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50㎡ 미만 매장, 보조인력·호출벨·소프트웨어 중 택일 과태료는 인권위 진정·시정명령 거쳐야…11월 범부처 점검회의
"키오스크 화면이 안 보이고 소리가 안 들리면 과태료 3천만 원을 문다"는 말이 자영업자 사이에 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올해 1월부터 기존 매장 키오스크에도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편의 제공 의무가 붙었다. 다만 소상공인은 기기를 바꾸지 않고 호출벨이나 보조 소프트웨어만 갖춰도 법을 지킨 것으로 인정받는다. 과태료도 바로 날아오지 않는다.
◆ 1월부터 기존 키오스크도 대상
법 시행 전에 들여놓은 기기도 1월 28일부터 의무 대상이 됐다.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전국 매장의 키오스크가 전면 적용 단계에 들어섰다.
그런데 정식 검증을 통과한 기기는 드물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등록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6월 말 기준 3482대다. 전국에 깔린 키오스크는 53만 대로 추정된다.
가격이 걸림돌이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일반 기기의 두 배 값이다. 과기정통부 검증을 통과한 모델도 51종에 그친다. 일반 매장은 이 검증 기기에 단말기 위치를 알려 주는 음성안내장치까지 갖춰야 한다. 종전 여섯 가지 기준이 두 가지로 줄었지만 기기 교체는 피할 수 없다.
◆ 소상공인은 호출벨로 갈음
지난해 11월 개정된 시행령이 숨통을 틔웠다. 소상공인기본법상 소상공인과 바닥면적 50㎡(약 15평) 미만 근린생활시설 매장은 고가 기기를 사지 않아도 된다. 테이블오더처럼 화면 대각선 28㎝ 이하 소형 기기를 쓰는 매장도 같은 예외를 받는다.
대신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보조인력을 두거나 호출벨을 설치하고, 기존 단말기와 호환되는 보조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방식이다. 화면에 QR코드를 띄워 손님이 자기 스마트폰의 음성 읽기 기능으로 주문하게 하는 것도 인정된다.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매장은 면적이 작아도 호출벨을 반드시 둬야 한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은 키오스크를 두고 호출벨을 설치해 직원이 주문을 돕게 한 분식점을 충족 사례로 든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기준 통계로 이 예외를 받는 소상공인은 596만 명이다.
◆ 과태료는 세 단계를 거친다
과태료는 마지막 단계다. 누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인권위가 조사해 시정을 권고한다.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 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어겼을 때 최대 3000만 원을 문다. 시정 기한은 3개월이 주어진다.
보건복지부는 "제도 시행 초기 현장의 준비 상황과 이행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은 제도 이행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인권위에 접수된 키오스크 관련 진정은 50건이고, 이 가운데 45건은 아직 조사 중이다.
◆ 그래도 사겠다면 최대 700만 원
기기를 바꾸기로 했다면 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을 보면 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사면 최대 7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일반 기술 키오스크는 한도가 500만 원으로 200만 원 적다. 배리어프리 기기를 우대하는 구조다.
기기 교체 없이 접근성 개선 소프트웨어만 깔 때도 매장당 연 30만 원 한도로 최대 2년간 지원한다. 다만 스마트상점 예산 자체는 줄고 있다. 지난해 예산은 325억 원으로 전년보다 깎였다. 과기정통부는 배리어프리 연구개발과 보급에 추경 92억 원을 따로 편성했다.
경기도는 31개 시·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체 인정 기준 홍보와 보조기기 연계 점검에 들어갔다.
◆ 장애계 "호출벨은 대안일 뿐"
예외 규정은 장애인 쪽 수요를 근거로 삼았다. 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에서 키오스크를 써 본 장애인 열에 여섯이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시각장애인 열에 여덟 가까이는 매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직원 배치와 호출벨을 꼽았고, 열에 일곱은 키오스크보다 직원 대면 주문을 선호했다. 반면 키오스크를 운영하는 기관 중 보조 인력을 둔 곳은 절반에 못 미쳤다.
장애계는 그래도 후퇴라고 본다. 장애인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호출벨을 설치해 언제든 인적지원을 받는 것은 대안적인 조치일 뿐,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이야기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될 수 없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혼자서 이용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개정 취지이며 정당한 편의 제공"이라고 말했다. 한 공익인권 관계자는 "시행령은 소상공인 보호 명분으로 포장돼 있지만, 행정의 논리를 앞세워 가장 약한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는 시행령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자영업계의 불만은 반대 방향이다. 인건비 때문에 무인 기기를 들였는데 다시 사람을 상시 대기시키라는 것은 모순이며, 1인 매장은 피크시간대에 호출벨이 울려도 바로 응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11월 전면 시행 후속 범부처 제도 개선 점검 회의를 열고, 지자체와 함께 현장 이행 모니터링과 실태조사를 이어간다. 시행령 헌법소원 심판 결과는 12월 선고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