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역대급 실적 발표에도 코스피 5거래일 연속 하락
외국인 올해 199조 순매도…삼전·하닉에 '팔자' 집중
자사주 매입 종료로 수급 공백…"10월 말 주주환원책이 분수령"
미국과 대만 증시가 인공지능(AI) 기대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피만 뒷걸음질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처음 돌파하는 역대급 실적을 내고 반도체 수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증권가는 코스피 반등의 열쇠를 반도체 업황이 아닌 외국인 수급에서 찾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5분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4.24% 급락한 6113.48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7일 종가기준 7003포인트까지 올랐지만 이튿날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반도체 대형주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782.5% 늘어난 107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국내 기업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 2.42% 내리며 26만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며 이날 오전 9시55분 기준 23만원대까지 내려왔다. SK하이닉스도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해 180만원대 중반에서 16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던 코스피는 이날 같은 시각 7%대 급락하며 148만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실적이 주가를 떠받치지 못한 것은 외국인 매도 탓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매도는 반도체 투톱에 집중됐다. 이달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SK하이닉스가 5조원대, 삼성전자가 1조원대에 이른다. 이날 같은 시각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1524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 이탈은 올해 내내 이어졌다. 외국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99조원을 순매도했다. 상반기 177조원을 판 데 이어 7~8월 매도세가 다소 둔화했다가 9월 들어 21조5000억원으로 다시 커졌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은 연초 52.4%에서 이날 46.3%까지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이다.
국내 증시의 부진은 글로벌 증시와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6월 22일 전고점(9114.55)보다 29.9% 낮다. 반면 7월 말 저점을 찍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고점과의 격차를 14%대까지 좁혔고, 대만 가권지수는 전고점을 넘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주요국 중 1위였던 코스피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51.49%로 대만(70.22%)에 역전됐다.
같은 AI 수혜국인데도 한국만 소외되는 이유로는 메모리 쏠림이 꼽힌다. 미국은 AI 서비스와 인프라 전반에 주도주가 퍼져 있고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를 누린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주도주가 있지만 둘 다 메모리에 쏠려 있어 메모리 실적 성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같은 AI 수혜국이라도 주가 회복력과 투자자들이 부여하는 성장 지속성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고금리와 고유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매도를 강화했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외국인 이탈을 매크로 변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익 증가율 둔화 우려도 겹친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 상장사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2027년 33%에서 2028년 6.3%로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미국(17~18%), 대만(20~30%)보다 둔화 속도가 빠르다. 기업 이익은 늘고 있지만 성장 속도가 주요국보다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급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과 개인의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 하단을 떠받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자사주 매입을 마쳤고 SK하이닉스도 이번 주 중 완료할 가능성이 크다. 두 회사의 매입 규모는 약 55조원에 이른다.
관건은 이 실적이 외국인을 돌려세울 추가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느냐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배경에는 이익의 지속성과 주주환원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많다. 외국인은 당장의 이익 규모보다 그 이익의 지속 가능성과 주주환원 수준을 더 중시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는 반도체 업황 자체를 고점 통과로 보기는 이르다고 진단한다. HBM 장기공급계약 확대와 HBM4 양산이 과거보다 실적 안정성을 높인 데다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액도 12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0.9% 급증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이달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에 주목하고 있다.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이 제시돼 외국인을 붙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주가를 지지하는 요인이지만 밸류에이션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며 "프리미엄 축소를 기대할 수 있는 변곡점은 10월 말 3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될 추가 주주환원책"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반도체를 핵심 투자 대상으로 유지하되 대응 범위를 넓히라고 조언한다. 결국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이달 말 주주환원책이 시장 기대를 채우는지가 코스피 반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반도체를 매도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면 교체에 나설 근거는 제한적"이라며 "10월 말 주주환원 정책 발표 전까지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2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련주로 대응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