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장 절반 교체·향피제 전면 적용…"지역 모르는 지휘관, 현장 혼선 우려"

입력 2026-10-13 16: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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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총경 47명 중 21명 지역 근무 이력…일선 서장은 타 지역 출신 중심 배치
경찰 내부서도 지역 밀착형 치안 공백 우려…전문가 "생활안전·교통 등 향피제 예외 검토해야"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경찰개혁의 길, 국민에게 듣는다' 국민경청회에서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경찰서장 절반 정도가 교체되고 총경급 주요 보직에 향피제가 전면 적용되면서, 지역 실정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지휘관의 현장 대응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유착을 막고 인적 쇄신을 꾀한다는 취지지만, 지역 특성을 반영해야 하는 경찰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근무지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13일 전국 경찰서장 242명 가운데 118명(49%)을 교체하는 등 총경급 385개 직위에 대한 하반기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시도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과 수사 분야 주요 과장, 경찰서장 직위에 출신 지역 근무를 제한하는 향피제를 전면 적용했다. 최근 부실수사 논란과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경찰 조직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향피제 적용 실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서장은 범죄 예방과 수사, 교통안전, 여성·아동 보호는 물론 재난 대응까지 지역 안전 전반을 책임진다. 지역별 범죄 취약지와 주민 구성, 생활권 특성을 파악하고 주민·유관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인사로 대구·경북경찰청 총경 47명 가운데 21명은 과거 해당 지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선 시·군 경찰서장에는 해당 지역 근무 경험이 없는 인사 위주로 배치가 이뤄졌다.

지역의 한 총경은 "전보 인사를 앞두고 생활권이 완전히 다른 충청·호남 등 타 권역에서 근무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찰서장이 지역의 범죄 발생 양상과 치안 수요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 현장 대응과 정책 판단도 지연될 수있고,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실무진의 보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지휘관의 독자적인 판단과 적극적인 치안 행정이 위축될 가능성도 지적한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향피제의 취지와 별개로 지역 밀착형 치안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지역의 범죄 다발 지역과 주민 구성, 치안 수요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장 경험과 지역 이해가 필요한 보직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서장은 지역 안전의 총책임자다. 인적 쇄신을 위해 준비 없이 근무 지역만 바꾸면 현장 적응 과정에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생활안전과 교통, 여성청소년 등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주민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하는 부서는 향피제 적용을 제외하는 등 경찰 업무의 특성을 고려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번 인사에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의 수사심의과장 보직을 채워 변화된 형사사법체계에 대응할 지휘·관리 체계도 보강했으며, 이번 총경급 인사를 끝으로 올해 하반기 인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