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무대야 김장, 13개 전량 납 검출…식품용 마크 확인법

입력 2026-10-14 22: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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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폐플라스틱 원료, 납·카드뮴 용출 우려 식약처 "수저·포크 도안 확인…없으면 식품용 비닐 깔아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김장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마당이나 베란다에서 빨간 고무대야 김장을 하는 풍경은 올해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대야를 조리에 쓰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다. 재활용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이라 납과 카드뮴이 녹아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원료는 재활용 폐플라스틱

시장과 생활용품점에서 파는 빨간 대야는 대부분 식품용으로 만든 물건이 아니다. 식약처는 이 제품이 재활용 원료로 제작돼 납과 카드뮴이 용출될 수 있다고 본다. 김치 양념은 산성이다. 폐원료로 만든 대야에 절임배추와 양념을 오래 담가 두면 중금속이 녹아 나올 우려가 커진다.

고무처럼 보이지만 법으로 따지면 고무제도 아니다. 식약처 기준에서 고무제 기구는 천연·합성고무나 엘라스토머 함유율이 절반 이상인 제품만 해당한다. 비식품용 고무제품은 촉매와 착색료 탓에 조리에 쓰면 중금속이 나올 수 있다. 식약처는 이런 제품을 조리에 쓰지 말라고 안내한다.

◆ 13개 중 13개에서 납

실제 검사 수치는 과거 조사지만 분명하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진행한 안전실태 조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2008년 조사 기준으로 보면, 전통시장과 잡화점에서 수거한 비식품용 빨간 고무대야 13개 전수에서 납이 검출됐다. 가장 많이 나온 제품은 107ppm이었다. 이 가운데 다섯 개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도 함께 검출됐다.

식품용 용기는 어땠을까. 식약처가 2014년 식품용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제품 184개를 검사했을 때 중금속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같은 플라스틱이라도 식품용으로 만든 것과 폐원료를 섞은 것은 다르다는 얘기다.

◆ 수저·포크 도안을 찾아라

구분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제품이나 포장에 '식품용'이라는 단어, 또는 수저·포크 모양의 도안이 있는지 보면 된다. 식약처는 2013년 고시로 식품용 기구 구분 표시제도를 들여왔다. 고무제는 2016년, 플라스틱 같은 합성수지제는 2017년부터 표시가 의무다. 표시는 잉크나 각인, 소인으로 제품 본체나 최소 판매단위 포장에 새긴다.

식품용 기구에는 PE·PP 같은 재질명도 함께 적힌다. 식약처가 김장용으로 권하는 재질은 PE와 PP, 그리고 스테인리스다.

식약처 관계자는 "포장이나 제품에 '식품용' 단어나 포크 모양의 식품용 기구 마크 도안이 있는지 확인하시면 된다"며 "가급적 빨간색 고무대야보다는 식품용 대야나 스테인리스 재질의 것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그래도 써야 한다면 비닐부터

농가나 고령층 가정에서는 대용량 스테인리스 용기가 비싸고 무거워 빨간 대야를 바꾸기 쉽지 않다. 전통시장 상인과 영세 농가도 값싼 빨간 대야를 여전히 찾는다. 용기 제조업계는 일부 대형 빨간 대야는 식품용 적합 판정을 받고 생산된 만큼 일괄 금지는 지나치다고 말한다.

식약처가 내놓은 절충안은 비닐이다. 식품용이 아닌 대야를 꼭 써야 한다면 식품용 PE 비닐을 깔아 배추와 양념이 대야에 직접 닿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이때 비닐도 식품용 표시가 있어야 한다. 다만 식품용 비닐이라도 뜨거운 국물이나 양념에 오래 닿아 내열 한도를 넘기면 화학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식약처도 인정한다.

◆ 양파망 육수, 플라스틱 국자도 금물

김장철에 흔한 실수는 대야만이 아니다. 양파망을 멸치나 다시마를 넣는 육수망으로 쓰는 집이 적지 않다. 양파망은 농산물 포장용이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붉은 색소와 유해 성분이 녹아 나온다. 식약처는 육수에는 스테인리스 망을 쓰라고 권한다.

플라스틱 국자나 바가지를 냄비에 넣고 함께 끓이는 습관도 마찬가지다. 식약처 관계자는 "플라스틱 국자나 바가지를 국 냄비 등에 넣고 음식과 함께 가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플라스틱 재질 대신 스테인리스 국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11월 점검, 기준은 더 조인다

식약처와 전국 17개 시·도는 매년 11월 김장용 식재료와 기구를 만들고 파는 업체 1천800여 곳을 함께 점검한다. 2023년 합동 위생점검에서는 절임배추·김치 제조판매업체 1천980곳 가운데 21곳이 위생 취급기준 위반 등으로 적발됐다.

지자체 차원의 단속도 이어진다. 경기도는 일반음식점을 점검하면서 재활용 빨간 고무대야를 조리기구로 쓰던 업소를 찾아내 시정 조치하기도 했다.

기준도 조여지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8월 기구 및 용기·포장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영유아용 고무제 기구의 유해 중금속 허용 기준을 최대 10분의 1로 낮췄다. 식품용 물리적 재생 PP 용기 안전기준은 올해 말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