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 비급여 특약 연 50회·350만원, 10회마다 호전 입증해야 7월부터 회당 4만3850원 관리급여…체외충격파도 7개 질환·연 12회
아침저녁 기온 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어깨와 허리, 무릎이 먼저 반응한다. 정형외과를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자연스레 도수치료 처방도 많아지는 계절이다. 그런데 올해는 도수치료 실손보험을 둘러싼 사정이 전혀 다르다. 7월부터 도수치료가 건강보험 관리급여로 묶였고,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10회 단위 심사는 그대로 살아 있다. "통증이 심하다"는 말만으로 열 번 넘게 받은 치료비를 돌려받던 시절은 끝났다.
◆ 10회마다 멈춰 서는 보험금
4세대 실손은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를 '비급여 3대 특약'으로 묶어 연간 50회, 350만원까지 보장한다. 자기부담은 치료비의 30%와 3만원 가운데 큰 쪽이다. 여기까지는 가입자 대부분이 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약관은 처음 10회만 조건 없이 보장한다. 이후에는 열 번마다 증상이 나아졌는지, 병변이 좋아졌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다음 열 번이 열린다. 호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보험사는 지급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올해 1월 내놓은 분쟁해결기준은 '객관적'의 뜻을 더 좁혔다. 관절가동범위와 근력평가, 통증평가척도 같은 검사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종합해 호전 여부를 판단한다. 의사가 "좋아지고 있다"고 적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같은 치료, 다른 결과
허리디스크 환자가 도수치료를 열일곱 차례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진료기록에는 통증 호소만 반복됐다. 보험사는 처음 열 번분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보류했다. 관절가동범위와 통증척도 검사 결과가 없다는 이유였다.
반대로 법원은 경추부 통증으로 도수치료를 장기간 받은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관절 각도가 넓어지고 통증 점수가 떨어진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통증, 같은 치료였지만 검사지 한 장이 결과를 갈랐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피해구제 통계 가운데 2024년 3분기까지 접수 건 기준으로 도수치료는 16.1%를 차지해 백내장 다음으로 많았다. 소비자원은 보험사가 객관적 입증이 어려운 통증 질환을 자체 서면 의료자문만으로 일방 거절하는 관행도 문제로 짚었다.
◆ 7월부터 회당 4만3850원, 연 15회
보건복지부는 7월 1일부터 도수치료를 비급여에서 관리급여로 옮겼다. 전국 어느 병원에서 받아도 1회 4만3850원이다. 건강보험이 5%를 내고 환자가 95%를 부담한다.
횟수도 묶였다. 주 2회 이내, 연간 15회까지만 급여로 인정한다. 골절이나 수술 뒤 관절이 굳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24회까지 허용한다.
조건은 더 있다. 도수치료에 앞서 기본물리치료나 단순재활치료를 2주 이상, 네 차례 넘게 받은 기록이 있어야 한다. 단순 피로 회복이나 체형 교정이 목적이라면 소견서를 붙여도 관리급여와 실손 모두 대상이 아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연간 15회라는 획일적 제한이 만성 척추·관절 질환자의 재활을 끊는 '보장 절벽'을 만든다고 반발한다. 단기간 열 번의 치료로 기능이 영구히 회복되기 어려운 환자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 체외충격파도 7개 질환·연 12회
금감원은 6월 체외충격파 분쟁조정기준을 마련해 7월부터 적용했다. 실손 인정 대상은 회전근개 건변증·족저근막염 등 7개 질환으로 한정된다. 같은 부위는 최대 6회, 한 해 12회가 상한이다.
어깨와 무릎을 한 날 함께 치료해도 한 부위만 보상한다.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6월 집계한 통계에서 연 12회 이상 체외충격파를 받는 환자 비중은 4.6%에 그쳤다. 백 명 가운데 다섯 명이 안 되는 이들을 겨냥한 기준이다.
◆ 도수치료 96% 줄자 냉각치료 218% 뛰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실이 지난달 20일 공개한 5개 손해보험사 자료를 보면 8월 도수치료 청구액은 19억원대로 1년 전보다 96% 줄었다. 건당 평균 청구액도 절반으로 떨어졌다.
빈자리는 다른 치료가 채웠다. 도수치료 대체 항목인 신장분사 냉각치료 청구액은 같은 달 144억원대로 218% 늘었다. 한쪽을 누르자 다른 쪽이 부푸는 풍선효과다.
보험사 사정도 좋지 않다. 금감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25년 실손보험 사업실적 잠정치에서 근골격계 비급여 지급보험금은 2조7000억원 가까이로 암 등 3대 중증질환 지급액을 넘어섰다. 4세대 실손의 경과손해율은 115%대로 더 나빠졌다.
◆ 소견서에 담아야 할 것
결국 가입자가 챙길 것은 정해져 있다. 도수치료 전 기본물리치료 기록, 열 번째 치료를 전후한 관절가동범위·통증척도·근력 검사 수치 둘 이상, 그리고 치료 목적이 명시된 소견서다. 체외충격파는 질환명과 치료 부위가 기록에 남아야 한다.
보험사가 거절하면 금감원 분쟁조정 기준이 판단 잣대가 된다. 복지부는 11월 비급여관리협의체에서 체외충격파 등 2차 관리급여 항목을 논의하고, 12월 말 관리급여 시행 6개월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급여기준 보완을 검토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건당국의 관리급여 지정에 맞춰 체외충격파 등 다른 비급여로 전이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고 과잉진료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을 확립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