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작품세계 조망…현대미술가 이혜인 회고전

입력 2026-10-13 09: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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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부터 18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

이혜인, Among us, 2025, Acrylic on Canvas, 53.0x45.0cm
이혜인, Among us, 2025, Acrylic on Canvas, 53.0x45.0cm
이혜인, Among us, 2025, Acrylic on Canvas, 55.0x55.0cm
이혜인, Among us, 2025, Acrylic on Canvas, 55.0x55.0cm
이혜인, thanks, 2020, Acrylic on Canvas, 33.3x62.2cm
이혜인, thanks, 2020, Acrylic on Canvas, 33.3x62.2cm
이혜인 작가
이혜인 작가

'재현'에서 '추상'으로, 그리고 '존재'에서 '관계'로 확장되어 진화를 이어오는 현대 미술가 이혜인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이혜인 회고전'이 오는 18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수채화를 기반으로 한 초기 구상회화에서부터 조각보의 조형성을 탐구한 작업, 여행을 통해 자연의 시간과 삶의 흔적을 추상화한 '길' 연작, 색채를 통해 기억과 존재를 탐색한 '땡스(Thanks)'와 '데얼 이즈(There is)', 최근의 '드림(Dream)', '어몽 더 라이프(Among the Life)', '어몽 어스(Among us)'에 이르기까지 20여 년 간 이어진 작가의 조형적 변화와 사유의 흐름을 되짚어본다.

이혜인은 초기 수채화 작업에서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탄탄한 재현적 묘사력을 보여 왔다. 이후 한국 전통 규방문화의 정서가 담긴 조각보의 조형성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물의 외형을 충실히 재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형태와 색채의 본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2017년을 전후해서는 작품세계에 또 한 번의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2016~2017년 티베트와 네팔, 인도를 여행하며 마주한 광활한 자연과 낯선 풍경은 작가의 시선을 외형적 재현에서 자연의 시간과 흔적을 표현하는 추상회화로 이동시켰다.

'길' 연작에서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을 두텁게 쌓고 표면을 긁어 수많은 선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냈다. 흔들리고 끊어지며 중첩되는 선들은 오랜 세월 축적된 지층과 대지의 결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시간과 삶의 흔적을 담아낸다. 특히 히말라야에서 만난 오색 타르초의 반복적인 선과 색채는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여정과 자연의 시간을 상징하는 조형언어로 화면에 자리 잡았다.

2020년 이후 발표한 '땡스(Thanks)'와 '데얼 이즈(There is)'에서는 선이 점차 사라지고 색채가 화면의 중심으로 부상한다. 이 시기부터 색은 형태를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 존재를 환기하는 독립적인 조형언어가 되고, 화면 역시 더욱 단순해진다.

근작 '어몽 어스(Among us)'는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업이다. 화면을 부유하는 둥근 사각형의 색면들은 서로 다른 크기와 색, 농도를 지닌 채 홀로 존재하기도 하고, 나란히 만나거나 서로 겹치기도 한다.

각각의 색면은 하나의 독립된 조형요소이면서 동시에 개별적인 존재를 상징한다. 색면과 색면 사이의 간격과 중첩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거리와 만남, 소통과 교류를 은유한다. '어몽 어스'에서 '우리'는 동일한 존재들의 단순한 집합을 의미하지 않고, 서로 다른 개별성이 유지되면서도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세계를 이뤄가는 '관계의 총체'에 가깝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이혜인의 작품은 형태와 표현을 최소화하고 선과 색면, 반복과 여백이라는 제한된 요소로 화면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의 조형어법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주관적 감정과 서사를 최소화했던 미니멀리즘과 달리 이혜인은 절제된 형식 안에 삶의 기억과 감정, 존재와 관계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에게 '덜어냄'은 비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며, 절제는 침묵이 아니라 더욱 깊은 정서적 울림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번 회고전은 이혜인이 걸어온 작품세계를 '재현에서 추상으로, 선에서 색으로, 내면에서 존재로, 다시 존재에서 관계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념비적 전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