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아파도 계속 산다…전국 47곳 재가돌봄 거주 허용

입력 2026-10-12 16: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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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13일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65세 이상 재가서비스 받으면 거주 인정, 공포 3개월 뒤 시행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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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팔고 실버타운에 들어간 노인이 경증 치매나 낙상으로 혼자 밥을 짓기 어려워지면, 지금까지는 짐을 싸야 했다. 보건복지부가 이 규정을 손본다. 복지부는 13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장기요양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독립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면 살던 집에 계속 머물도록 하고, 입소자들이 대표회의를 꾸려 관리비와 위탁운영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 '단독취사' 안 되면 나가야 했다

노인복지주택은 흔히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노인복지법상 시설이다. 현행 시행규칙은 입소 자격을 '단독취사 등 독립된 주거생활에 지장이 없는 60세 이상'으로 못 박고 있다. 들어올 때만이 아니라 살면서도 이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 조건을 지키기 어렵다는 데 있다. 복지부에는 주택을 처분하고 입주했다가 치매 발병이나 거동 불편으로 퇴소 통보를 받고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했다는 민원이 여러 건 접수됐다. 낙상이나 만성질환으로 장기요양 등급을 받자 시설 운영 규정에 따라 자진 퇴소를 요구받은 갈등도 있었다.

◆ 재가돌봄 받으면 계속 산다

개정안은 65세 이상 입소자가 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 등 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서비스를 받아 독립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면 거주 자격을 인정한다. 방문요양이나 방문간호를 받으며 자기 집에서 그대로 사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건강 상태가 변해도 살던 곳에 머문다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 원칙을 노인복지주택 지속거주 정책으로 시행규칙에 들여온 것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실버타운 입주자는 치매나 와상으로 돌봄 필요가 커질 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을 걱정한다"며 "주거서비스는 이용자가 부담하되 돌봄과 간호는 장기요양보험 같은 공적 체계와 연결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 살기엔 불안한 허약 고령자를 위한 중간 단계 주거모델도 필요하다"고 했다.

개정안에는 병원에서 퇴원한 노인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잠시 머물 수 있는 단기 주거지원서비스, 이른바 '중간집'의 근거도 함께 담겼다.

◆ 관리비 내역 보고받는 입소자대표회의

두 번째 축은 입주민 권리다. 노인복지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돼 입주자대표회의 같은 자치 기구가 법에 없었다. 관리비가 어떻게 매겨지는지, 위탁업체가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 입주민이 따져 물을 근거가 약했다.

개정안은 입소자 과반수의 서면 동의와 지방자치단체장 승인을 거쳐 입소자대표회의를 구성하도록 했다. 시설장은 관리비 부과 내역과 서비스 운영 상황을 이 회의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운영자가 사망하거나 법인이 해산해 시설이 주인 없는 상태가 되면, 대표회의가 위탁사 선정 같은 운영 업무를 제한적으로 대신 맡는다.

다만 노인복지주택은 여전히 공동주택관리법이 아닌 사회복지사업법을 적용받는다. 복지부 역시 대표회의의 집행력과 분쟁 해결 권한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보다 제한적이라는 점을 개정안 검토 과정에서 인정했다.

◆ 위탁사 바꾸면 신고, 의무 어기면 철회

위탁운영 관리도 강화된다. 시설 설치자가 위탁운영자를 정하거나 바꿀 때는 관할 시군구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위탁운영자가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설치자는 시정을 요구하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위탁을 거둬들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설치자와 위탁사 사이 계약 문제로 남아 입주민이 끼어들 틈이 없던 영역이다.

◆ 고령자 주택 0.12%, 업계는 "중증은 한계"

규제를 푸는 배경에는 공급 부족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12일 밝힌 현황을 보면 전국 노인복지주택은 지난해 12월 기준 47곳, 1만1천90세대다. 2023년 40곳에서 7곳 늘었지만 대부분 서울·경기에 몰려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대비 고령자 전용 주택 비율은 한국이 0.12%로, 일본의 2.0%에 크게 못 미친다. 미국은 한국의 40배 수준이다.

운영업계는 다른 걱정을 한다. 중증 치매나 완전 와상처럼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입소자는 재가서비스만으로 집 안에서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방문의료 연계 체계를 갖추지 못한 시설은 관리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고, 다른 입주민의 주거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떤 서비스를 받으면 '독립생활 유지'로 볼지는 복지부 장관 고시로 정해지는데, 그 세부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확정된 시행규칙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