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카와'가 대한민국 정치판에 산다면…이재명·홍준표·한동훈·추미애·임광현은 누구? [시사뒷담]

입력 2026-10-16 05:59:00 수정 2026-10-16 07: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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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카와.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포스터. CJ ENM

요즘 극장가와 굿즈 시장을 동시에 달구고 있는 일본 캐릭터 '치이카와'를 보다 보면 묘하게 현실 정치가 포개어진다.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이지만 마냥 평화롭게 사는 건 아니다.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고, 더 좋은 일을 얻기 위해 자격증 시험까지 치르고, 때론 위험한 '토벌'에도 나선다. 평범한 일상이 어느 순간 위기로 바뀌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그 상황을 넘겨야 생존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라는 시험을 통과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은 지지율이라는 다음 성적표를 받고, 당 대표는 당내 갈등과 선거를 관리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공천과 다음 선거를 걱정하고, 어느 날 갑자기 터진 사건 하나가 이들의 정치생명을 흔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치이카와 세계의 주요 캐릭터들을 지금 한국 정치판에 옮겨 놓으면 누구와 가장 닮았을까.

실제 정치인의 인격이나 능력을 캐릭터 하나로 평가하려는 건 아니다. 공개적으로 드러난 정치적 위치와 화법, 행동 스타일,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판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를 상상의 영역에서 연결해보는 일종의 캐릭터 정치학이다. 매일신문이 수시로 연재하는 '시사 삼국지'와 비슷한 콘셉트다.

◆일하고 시험 보고 토벌까지…의외로 현실적인 '먼작귀' 세계

치이카와는 국내에서 '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 줄여서 '먼작귀'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계관은 생각보다 '리얼'하다. 주인공들은 제초 같은 일을 해 돈을 벌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실패를 수시로 경험한다. 더 큰 보상을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정치판에 대입하면 선거는 일종의 자격시험이고, 국정과 당무는 일이며, 각종 정치적 위기는 '몬스터 토벌'과 비슷하다. 한 번 크게 이겼다고 영원히 안전한 것도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세계의 중심에 있고, 누군가는 말을 통해 상황을 설명한다. 누군가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판을 흔들고, 누군가는 강력한 개인 캐릭터 자체가 브랜드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치이카와.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중. CJ ENM
하치와레.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치이카와=이재명…주인공인데 끝이 없는 다음 퀘스트

첫 번째는 치이카와다.

작품 제목부터 치이카와인 만큼 이야기의 중심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힘으로 해결하는 압도적인 영웅은 아니다. 겁도 많고 눈물도 많으며, 시험에 떨어지고 갑작스러운 위험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엔 앞으로 나아간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이 자리에 놓을 수 있는 인물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성격이 닮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정치판에서 거의 모든 큰 이슈가 결국 대통령에게 연결된다는 '세계관 속 위치'가 닮았다는 의미다.

대통령 선거라는 가장 큰 시험을 통과했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인사, 경제, 부동산, 검찰개혁, 외교·안보, 지지율까지 새로운 퀘스트가 계속 등장한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다.

최근 석 달만 봐도 그렇다. 8월에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 등이 잇따르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하락했다.

9월에는 2기 내각 인선이 또 다른 '퀘스트'가 됐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한 고비를 넘기는 듯했지만 곧바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인사 시스템 재점검 필요성을 인정했고, 다음 날 김승원 후보자까지 사퇴하면서 8월 30일 개각에서 지명된 6명 가운데 2명이 낙마했다.

그 사이 호르무즈 파병 문제와 검찰개혁, 보완수사권 논란도 함께 따라붙었다. 한 문제를 정리하면 다른 문제가 등장하고, 기자회견으로 설명에 나서면 곧바로 또 다른 인사·정책 논쟁이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됐다.

치이카와가 한 사건을 겨우 넘기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듯, 대통령에게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완전한 엔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하치와레.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중. CJ ENM
우사기.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하치와레=김민석…말로 상황을 풀어주는 집권당 대표

하치와레는 치이카와 세계에서 '말 담당'이다.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고, 치이카와가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신 풀어준다. 친구들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이 역할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현재 위치를 떠올리게 한다.

김민석 대표는 집권당 대표로서 대통령과 당, 의원들과 지지층 사이에서 정부·여당의 메시지를 설명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 여야 대표 간 대화와 협치를 강조하면서도 당대표로서 야당과 정쟁의 최전선에도 서야 한다.

실제 김민석 대표는 취임 일주일 만인 8월 2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찾아 "끊어지지 않는 대화의 다리를 놓자"며 당대표 간 소통을 정례화를 넘어 '수시화'하자고 제안했다. 장동혁 대표도 이에 공감을 나타냈고, 초과 세수 활용 방안 등 일부 현안에서는 즉석에서 공감대를 확인하기도 했다. 서로 입장이 다른 여야 대표가 일단 '말할 수 있는 통로'부터 만들었다는 점에서 김민석 대표가 내세운 정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지만 말과 메시지를 다루는 자리인 만큼, 반대로 짧은 발화·표기가 곤혹을 부르기도 했다. 9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민석 대표의 수첩에 적힌 '서울시장 후보' 명단과 '이진숙·한동훈 OUT' 문구가 카메라에 잡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민석 대표는 이튿날 직접 유튜브에 나와 후보군은 여러 사람의 이름을 적어놓고 '필승카드'를 분석한 것이며 본인 의사를 타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찍혀서 죄송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하치와레처럼 언제나 평화롭게 중재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상황을 말로 정리하고 사람을 이어주는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연결해볼 만하다. 말과 메시지가 정치적 자산이면서도 언제든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하치와레가 비유에 딱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 연합뉴스
우사기.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중. CJ ENM
모몽가.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 연합뉴스

◆우사기=이준석…예측불허인데 자기 길은 분명하다

우사기는 행동을 좀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야하" "우라" 같은 독특한 말을 외치며 갑자기 뛰어가고, 다른 친구들이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한 사고뭉치는 아니다. 막상 위험한 상황이 오면 상당한 전투력과 순발력을 보여준다.

정치판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이 떠오르는 포지션이다. 기존 거대정당과 결별해 독자 정당을 만들었고, 온라인과 데이터·숫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화법도 오랫동안 자신의 정치적 특징으로 만들어왔다.

남들이 예상하지 않은 이슈를 갑자기 던지거나 독자 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우사기의 예측불허성과 닮았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어디로 튈지는 모르겠는데 자기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대표적인 장면은 국민의힘 대표 시절인 2021년 말 나왔다.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 측과 '당대표 패싱' 논란으로 충돌하던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짧은 글을 남긴 뒤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순천·여수·제주 등을 돌며 사실상 당무를 중단했다. 어디로 갈지조차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채 지방을 돌던 당대표를 만나기 위해 결국 윤석열 당시 후보가 울산까지 내려갔고, 두 사람은 심야 회동 끝에 선대위 운영과 역할을 놓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판을 흔들고, 상대가 직접 자신을 찾아오게 만든 뒤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온 셈이다. 이후 불과 18일 만에 이준석 의원이 다시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으며 갈등이 재점화됐다는 점까지 포함하면, 당시 그의 정치 스타일이 얼마나 '우사기적'이었는지 비유할 수 있다.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 연합뉴스
모몽가.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중. CJ ENM
라코.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 연합뉴스

◆모몽가=한동훈…개인 캐릭터 자체가 하나의 정치 브랜드

모몽가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꽤나 의식한다.

관심받는 걸 좋아하고, 자신의 귀여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기 욕망과 생존 본능도 강하다.

한동훈 무소속 국회의원과 연결할 부분은 바로 이러한 '개인 캐릭터 강조'다.

한동훈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특유의 화법과 패션, 현장에서 즉각 반박하는 방식, SNS 메시지 등으로 개인 이미지를 형성해왔다. 소속 집단(윤석열 정부, 국민의힘 등)과 상관 없이 이름 자체가 정치적 관심을 만들어 낸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나왔다. 한동훈 의원이 들고 나온 국내 브랜드 서류가방이 화제가 되면서 업체 홈페이지 방문자가 급증하고 일부 제품이 품절됐고, 이후 '훈민정음 넥타이'와 시계·안경 등 착용품도 잇따라 뉴스가 됐다. 정치인의 발언뿐 아니라 패션과 소품까지 관심을 끄는 개인 브랜드가 일찍부터 형성된 셈이다.

메시지 정치도 비슷했다. 2023년 주디스 버틀러 UC버클리대 교수 인터뷰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직접 반박했고, 해당 입장이 법무부 공식 SNS에 올라 논쟁이 커졌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이런 방식이 개인 SNS로 더욱 강화돼 현안마다 짧은 간격으로 글을 올리고 재반박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잦다.

그러면서 '한동훈'이라는 이름(내지는 캐릭터)과 메시지 생산력 자체가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다만 원작 속 모몽가 캐릭터엔 '정체'와 관련한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것까지 실제 정치인과 연결하면 지나친 비약이다. 여기선 "개인 페르소나 자체가 정치적 자산이 된 인물"이라는 비유까지만.

추미애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라코.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중. CJ ENM
쿠리만쥬.
추미애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라코=추미애…토벌 경험 많은 베테랑

라코는 치이카와 세계에서 대표적인 강자다.

토벌 실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다. 치이카와 일행에게는 일종의 선배이자 고수다.

정치판에서는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절묘하게 떠오른다.

추미애 지사는 6선(지역구 6선으로는 여성 최초 기록) 국회의원과 당대표, 법무부 장관 등을 거쳐 현재 경기도지사를 맡고 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충돌과 당내 경쟁 등 굵직한 정치적 싸움을 오래 경험했다. 요즘도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 등 주요 정치 현안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라코와 연결되는 핵심은 단순히 '강하다'가 아니다.

"이미 여러 번 토벌을 경험해본 선배."

정치적 호불호와 별개로 정치 전투의 경험치가 많이 쌓인 베테랑이라는 점에서다.

추미애 지사의 베테랑 면모는 요즘 이재명 대통령과 일정한 긴장 구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과 검찰개혁 문제를 놓고 이재명 대통령의 판단과 다른 목소리를 거듭 내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자신만의 정치적 좌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국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이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만큼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하나의 정치적 구도로 자리 잡았다.

정치에서 이런 '독자적 축'은 당장 승패와 별개로 다음 정치적 국면에서 발언권을 남기는 효과가 있다. 실제 추미애 지사는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당시 유력 주자였던 이재명 후보와 같은 경선 무대에 올라 완주했고, 초반 낮은 지지율에도 충청권 순회경선에서 정세균 후보를 제치며 3위권까지 올라섰다. 결국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독자적 색깔과 지지층을 유지하면서 이후 정치적 재기의 기반을 남겼다.

라코와 연결되는 '베테랑'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매번 싸움에서 이기는 인물이 아니라, 한 번의 패배나 퇴장으로 사라지지 않고 다음 전장을 준비할 수 있는 정치 경험과 자기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연합뉴스
쿠리만쥬.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중. CJ ENM
시사.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연합뉴스

◆쿠리만쥬=홍준표…전선에서 조금 떨어져도 한마디는 남긴다

쿠리만쥬는 치이카와 세계에서 다른 캐릭터보다 한층 '어른'의 분위기를 풍긴다.

자기 취향과 리듬이 분명하고, 말이 많지 않아도 등장하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떠올려볼 수 있다.

현재 선출직이나 당 지도부에 있지는 않지만 정치 현안이 생길 때마다 SNS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그 한마디가 다시 정치권 논쟁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사례 3개만 봐도 그런 면모가 짙다. 9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커지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술집 마담 정치나 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 "철부지 같은 좌충우돌 가족부 장관 후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18일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여야 지도부와 양측 강성 지지층을 함께 비판한 뒤 "오늘 대통령이 정신 차려서 정국 대전환을 국민들 앞에 선언하면 좋으련만"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10월에는 범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공세를 두고 "뭐가 그리 급해 일국의 대법원장을 온갖 잡귀들이 달려들어 물어뜯느냐"고 적으며 또 한 번 날 선 표현으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이들 사례 모두 공통점이 있다. 공식 직책 없이도 SNS 한 줄로 여권과 야권, 대통령과 사법부까지 가리지 않고 동시에 논쟁을 만들어내며 존재감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다만, 여기서 쿠리만쥬의 술과 음식 설정까지 실제 인물에게 연결할 필요는 없다. 특히나 홍준표 전 시장을 떠올리면 도통 술(가령 음주 관련 사건사고)과 음식(먹방 등)은 나오지 않는다. 닮은 부분은 오랜 정치 경험을 쌓은 뒤에도 자기 리듬을 유지하며 한마디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원로형 캐릭터'라는 점이다.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시사.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중. CJ ENM
카니.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시사=임광현…전문성·경력 쌓아 청와대까지

시사는 화려한 전투형 캐릭터라기보다 성장형에 가깝다.

라멘집에서 일하며 배우고, 자격증도 준비한다. 하나씩 경험과 실력을 쌓는 모습이 특징이다.

지난 14일 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임광현 비서실장을 시사와의 비유 구도에 배치할 수 있다.

임광현 비서실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조사 분야 핵심 보직,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 차장을 거쳤다. 이후 국회의원이 됐고, 이재명 정부 출범 뒤 국세청장에 임명된 데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맡게 됐다.

국세관료→국회의원→국세청장→대통령 비서실장.

정치권 경력 자체는 다른 인물들보다 짧으나 전문성과 행정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올라온 경로가 시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 자체로 다음 정치적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자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비서실장을 거쳐 대통령에 올랐고,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김영삼 정부 비서실장 이후 국회의장을 지냈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도 김대중 정부 비서실장을 거쳐 원내대표와 국정원장 등 굵직한 자리를 맡은데다 현재 5선의 현역 의원이다. 임광현 비서실장이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시사처럼 한 단계씩 경력을 쌓아온 그에게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또 하나의 큰 레벨업 구간이 될 수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카니.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중. CJ ENM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카니=장동혁…조연에서 어느새 제1야당 대표

마지막은 카니다.

정식 명칭으로는 '고서점'으로 불리며 팬들 사이에서는 카니라는 이름으로 익숙하다.

카니는 처음부터 주요 캐릭터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주변부에 가까운 존재였지만 모몽가와 관계를 맺고 이야기가 쌓이면서 점차 고유한 성격과 팬층을 갖게 됐다. 어느 순간 '배경 캐릭터'가 아니라 빼놓기 어려운 레귤러가 됐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연결해볼 만하다.

장동혁 대표 역시 정치 입문 당시 전국적 스타 정치인은 아니었다. 판사 출신으로 정치권에 들어와 국회의원이 된 뒤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제1야당 대표까지 올라왔다.

장동혁 대표는 2020년 미래통합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그해 제21대 총선에서 대전 유성갑에 출마했으나 2위로 낙선했다. 이후 2022년 충남 보령·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성했고, 2024년 22대 총선에서는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국회에 들어온 뒤 정치 체급을 불리는 속도도 빨랐다. 2022년 원내대변인, 2023년 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사무총장, 2024년 원내수석대변인과 수석최고위원을 거쳤고, 2025년 8월에는 국민의힘 대표에 선출됐다. 첫 총선 낙선에서 제1야당 대표까지 약 5년, 국회 입성 후로는 3년 남짓 걸린 셈이다.

이어 지금은 김민석 대표와 여야 양당 대표로 마주 서 있고, 최근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하며 주요 정치지도자군에 포함됐다.

카니와 성격이 그대로 닮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니는 조용하고 온화한 편인 반면 장동혁 대표는 현재 야당 대표로서 정부·여당을 상대로 강한 대여 투쟁을 이끌고 있다.

그래서 이 조합의 핵심은 성격이 아니라 서사(스토리)다. 처음에는 주변부였지만 어느새 주요 등장인물이 됐다. 치이카와 세계에서 카니가 그랬다면, 현재 대한민국 정치판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그런 위치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스틸컷. CJ ENM

이렇게 여덟 명을 놓고 보면 치이카와 세계와 현실 정치의 공통점이 하나 더 보인다.

누구도 한 가지 능력만으로 끝까지 살아남지는 못한다. 말이 필요한 순간, 전투력이 필요한 상황, 존재감 자체가 무기가 되는 국면이 어우러져 있다. 때로는 꾸준히 시험을 통과하며 경력을 쌓거나, 조연으로 시작해 어느 순간 판의 중심에 들어서기도 한다.

결국 정치도 치이카와 세계처럼 '한 번 이기는 것'보다 다음 날에도 다시 등장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게임인지 모른다. 퀘스트 하나를 끝내도 새로운 퀘스트가 또 기다리는 만큼, 살아남아 다음 장면에 서는 것 자체가 정치인의 중요한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