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동맹 균열'과 자신을 향한 '경질 요구'에 대해 "정작 퇴출돼야 할 것은 편향(偏向)된 동맹관과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이라며 "한미동맹이 흔들리거나 훼손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대인 미국은 "정보 및 방첩 관련 사안과 관련해 한국이 수십 년 이어져 온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며 불신하는데 정 장관 본인은 '아무 문제 없고, 이 상황을 위태롭게 보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미국은 한국과 기밀(機密)을 공유하기 힘들다며 불신을 표출하고, 미국에서 열린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외교 당국 실무회의'에 우리 국정원을 배제했다.
정부가 한·미 간 정보 협력에 문제가 없고, 정 장관의 북한 지뢰 발언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미국의 불신이 있어도 괜찮고, 미국과 대북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의 불신 표출(表出)이 비단 정 장관 한 사람의 언행 때문은 아닐 것이다. 우리 국정원에 대한 보안 불신, 한·미 간 투자와 통상 갈등, 중국과 실용적 균형 외교를 추구하려는 한국 정부 노선(미국 입장에서는 친중적 노선), 대북 정책 등이 얽혀 있다고 본다.
6·25전쟁 이후 우리가 70년 이상 사회적 안정을 이루고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다. 만약 미군이 철수(撤收)하거나 한미동맹이 해체될 경우 우리가 북한·중국·러시아라는 군사 대국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미국은 지리적으로 멀어 한국을 정치적·영토적으로 복속(服屬)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북·중·러는 다르다. 정치적·영토적 복속을 노릴 우려가 크다. 1992년 필리핀 의회의 반대와 반미 여론으로 미군의 주요 기지가 철수한 이후 필리핀 영해에 대한 중국의 잦은 침범(侵犯)과 남중국해에 대한 거센 영유권 주장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국과 신뢰를 흔들고, 정보와 전략을 공유하지 않고, 같이 훈련하지 않고, 한편이 되어 싸우지 않고, 북·중·러에 다가갈수록 평화와 안보는 멀어지고 굴종(屈從)과 침공 위험이 더 커질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이재명 정부 등 이른바 좌파 정부는 9·19 남북 합의로 스스로 손발을 묶고,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고,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국군방첩사령부를 해체했다. 그럼에도 한미동맹은 흔들림이 없고, 국가 안보는 빈틈없이 튼튼한가?
작금(昨今)의 한미동맹 및 안보 문제는 미국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먼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따져야 한다. '북한·중국·러시아 쪽으로 기울 경우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와 '한미동맹을 축(軸)으로 친서방 노선을 굳건히 할 때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차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