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분기 영업익 100조 원 돌파에도 주가 2.42% 하락
메모리 가격 상승세 둔화·금리 급등 부담…업황 지속성 의문
주주환원 확대·HBM4 경쟁력 관건…29일 콘퍼런스콜 주목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시대를 열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현재의 이익 규모를 넘어 성장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이익 증가세, 주주환원 여부 등이 주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지난 8일 전 거래일보다 2.42% 하락한 26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0.19% 상승하며 강보합세를 보였지만, 이내 하락 전환한 뒤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2.5% 증가한 수치로,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도 195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6% 늘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이번 실적을 이끌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용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로 수요가 확산하면서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 범용 D램 공급도 타이트해져 가격 상승과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현재의 이익 규모보다 성장세의 지속 여부에 쏠리고 있다.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추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상승 폭이 둔화하면 이익 증가 속도 역시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시장조사업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범용 D램 계약가격은 올해 1분기 전 분기 대비 90~95%, 2분기 58~63% 상승했다. 그러나 3분기 상승률 전망치는 13~18%로, 4분기는 10~15%로 낮아졌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 둔화가 향후 실적 개선에 미칠 영향이 주가의 변수로 꼽힌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7일(현지시각)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6%를 넘어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0년물 금리도 5.73%대까지 오르며 2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금리 상승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삼성전자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산업의 경기순환 특성도 투자심리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향후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한다. 탄탄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이 확대될 경우 실적 성장에 더해 저평가 매력과 주주가치 제고 효과까지 부각되면서 주가 반등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잔여 재원을 고려하면 현금배당 최대 70조~80조 원과 30조~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향후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은 시장 기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기업가치 재평가의 강력한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며 "차기 주주환원 정책에서는 기존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수준을 넘어서는 환원 가능성도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차기 3년 주주환원 정책을 기존과 동일하게 FCF의 50%만 환원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규모는 기존 대비 4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자사주 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규모는 사상 최대 규모일 것"이라며 "자사주를 통한 주당순이익(EPS) 개선은 아니지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규모의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를 한층 더 높은 수준에서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중장기 동력으로는 차세대 HBM 경쟁력과 실적 전망 상향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HBM4 공급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한다면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에 집중됐던 실적 개선 동력이 한층 다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도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HBM4 매출이 확대될 경우 내년 실적이 추가로 개선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동원 본부장은 "삼성전자 HBM4는 D램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 수준에서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베이스다이, 인터포저, 패키징, HBM을 아우르는 토탈 공급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차세대 AI 메모리 플랫폼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달 29일 예정된 실적 콘퍼런스콜로 향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향후 메모리 시장 전망과 HBM 사업의 성장 경로, 주주환원 방향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사상 최대 실적 자체보다 그 실적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고 추가로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회사의 답변이 주가 반등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29일 컨퍼런스콜에서의 관심사는 동사가 2027년과 2028년의 메모리 사이클을 확신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와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이 지속성이 향후 주가 상승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