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님은 좋은 분…'송구하다' 할 때마다 비수"

입력 2026-10-15 15: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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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아 온 강훈식 전 실장이 사퇴 소회를 밝히며 "가장 괴로웠던 날은 대통령님의 기자회견 날"이라고 말했다.

강 전 실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직함이 없는 것이 퍽 오래간만"이라며 "고민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무엇 하나 제 탓이 아닌 게 없는 것 같아 괴로운 밤이 많았다"라고 했다.

이어 "가장 괴로웠던 날은 대통령님의 기자회견 날이었다"고 했다. 지난달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지율이 30%대로 하락하자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직접 밝히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인사드린다"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강 전 실장은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다"며 "비서실의 장으로서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다.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 못 이루는 주말을 보내고 대통령께 사의를 말씀드릴 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강 전 실장은 "이후의 여론도 빠짐없이 듣고 봤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터이고, 대부분의 비판은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을 더욱 단단히 지켜야 할 때 왜 나가느냐는 말씀은 많이 아팠다"며 "죄송하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했다.

충남 아산을 지역구 3선 의원이었던 강 전 실장은 "무명의 강훈식을 키워주신 충남 아산의 주민들이 계셨다"고도 말했다. 이어 "한 발 떨어져 있던 의원을 믿고 소임을 맡겨주신 당시 후보님이 계셨다. 청와대에 들어온 뒤에는 어린 비서실장의 말을 믿고 함께 뛰어준 수많은 직원들이 있었다"고했다.

강 전 실장은 "대통령님은 좋은 분이다. 탁월한 행정가이고,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이라고 했다. 그는 "모시는 내내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다. 더 보조를 맞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499일 동안 저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다. 어깨너머로 배우게 해주신 세상이 무궁무진했다"고 했다.

강 전 실장은 "청와대는 제 개인의 거취와 관계없이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대오를 유지할 것"이라며 "새로운 비서실장님과 제가 만나본 가장 유능한 참모들이 든든히 버틸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서실장이 된 첫날부터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모든 목소리와 비판해주신 모든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 더 깊이 살폈어야 했던 일들을 오래 기억하겠다"고 했다.

강 전 실장은 지난달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그는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이 강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