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개정 표준약관, 5만원 초과 현금 환급률 90→95% 카카오 8월 적용…무상 지급 기업용 쿠폰은 여전히 환불 사각지대
생일에 받은 커피 쿠폰, 명절에 들어온 호텔 뷔페권. 카카오톡 선물함에 쌓인 채 유효기간을 넘긴 상품권을 많은 사람이 그냥 버린다. 하지만 기한이 지났다고 권리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모바일상품권 환불은 구매일로부터 5년 안이면 청구할 수 있다. 5만원을 넘는 상품권은 현금으로 95%, 포인트로 받으면 액면가 전액을 돌려받는다.
◆ 유효기간과 소멸시효는 다르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헷갈리는 지점이 여기다. 상품권에 찍힌 유효기간은 '쓸 수 있는 기간'이고, 환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따로 있다. 상법이 정한 상사채권 소멸시효 5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을 고치면서 이 기준을 분명히 했다. 종전에는 일부 사업자가 '발행일'을 기준으로 5년을 셌다. 공정위는 이를 구매일 또는 충전일 기준으로 바로잡았다. 선물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그만큼 청구할 수 있는 날이 늘어난 셈이다.
카카오는 올해 8월부터 소멸시효가 끝나기 30일 전을 포함해 최소 세 차례 사전 알림을 보내도록 약관을 바꿨다. 알림톡과 이메일로 통지한다. 5년이 지나면 그 돈은 사업자 몫으로 굳는다.
◆ 5만원 넘으면 95%, 포인트면 100%
환급률은 금액에 따라 갈린다. 5만원을 넘는 상품권은 잔액의 95%를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종전 90%에서 5%포인트 올랐다. 5만원 이하는 기존 90%가 그대로다. 공정위는 소액 상품권은 기한 안에 쓸 가능성이 높아 소비를 유도하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포인트나 적립금으로 받는 길도 있다. 이 경우 금액과 상관없이 액면가 100%가 그대로 보전된다. 사업자가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에 한한다.
카카오 선물하기 기준으로 10만원짜리 호텔 뷔페권을 기한 안에 쓰지 못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9만5천원을 계좌로 환급받거나 10만 카카오쇼핑포인트로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유효기간이 끝난 지 1년이 지난 상품권을 수수료 공제 없이 전액 포인트로 받은 사례도 있다.
◆ 7일 안이면 전액, 쓰다 남아도 잔액 환급
구매하거나 충전한 지 7일이 안 됐다면 수수료 없이 전액 취소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의 청약철회권이 그대로 적용된다.
금액형 상품권은 일부만 써도 잔액을 돌려받는다. 1만원 초과는 액면가의 60% 이상, 1만원 이하는 80% 이상을 쓰면 남은 돈을 환급해 준다. 공정위는 지난해 페이코 등 열 개 사업자의 환불·양도 제한 조항 85개를 한꺼번에 시정했다.
◆ 5년간 1615억원, 수수료로 굳은 돈
규칙이 바뀐 배경에는 '낙전수입' 논란이 있다. 2024년 국정감사 때 국회 정무위원회 이정문 의원실이 카카오 제출 자료를 분석했다. 카카오 선물하기의 환불 수수료 수익은 202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1615억원으로 추산됐다. 2021년 한 해에만 45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후 해마다 줄었다.
시장은 그 사이 훨씬 커졌다. 신유형 상품권 거래액은 2019년 3조4천억원에서 2024년 8조6천억원으로 두 배 반이 됐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월 발표한 온라인쇼핑동향을 보면 이쿠폰 거래의 열에 아홉(90.5%)은 모바일에서 이뤄진다.
반면 소비자는 권리를 잘 모른다. 국민권익위원회의 2019년 설문에서 기한 지난 상품권을 환불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응답은 75.2%에 달했다. 만료 뒤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58.6%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신유형 상품권 상담 분석 결과를 보면 접수된 1천349건 가운데 사용·환급 거부가 74.0%(998건)를 차지했다.
◆ 포인트 100%의 조건
포인트 전환은 깎이는 게 없지만 공짜는 아니다. 소비자단체는 플랫폼 적립금 환급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카카오쇼핑포인트처럼 적립금으로 받으면 현금으로 뺄 수 없고 해당 플랫폼 안에서만 쓸 수 있어 '가두기' 효과가 생긴다. 현금 95%와 포인트 100% 가운데 무엇이 이득인지는 그 플랫폼을 계속 쓸지에 달렸다.
◆ 공짜로 받은 쿠폰은 예외
표준약관이 모든 모바일상품권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기업이 대량으로 사서 이벤트나 판촉으로 무상 배포한 상품권은 환불 대상에서 빠진다. 기한이 지나면 연장도, 환급도 안 된다. 직원 복지용으로 기업이 구매한 상품권도 같은 이유로 거부당하는 일이 생긴다.
한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B2B 모바일 상품권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받고 있어 95% 환불은 안 되더라도 기간이 비교적 짧은 만큼 보상 차원에서 일정 부분은 환불해줄 수 있는 규정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