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3배 증가 보금자리론, 채무조정은 '유명무실'…벼랑 끝 내몰린 3040

입력 2026-10-15 17: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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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비 연체잔액 3배 폭증한 5천934억원
경매 착수 64.8%가 3040세대...채무조정 93.9%가 단순 '원금상환유예'에 그쳐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된 대표적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의 연체잔액이 3년 8개월 만에 3배 이상 증가하며 서민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담보로 잡힌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 뒤에도 갚지 못해 남은 빚이 300억원을 웃도는 데다, 채무조정 제도마저 미봉책에 그치고 있어 정책금융의 채무조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국회의원(부산 북구을)이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보금자리론을 30일 이상 연체한 차주는 4천659명, 연체대출잔액은 5천9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 연체차주 2천55명, 연체잔액 1천918억원과 비교해 차주 수는 126.7%, 연체잔액은 무려 209.4%나 치솟은 수치다.

문제는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진 악성 장기연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90일 이상 연체잔액은 2022년 말 768억원에서 올해 8월 3천89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1년 이상 장기 연체잔액 역시 250억원에서 1천493억원으로 약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연체 장기화는 곧장 서민들의 보금자리 상실로 이어졌다. 주금공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직접관리 보금자리론 계좌를 대상으로 경매에 착수한 건수는 총 4천117건에 달했다. 이 중 실제로 집이 매각돼 배당까지 끝난 사례만 1천683건으로 집계됐다.

경매 위기에 내몰린 이들은 주로 경제 허리 계층과 저소득층이었다. 경매 착수 당시 차주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가 1천733건(42.1%)으로 가장 많았고, 30대(933건)를 포함하면 30·40세대가 전체의 64.8%(2천666건)를 차지했다.

소득 기준으로는 대출 심사 당시 연소득 4천만원 이하였던 저소득 차주의 경매 착수 사례가 2천327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인 56.5%에 달했다.

특히 경매로 살던 집이 처분된 이후에도 채무자의 굴레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금공 자료에 따르면, 보금자리론 담보주택 경매 이후 발생한 미수채권 누적 금액은 원금 기준으로만 568억원에 달했다.

여전히 회수되지 않고 남아 있는 미수채권 잔액은 304억원이며, 관련 계좌는 1천891건으로 파악됐다. 집값 하락 등으로 경매 낙찰가가 대출 원리금에 미치지 못하면서, 집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은 서민들이 수천만원의 잔존 채무까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계 차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이들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할 주금공의 채무조정 제도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보금자리론 채무조정을 이용한 차주 5만4천699명 가운데 93.9%인 5만1천335명이 단순 '원금상환유예'를 이용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3천364명은 지연배상금 감면 유형이었다.

현재 주금공은 보금자리론 채무조정 과정에서 차주의 월 상환액을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만기연장'이나 '분할상환조건 변경' 제도를 아예 운영하지 않고 있다. 당장 원금 상환만 잠시 미뤄둘 뿐, 유예 기간이 끝나면 불어난 상환 부담이 일시에 돌아오는 구조다.

실제로 채무조정을 거친 뒤에도 끝내 버티지 못해 경매가 신청된 사례는 1천759명에 달했다. 이 중 800명은 경매가 취하됐으나, 959명은 결국 담보권 실행 등 실질적인 처분 절차에 놓였다. 일시적인 유예 조치만으로는 소득 회복이 더딘 취약 차주들의 주거 유지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책모기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원금상환유예 일변도의 단편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만기연장과 분할상환 재설계 등 차주의 상환 능력에 맞춘 입체적인 채무조정 선택지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성훈 의원은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던 정책금융이 연체 급증과 주택 경매라는 현실 앞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집을 잃고도 빚이 남는 차주가 있는 만큼 정부는 연체 초기 지원부터 채무조정, 경매 이후 잔존채무 관리까지 서민 주거안전망을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