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한국 경제의 고용 성적표는 딴 나라 이야기다. 지난 8월 전체 취업자는 전년보다 18만4천 명 늘었다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되려 14만3천 명 줄었다. 청년 취업자 감소는 무려 46개월째, 고용률 하락은 28개월째 이어졌다.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평균 11.2개월이 걸린다. 취업이 늦어질수록 경제적 자립과 결혼, 출산도 뒤로 밀린다. 청년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는 내년 청년정책 재정투자를 올해 28조2천억원에서 43조3천억원으로 53.5% 늘린다고 발표했다. 직업훈련과 일 경험, 채용 장려금은 물론 주거와 자산(資産) 형성까지 지원한다. 정책 목록만 보면 기회가 넘쳐날 것 같지만 청년들이 마주하는 취업시장은 딴판이다. 정책이 일자리 창출이 아닌 청년 교육과 경험의 부족을 겨냥해서다.
지난 8월 제조업 취업자는 3만8천 명 감소한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18만6천 명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종 월평균 임금은 263만5천원으로 제조업 448만원의 59%에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와 안정적이고 보수 좋은 일자리 증가는 별개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생산과 수출 증가가 과거처럼 대규모 신규 채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동화가 확산할수록 성장과 고용의 거리는 멀어진다. 청년들은 자격증과 어학 점수, 인턴 경력을 쌓기에 여념(餘念)이 없는데 정부는 새 직업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며 예산을 늘린다. 채용 규모가 늘지 않으면 아무리 자격증이 많아도 누군가 계속 탈락한다. 청년들에게 부족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채용할 기업과 일자리임을 정부는 모르는가.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K-뉴딜 아카데미'는 대기업이 직접 직무(職務) 교육을 제공하고 정부가 훈련비와 수당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988억원을 투입해 1만 명을 교육하겠다던 목표와 달리 지난달 15일 실제 훈련 인원은 4천249명이었다. 정부는 모집 부진의 원인과 취업 효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내년 훈련 목표를 5만 명으로, 예산은 4천895억원으로 늘렸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취업 취약 청년을 우선 지원한다면서도 기업들이 실제로 우대 선발했는지 노동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것과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 자칫 정부 재정으로 기업의 인력 양성 비용을 덜어주고 청년들에게는 수료증만 달랑 쥐여 주는 사업으로 끝날 수도 있다. 올해 중앙정부 청년정책만 389개, 일자리 관련 과제는 128개다. 그런데 다시 새 사업을 만들고 예산부터 크게 늘리려 한다. 기존 사업이 실제 신규 채용을 얼마나 늘렸는지, 청년들의 취업 준비기간을 얼마나 단축했는지부터 평가하는 게 순서다.
최근 여론조사는 정부·여당에 매서운 경고를 보낸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20대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10~20%포인트(p) 높다. 물론 청년 취업난을 정당 지지율 격차의 원인으로 단정(斷定)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청년층의 낮은 지지를 가볍게 여길 상황도 아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를 외면한 채 예산 규모와 지원 인원을 성과처럼 내세운다면 청년정책은 민심 달래기용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청년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기약조차 없는 새로운 취업 준비 과정이 아니라 취업 준비를 끝낼 수 있는 일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