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1도 떨어질 때 혈압 오르고 일교차 1도에 부정맥 응급실 1.84%↑ 환자 열에 셋은 무증상… 워치 알림은 '진단' 아닌 '선별' 신호
아침저녁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심장 환자가 응급실 문을 두드리는 횟수가 늘어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2016년 응급실 환자 3만 명을 분석한 결과 일교차가 1도 커질 때마다 부정맥 환자의 응급실 방문은 1.84% 늘었다. 요즘처럼 하루 기온이 10도 안팎 오르내리는 가을이 심장에는 가장 고된 계절인 셈이다.
◆ 찬바람이 혈관을 조인다
기온이 떨어지면 몸은 열을 지키려고 말초혈관을 좁힌다. 질병관리청이 2023년 10월 발표한 기온변화 관리 지침을 보면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mmHg 오른다. 좁아진 혈관으로 피를 밀어내려 심장이 더 세게 뛰고, 이 부담이 박동 리듬을 흔든다.
뇌졸중도 같은 궤적을 그린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의 2024년 역학연구에서 일교차가 1도 벌어질 때 급성 뇌졸중 위험은 2.4% 높아졌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2.7%로 상승 폭이 더 가팔랐다. 일교차가 10도 벌어지면 뇌졸중 위험이 4분의 1 가까이 뛴다는 계산이다.
◆ 10년 새 두 배 된 '침묵의 부정맥'
환자 규모도 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로 2024년 부정맥 진료 환자는 50만 명을 넘어 5년 새 4분의 1이 늘었다. 진료비는 같은 기간 6할 가까이 불어 4807억 원에 이르렀다. 60대와 70대 남성이 가장 많다.
◆ 뇌졸중 위험 5배, 열에 셋은 증상 없다
심방세동이 무서운 이유는 심장 안에 고인 피가 굳어 뇌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대한부정맥학회의 2021년 진료 지침은 심방세동 환자의 허혈성 뇌졸중 위험을 일반인의 5배로 본다. 국내 뇌경색 환자 다섯 중 한 명은 심방세동을 함께 갖고 있다.
문제는 모르고 지나간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심방세동 환자의 약 30%가 두근거림이나 어지럼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뇌경색을 겪고 나서야 심방세동을 처음 진단받는 환자가 전체의 5~6%에 이르고, 그때까지 항응고제를 처방받지 못한 환자가 2만3천 명에 달했다. 항응고제를 제때 먹으면 뇌졸중 위험은 3분의 2가 줄어든다.
병원에서 잡기도 쉽지 않다. 발작성 심방세동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심장내과 교수는 "환자가 가슴 두근거림이 있었다고 해도 증상이 나타났다 다시 사라지곤 한다"며 "어렵게 병원을 예약하고 와서 검사해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진료실에서 10초간 찍는 일반 심전도의 발견율은 1% 수준이고, 24시간 홀터 검사도 절반 정도만 잡아낸다.
◆ 손가락 세 개로 하는 자가측정
가장 손쉬운 선별법은 손목이다. 엄지 아래 손목 안쪽 요골동맥에 둘째·셋째·넷째 손가락을 얹고 1분간 맥을 센다. 대한부정맥학회의 자가 측정 가이드에서 안정 시 정상 박동은 분당 60~100회다.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성이다. 박동 간격이 들쭉날쭉하거나 한 번씩 건너뛰면 심방세동을 의심해야 한다.
학회 진료 지침은 이 방법의 민감도를 87~97%로 본다. 있는 심방세동을 열에 아홉 가까이 찾아낸다는 뜻이다. 다만 특이도가 70~81%에 그쳐 정상인데 이상으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절기 기상 직후 가슴이 덜컥거린다면 그 자리에서 맥을 짚어 보는 습관이 첫 단추다.
◆ 스마트워치 알림은 '진단'이 아니라 '신호'
손목시계형 기기의 성능은 한 단계 위다. 같은 지침에서 단일유도 심전도 웨어러블의 민감도는 97~99%, 특이도는 83~94%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방세동 스마트워치는 민감도를 높이는 알고리즘으로 돼 있어 상당수 연구에서 90% 이상으로 나온다"며 "병원 검사로 잡아내기 힘든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에게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병원 연계 앱을 쓰던 70대 환자의 심박수 이상을 인천세종병원 판독센터가 확인해 즉시 불러들였고, 응급으로 심장박동기를 넣은 사례가 있다. 평소 증상이 없던 60대가 환절기 아침 덜컥거림을 느껴 워치로 심전도를 찍어 본 사례도 있다. '심방세동 의심' 알림을 확인하고 병원을 찾아 항응고제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워치는 전극 하나로 재는 단일유도 방식이다. 피부 접촉이 나쁘거나 팔을 움직이면 잡음이 섞이고, 단순 조기수축에도 불규칙 맥박 알림이 뜬다. 대한부정맥학회와 미국심장학회 지침 모두 워치 알림을 병원의 12유도 표준 심전도로 확인해야 할 선별 결과로 규정한다. 알림을 캡처해 두고 가능한 한 빨리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것이 판독법의 전부다.
◆ 60세 이상 5.7%, 검진 문턱 4%를 넘겼다
복지부는 신중하다. 심전도를 검진에 넣으면 건강보험 재정이 들고, 위양성이 2차 과잉 검사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심전도 감시는 2020년 건강보험 행위 항목으로 등재됐다. 다만 일반 상용 워치 데이터를 진료에 연계할 때의 수가 체계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대한부정맥학회는 다음 달 11일 '하트 리듬의 날' 조기검진 캠페인을 연다. 보건복지부의 국가건강검진 심전도 항목 재검토 논의는 12월로 잡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