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시행 제19조의2, 청소·경비 등 14개 항목 내역 제공 의무 일방 인상 무효 판결 잇따라…제재 조항 없고 환산보증금 초과 상가 제외
상가 월세는 1년에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임대인은 월세 대신 관리비를 올렸다. 지난 5월 시행된 개정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상가 관리비 공개를 의무화하며 이 통로를 좁혔다. 임차인이 요구하면 임대인은 관리비를 항목별로 나눠 내역을 내놔야 한다.
◆ 관리비는 상한 밖이었다
지난해 7월 국회 오세희 의원실이 법안을 발의하며 든 사례는 이렇다. 임대인은 월세 인상 한도를 지키는 대신 관리비를 1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렸다. 월세를 건드리지 않고도 다달이 30만 원을 더 걷은 셈이다.
법원도 이 공백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년 관리비 증액에는 차임 증액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대인이 관리비를 얼마나 올리든 법이 막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소상공인의 부담은 수치로 남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 열에 셋 가까이가 임대료와 불분명한 관리비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원센터에 들어온 임대차 민원 다섯 건 가운데 한 건이 관리비가 불투명하거나 과하다는 내용이었다.
계약 해지 요건도 차임만 기준으로 삼는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은 임차인의 차임 연체액이 3기분에 이를 때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한다. 관리비는 이 조문에도 이름이 없다.
◆ 청소비·경비비…14개 항목으로 쪼개 준다
지난해 11월 공포된 법 제19조의2가 6개월 유예를 거쳐 5월 12일 시행됐다. 임차인은 관리비 내역을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임대인은 응해야 한다. 시행령은 청소비·경비비 등 14개 항목을 정해 항목마다 금액을 적도록 했다.
예외도 있다. 임차인 한 명당 월 관리비가 10만 원에 못 미치는 소규모 상가는 금액 대신 어떤 항목이 들어갔는지만 알리면 된다. 법무부는 같은 날 이 항목들과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조항을 넣은 표준계약서를 배포했다. 새 규정은 시행일 이후 체결하거나 갱신한 계약에 적용된다.
◆ 내역을 받았다면 영수증을 요구하라
법 시행 뒤 현장은 움직이고 있다. 관리비를 월세 대신 올린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항목별 영수증 제출을 요구한 사례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돼 있다. 내역 공개가 곧 반환의 출발점이다.
법원 판결도 쌓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실비 근거 없이 관리비를 4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올린 계약을 무효로 보고 초과분을 돌려주라고 했다. 계약서에 월 관리비가 15만 원으로 적힌 상가에서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올려 받은 사건에서는 임차인이 합의가 없었음을 입증해 초과 납부액 983만5000원과 이자를 받아냈다.
다만 내역이 규약대로라면 돌려받지 못한다. 상가 안 음식점 다섯 곳 임차인이 관리단을 상대로 전기·수도료와 공용 관리비 8천만 원대를 과다 청구당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졌다. 관리규약에 정한 산정 기준이 적법하다는 이유였다.
◆ 소송 전 조정위, 60일 안에 끝난다
소송까지 가지 않는 길도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조정이 시작되면 60일 안에 마무리된다. 서울시 위원회에는 재작년 195건이 들어와 출범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해 서울시 위원회는 접수 182건 가운데 89건을 합의로 끝내 성립률 83.1%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위원회에 들어온 상가 분쟁 가운데 차임·보증금 증감을 다툰 사건은 전체의 여섯 중 하나 정도였다.
서울시 위원회가 지난해 2월 공개한 2024년 접수 처리 현황을 보면 임대료 증감을 다툰 조정 신청은 34건으로 전체의 17%였다. 계약 해지와 수리비 분쟁 다음으로 많은 유형이었다.
◆ 과태료 없고, 9억 넘는 상가는 빠졌다
한계는 분명하다. 제19조의2에는 내역을 주지 않아도 과태료나 처벌 조항이 없다. 임대인이 묵살하면 임차인은 조정이나 민사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돌려받으려면 장부열람 가처분이나 감정으로 실제 지출보다 더 걷혔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적용 범위도 좁다. 환산보증금이 서울 9억 원, 그 밖의 지역 3억7천만 원을 넘는 상가는 법 보호 대상이 아니어서 내역 요구권을 쓸 수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달 국정감사에서 상가 관리비 실태와 이행 상황을 점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