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교영] '황혼 떴다방'

입력 2026-10-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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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떴다방'이 유행했다. 아파트 분양 현장 주변 파라솔이나 컨테이너를 설치해 분양권과 청약통장을 거래하는 곳이다. 합법적인 영업도 있었지만, 불·탈법도 많았다. '떴다방'은 '뜨다'의 과거형에 복덕방의 '방'을 합성한 은어(隱語)다. '잠깐 영업하다가 사라지는 곳'이란 뜻을 담고 있다.

빈 점포나 사무실을 단기 임차해 사은품이나 무료 공연을 미끼로 물건을 판매하는 '이동식 홍보관'이 성업 중이다. 이들도 '떴다방'으로 불린다. 손님은 주로 노년층이다. 휴지나 냄비 등 생활용품을 공짜로 준다며 유혹한다. 공연을 보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절한 직원(여기서는 '선생님'으로 통한다)의 환대(歡待)를 받다 보면 경계심은 풀어진다. 그러다 슬쩍 '본론'으로 들어간다. 건강식품, 의료기기 선전을 한다. 몸에 좋고, 병을 낫게 해준단다. "자식도 돈도 소용없어요,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 돼요."

이들 떴다방은 '외로움'을 상술에 이용한다. 오지 않는 자식을 기다리고, 울리지 않는 휴대전화만 바라보는 어르신에겐 떴다방이 '효도방'이다. 직원들이 "아버님, 어머님" 하면서 손과 어깨를 주무르면, 외로운 황혼(黃昏)은 젖어든다. 온종일 홀로 지내고, 여기저기 아프면 누군가 말만 걸어줘도 반갑다. 물건값이 비싸지만, 자식 같고 손주 같은 직원들의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 지갑을 열고 만다.

문제는 불·탈법 영업에 따른 피해다. 효능(效能)을 과장하고, 구매를 재촉하고, 환불이나 사후 서비스(AS)가 어려워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도 문제다. 이런 이유로 경찰이 사은품을 미끼로 상품을 판매한 미신고 홍보관을 단속하고, 지자체들이 피해 예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모든 떴다방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정당하게 신고하고 안전과 소비자 보호 기준을 지킨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얼마 전 대구 북구의 한 상가에서 천장 마감재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주방용품 판매 행사에 참석한 어르신 38명이 다쳤다. 사고가 난 곳은 비어 있던 노후(老朽) 건물이었다. 지자체는 행사를 미리 알지 못했다. 노인 떴다방의 취약성을 경고하는 사고였다. 오늘도 똑같은 휴지 다발을 든 어르신들의 느린 행렬을 봤다. 해는 지고, 바람은 차다.

kimk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