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은 공개했는데…헌재소장 "업무추진비 세부내역 비공개" 왜?

입력 2026-10-12 22: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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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출 사실상 거부…명분은 '재판의 독립성·중립성 저해 우려'
與 '조희대 1억 와인' 공세, 76%가 전임자 때 결제된 것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왼쪽),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왼쪽),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공개돼 국회의 검증을 받은 것과 달리, 헌법재판소는 김상환 헌재소장의 업무추진비 세부내역 제출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는 기관장의 동선 노출과 재판의 독립성·중립성 저해 우려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정치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사례를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나온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헌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소장은 취임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3천671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용도별로는 주요 정책 추진 및 연구 활동에 1천588만원, 유관기관 정책자문 및 간담회에 430만원, 직원 간담회와 각종 행사 등에 1천654만원이 쓰였다.

다만 헌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개별 집행 내역이 담기지 않았다. 두 달 단위로 묶은 유형별 총액만 공개됐다.

헌재는 세부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별도 집행내역 확인과 자료 작성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 제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재소장의 업무추진비 세부내역은 기관장 동선 노출에 따른 신변상 안전문제 및 진행 중인 사건처리 및 연구방향 등의 유추에 따른 재판의 독립성·중립성 저해 우려로 제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대부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와 대비된다.

특히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업무추진비 사용을 문제삼는 여권의 공세에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부적절한 유용은 없었다는 취지였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의 고가 주류 구매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은 대법원이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업무추진비로 1억800만원 상당의 와인 약 2천160병을 구매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업무추진비 집행 지침상 주류 구입은 제한돼 있다.

조 대법원장은 거듭된 이 의원의 추궁에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업무추진비 카드는 법원행정처 담당자가 관리하고, 회식 일정도 담당자가 잡는다는 설명과 함께 "예산 배정이나 집행, 그날 식사값이 얼마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1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당 시기 대법원의 와인 구매 집행 내역 중 구매액의 76%(약 8234만원)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시기에 결제됐다. 조 대법원장이 취임한 지난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1개월간의 결제액은 24%(약 2619만원)에 불과했다.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 취임 후 구매한 와인을 ▷언론사 간담회 ▷정년퇴임 대법관 만찬 ▷법원행정처 직원 전출입에 따른 만찬 간담회 ▷해외 대법원장 방한 만찬 등 각종 공관 행사에서 사용해 왔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주진우 의원실에 제출한 영수증 등을 종합하면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 주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대법원장 공관 주변의 대형마트에서 와인을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46건의 평균 구매액은 57만원이었고, 대부분 병당 4만~9만원대 와인을 한 번에 10병 이내로 샀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실제로 업무추진비 지출 한도를 넘긴 일부 사례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사과했다.

조 대법원장은 "근래 직원들이 육아 문제 등 여러 일로 자주 모이기를 싫어하고, 한 번씩 만나되 대신 그동안 못 먹어보던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게 우리 구성원들의 소망"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금액이 넘어간 경우가 있는 모양"이라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행정처에서 시정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