용 바우처 179억원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공식 포스터.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공식 포스터. 보건복지부

우울이나 번아웃으로 전문 심리상담을 받고 싶어도 비용 앞에서 망설였던 사람이라면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부터 살펴볼 만하다.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나 50분 대면 상담을 8회 받을 수 있고, 정부가 상담비를 최대 64만원까지 댄다. 올해부터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지자체 예산이 떨어질 때까지 연중 접수한다.

◆1급 8만원, 2급 7만원…120일 안에 써야

상담 단가는 상담사 자격에 따라 둘로 나뉜다. 1급 전문인력은 회당 8만원, 2급은 7만원이다. 8회를 다 받으면 각각 64만원과 56만원어치 바우처가 된다.

기한은 바우처가 생성된 날부터 120일이다. 이 안에 8회를 모두 써야 하고 연장은 되지 않는다. 상담은 1대1 대면만 인정하며 원격 상담은 쓸 수 없다.

◆본인부담은 소득 구간 따라 네 단계

정부 지원 비율은 가구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기준 중위소득의 70% 이하 가구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도 마찬가지다.

자립준비청년, 보호연장아동, 법정한부모가족은 소득을 따지지 않고 전액 면제다. 이들을 뺀 나머지 가구는 소득이 올라갈수록 부담이 커진다.

중위소득 70% 초과 120% 이하 구간은 본인부담이 열에 하나다. 1급 상담 8회를 받으면 본인이 6만4천원을 낸다. 120% 초과 180% 이하 구간은 30%를 부담해 1급 기준 19만2천원이 든다.

중위소득 180%를 넘는 가구도 신청할 수 있다. 소득 상한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절반을 본인이 내야 하므로 1급 8회에 32만원, 2급은 28만원을 부담한다.

◆사설 상담센터 진단서는 안 된다

신청하려면 상담이 필요하다는 증빙이 있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나 한방신경정신과 의사가 쓴 소견서는 신청일 기준 3개월 안에 발급받은 것이어야 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 같은 공공센터 의뢰서도 인정된다.

주의할 점은 사설 심리상담센터에서 받은 진단서나 의뢰서는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증빙은 의료기관과 공공센터 발급분만 받는다. 부산 등 일부 지역은 동네의원 마음건강돌봄 연계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원에서 바로 연계의뢰서를 받을 수 있다.

◆건강검진 우울 점수 10점이면 진단서 없이

병원 문턱이 부담스럽다면 국가건강검진 결과를 활용하는 길이 있다. 검진 때 받는 우울증 선별검사(PHQ-9) 점수가 10점 이상이면 별도 소견서 없이 신청할 수 있다. 결과는 1년 이내 것이어야 하고, 통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에서 내려받는다.

온라인 신청은 복지로 누리집에서 한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 본인 명의로 신청할 때만 가능하고, 미성년자는 주민센터를 찾아야 한다. 직장 스트레스로 불면을 겪던 직장인이 검진에서 11점을 받고 결과지를 출력해 복지로로 신청해 1급 상담을 지원받은 사례가 보건복지부 안내에 올라 있다.

◆받고도 안 쓴 바우처 179억원

문턱을 낮췄지만 쓰임새는 기대에 못 미쳤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지원 의원실이 지난 5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25년 12월 기준 지급된 바우처 중 179억원이 쓰이지 않았다. 바우처를 받고도 상담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채 기한을 넘긴 사람이 1만1천여 명이다.

서미화 의원실이 지난해 6월 분석한 자료를 보면 첫해 실집행률 부진으로 예산의 70%가량인 330억원이 불용 처리됐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 433억원에서 299억원으로 줄이고, 지원 목표도 당초 26만명에서 10만7천명으로 낮췄다.

효과가 없어서는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의 83.2%가 우울 검사 점수가 개선됐다. 불안 점수도 비슷한 비율로 나아졌다.

◆상담센터 없는 시군구 58곳

문제는 바우처를 받아도 쓸 곳이 없는 지역이다. 전진숙 의원실이 2024년 국정감사 때 제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229개 시군구 중 58곳에 등록 상담기관이 하나도 없었다. 서울 강남구에는 37곳이 있는 반면 충남 보령시는 한 곳도 없다.

강원은 시군구 절반 이상, 경북은 절반에 기관이 없다. 전북 무주군은 관내 등록 센터가 없어 대전이나 전주까지 한 시간 넘게 가야 했고, 1년간 신청자가 4명에 그쳤다. 장종태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집계한 자료를 보면 시행 1년간 전체 이용자의 58.5%가 수도권에 몰렸다.

지자체별로 배정된 예산이 먼저 바닥나면 신규 접수는 그 지역에서 조기 마감된다. 보건복지부는 12월 내년도 사업 지침을 개정하면서 비대면 상담 바우처 도입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