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숫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
노아 지안시라쿠사 지음/청림출판 펴냄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흔히 말한다. 적어도 사람의 말이나 감정보다 데이터는 객관적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순위부터 주식 수익률, 신용점수, SNS 조회수까지 숫자는 수많은 판단의 근거가 된다. 이처럼 우리가 마주하는 숫자는 정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까.
신간 '숫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은 이 익숙한 믿음에 질문을 던진다. 숫자와 알고리즘 자체를 불신하라고 말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이해함으로써 소수의 권력 주체가 활용해온 수학적 도구를 우리 모두가 일상의 판단에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벤틀리대 교수로 활동하는 수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인 저자 노아 지안시라쿠사는 수학과 알고리즘을 폭넓게 연구해왔다.
오늘날 우리의 행동은 모두 데이터로 기록된다. 무엇을 사고, 어떤 콘텐츠를 보고, 어디에 투자하는지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데이터는 은행과 보험사, 거대 테크기업, 정부기관 등이 확률을 계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재료가 된다. 스마트폰 앱, 인공지능(AI)이 삶 깊숙이 들어올수록 개인의 데이터는 더욱 쉽게 추적되고 분석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숫자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믿기 쉽다는 데 있다.
책은 대학 순위를 예로 든다. 객관적인 판단 기준처럼 보이는 대학 순위를 만들 때는 여러 평가 항목에 각각 중요도를 부여하고 이를 합산하는 '가중합'이 사용된다. 계산 자체는 수학적이지만, 각 평가 항목에는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반영될 수 있다. 같은 대학이라도 무엇을 중요하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이미 정해진 숫자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숫자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에 직접 가중치를 부여해보라고 권한다.
주식, 복권, 카지노 베팅 등 불확실한 선택 앞에서는 '기댓값'도 유용한 도구가 된다. 결과가 발생할 확률과 그 결과가 지닌 가치를 함께 고려해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을 추구할 만한지 따져보는 방식이다.
다만 숫자 하나가 모든 위험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재난, 파산, 불의의 사고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평균이나 기댓값만 바라보지 않고 전체적인 분포를 고려하는 '분산'의 사고방식도 함께 제시한다. 확률이 낮더라도 불확실성에 직면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행동하는 경우와 행동하지 않는 경우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는 '베이즈 공식'을 끌어온다. 핵심은 조건부 확률이다. 처음 세운 판단을 고정된 결론으로 여기지 않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가능성을 다시 살피는 방식이다. 가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나 공개 토론, 선거판을 흔드는 사건이 등장했다면 이를 반영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다시 판단하는 식이다.
결국 수학을 자신의 선택에 활용하는 주도적인 자세를 강조한다. 가중합은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평균은 집단의 통찰력이 지닌 힘을 일깨운다. 베이즈 공식은 유연성을 알려주고,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는 그 영향에서 벗어날 계기를 제공한다. 삶을 보다 유리하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 저자가 말하는 '수학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이다. 324쪽, 2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