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에 답례품 30% 얹어 13만원 결정세액 0원이면 한 푼도 못 받아…12월 31일 기부분까지 공제
연말정산을 석 달 앞둔 직장인 사이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연말정산 혜택은 '손해 볼 일 없는 기부'로 통한다. 10만원을 내면 연말정산에서 10만원을 그대로 돌려받고, 여기에 3만원어치 한우나 쌀이 집으로 온다. 내는 돈보다 받는 게 많은 13만원 공식이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2025년 모금액은 1515억원, 건수로는 139만2000건이다. 제도 첫해보다 건수는 두 배 반 넘게 늘었다. 기부자 열에 여섯은 30대와 40대였다.
◆ 10만원이 13만원으로 돌아오는 구조
고향사랑기부제는 주민등록 주소지를 뺀 전국 어느 광역·기초 지자체에나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지자체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10만원까지는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합쳐 기부액 전부를 세액에서 빼 준다. 여기에 고향사랑기부금법은 기부액의 30% 안에서 답례품을 주도록 했다.
현금이나 유가증권은 답례품으로 줄 수 없고, 지역 특산품이나 지역사랑상품권이 대신한다.
◆ 20만원까지는 44%, 그 위는 16.5%
기부 한도는 지난해 1월부터 한 사람당 연 2000만원으로 올랐다. 종전 500만원의 네 배다. 다만 10만원을 넘는 구간부터 공제율이 꺾인다.
10만원 초과 20만원까지는 44%, 20만원을 넘는 금액은 16.5%가 적용된다. 서초구가 안내한 사례로 100만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27만6000원에 답례품 30만원을 더해 57만6000원을 돌려받는다. 특별재난지역에 기부하면 10만원 초과분 공제율이 33%로 올라간다.
사업자는 셈법이 다르다. 10만원을 넘는 기부액은 세액공제 대신 전액을 필요경비로 넣을 수 있다. 한국세무사회가 분석한 최고세율 구간 사업자는 100만원을 기부해 세금 44만5000원을 줄였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해 12월 낸 절세 안내에서 사업자의 실제 혜택을 더 크게 봤다. 10만원 초과분을 필요경비로 넣어 줄어드는 세금에 답례품 30%까지 합치면 최고세율 구간 사업자는 기부액의 최대 84.5%를 돌려받는 셈이라는 계산이다. 같은 100만원을 내도 근로자보다 사업자 쪽 수지가 훨씬 낫다는 뜻이다.
◆ 답례품, 농축산물이 열에 여덟
답례품 판매액은 2025년 316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절반 넘게 늘었다. 품목은 농수축산물과 가공식품이 83.1%로 압도적이다.
기부자도 답례품을 보고 지역을 고른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이달 낸 세액공제 성과평가 보고서에서 기부 지역 선택 기준으로 답례품 매력도를 꼽은 비율이 53.1%였다. 고향이나 연고를 꼽은 비율은 32.5%에 그쳤다.
지자체 간 경쟁도 답례품으로 번졌다. 충남 논산시는 플랫폼 예약 기부자에게 설향 딸기를 800g에서 1.6kg으로 두 배 늘려 줬다. 인천 미추홀구는 비계가 과도한 삼겹살을 보낸 납품업체와 협약을 끊었다.
금액이 아니라 판매량으로 봐도 결과는 같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 8월 6일 낸 운용 현황 연구보고서를 보면 답례품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한우와 쌀 같은 지역 농축수산물이 차지했다. 기부자가 고르는 품목이 먹거리에 쏠려 있다는 점을 연구원은 농축수산물 선호로 풀이했다.
◆ 결정세액 0원이면 7만원 손해
이 공식에는 조건이 붙는다. 세액공제는 내야 할 세금이 있어야 돌려받는다. 국세청은 결정세액이 10만원에 못 미치는 근로자는 전액 환급을 받지 못하고, 못 받은 공제액을 다음 해로 넘길 수도 없다고 안내한다.
결정세액이 아예 없는 저소득 근로자라면 10만원을 내고 3만원어치 답례품만 남는다. 기부 전에 지난해 원천징수영수증에서 결정세액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 98%가 10만원에 멈춘 이유
한도가 네 배로 커졌지만 기부는 10만원에서 멈춘다. 2025년 기부 건수의 98.4%가 10만원 이하였다. 금액으로 봐도 열에 여덟 넘는 돈이 이 구간에서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10만원 초과분 공제율이 낮아 고액 기부를 끌어내기 어렵고, 답례품과 운영비를 빼면 지자체 살림에 보태지는 돈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우대 등 10만원 초과분 공제율을 지역별로 달리하는 개편안을 내년 1월 적용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 쌓이는 기금, 쓰지 않는 지자체
모인 돈이 제때 쓰이는지도 문제다. 박정현 의원실이 지난 4일 243개 지자체 사용내역을 전수 분석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광역지자체 집행액 가운데 답례품 등 경상비가 57.4%로, 사업비보다 많았다. 이상식 의원실이 지난 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18곳이 기금 사업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제도 시행 뒤 전국 지자체에 모인 3457억원 가운데 2410억원은 아직 쓰이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돈은 설계대로 지방으로 갔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2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모금액 가운데 비수도권 지자체로 들어간 돈이 92.2%, 1397억원이었다. 수도권에서 걷혀 지방으로 흐르는 구조는 작동했지만, 그 돈을 어디에 쓸지는 여전히 지자체 몫으로 남아 있다.
기부자가 쓰임새를 직접 고르는 길은 이미 열려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 2월 고향사랑기부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부자가 지원 사업을 지정해 기부하는 지정기부 제도가 신설됐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사업을 내걸고 기부자가 그 사업에 돈을 보내는 방식이어서, 모은 돈이 경상비로 새거나 기금에 묶이는 일을 막는 장치로 설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