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300만→손익분기 안착 수순…감독·배우 압박받던 판, 공방 무게중심 바뀌나 [금주의 이슈]

입력 2026-10-12 00:20:16 수정 2026-10-12 0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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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 속에서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0월 4일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3일까지 누적 관객수 204만 명을 넘겼다. 이로써 올해 개봉한 작품 중에 9번째로 200만명을 넘긴 작품이 됐다. 이어 1주 뒤인 10월 11일 300만에 육박한 299만2천여명에 달했다. 연합뉴스

영화 흥행은 초반 기세가 중요하다. 개봉 직후 스크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입소문을 얼마나 빨리 만드는지가 이후 관객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영화 '암살자(들)'의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역사왜곡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고 고발과 불매 움직임, 배우 자택 앞 집회 예고, 행사 취소까지 이어졌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상영 중단과 해외 영화제 개막작 철회까지 요구했다. 영화 입장에서는 흥행 초반에 가장 피하고 싶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셈이다.

그런데 관객 흐름은 예상과 달랐다.

'암살자(들)'은 개봉 4일 만에 100만명을 넘어선 뒤 추석·개천절·한글날 연휴를 거치면서 박스오피스 선두권을 지켰다. 특히 관객이 빠지기 쉬운 개봉 3주차 한글날 연휴에는 오히려 다시 힘을 받았다. 10일 하루에만 13만8527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288만4498명을 기록했다. 뉴스엔

그리고 11일 일일 박스오피스 결과까지 더하면 누적 관객은 300만명에 거의 닿았다. 공식 숫자로는 300만을 조금 밑돌았지만 사실상 '300만 영화' 문턱에 올라선 셈이다.

개봉 당시 논란의 크기만 놓고 보면 흥행 장기전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암살자(들)'은 정치적 논쟁과 각종 악재를 버티며 3주차까지 관객 흐름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상영 중인 극장 안. 연합뉴스

◆보이콧보다 커진 '직접 보고 판단하자'

이 흐름을 단순히 "논란 덕분에 흥행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영화는 논란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100만 관객을 빠르게 돌파했고, 배우들의 인지도와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호평도 흥행의 중요한 축이었다. 제작사 역시 정치적 논란과 흥행의 상관관계를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다만 정치권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대체 영화가 어떤 내용이길래 이 정도로 싸우나"라는 확인 수요가 생긴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논란 이후에도 관객 흐름이 급격히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영화를 직접 확인하려는 관객이 유입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한글날 연휴부터는 또 다른 현상이 붙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박주민·김영배 의원 등이 지역위원회 또는 당원들과 영화를 함께 보고 이를 SNS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봤다" "한번 보라"는 식의 정치권 '관람 인증 릴레이'가 범여권에서 나타난 것이다.

단체관람 형식은 아니더라도 최민희·박지원·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미애 경기도지사 등도 이미 영화를 관람한 뒤 SNS에 짧거나 긴 감상과 평가를 남긴 바 있다. 지역위원회 단위의 단체관람과 개별 정치인의 관람 후기가 겹치면서, 범여권에서는 '직접 보고 판단하자'는 분위기가 점점 더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범여권에서는 '직접 보고 판단하자'는 분위기가 점점 더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반면 이번 한글날 연휴 들어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새롭게 눈에 띄는 공개 행동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근까지 크게 주목받은 장면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들의 충북 옥천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에 '암살자(들)'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한을 낸 정도였다.

즉 개봉 초반에는 야권의 상영 반대·규탄 행동이 더 눈에 띄었다면, 한글날 연휴를 지나면서는 범여권의 관람 인증과 추천이 상대적으로 전면에 부각되는 흐름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초반 보이콧 공세가 영화의 흥행을 꺾기보다는, 관객의 확인 욕구와 정치권의 관람 인증 속에 흡수되는 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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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하이브미디어코프

◆190억원 제작비…'370만 고지'가 중요한 이유

문제는 이제 손익분기점이다. '암살자(들)'의 총제작비는 약 190억원으로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업계와 언론에서는 극장 손익분기점을 약 370만~375만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해외 세일즈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식 손익분기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370만명'은 절대적인 숫자라기보다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는 추정치다. 그래도 이 숫자는 중요하다. 영화가 300만명을 넘어선다면 약 70만명 안팎만 더 모으면 업계 추산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최근 평일에도 수만명, 연휴에는 하루 10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흐름이 유지된다면 더 이상 손익분기점이 먼 고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 영화 전문 매체는 10월 넷째 주 안팎 370만 돌파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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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200만 관객 돌파 공지 게시물. 하이브미디어코프 인스타그램

◆손익분기점 넘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여기서부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적어도 시장에서 "관객이 선택한 작품"이라는 방어막이 생긴다. 특히 '암살자(들)'처럼 역사왜곡 논란과 정치권의 상영 중단 요구, 배우 개인에 대한 압박까지 겪은 작품이라면 손익분기점 돌파가 제작진에게 주는 심리적 의미도 작지 않을 수 있다.

개봉 초기에는 정치적 공방이 실제 흥행 실패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만큼 제작사와 배우들이 적극적인 발언을 자제할 유인이 크다. 투자금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논란을 키우는 것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200만 관객 돌파 당시 공식 SNS 등을 통해 흥행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물론 관객 수 기록을 홍보하는 것은 제작사로서 자연스러운 마케팅이다. 다만 배우 행사와 무대인사 등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흥행 숫자만큼은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은 눈에 띈다. 정치적 논란에 직접 맞서기보다 실제 관객의 선택을 성과로 보여주는 방식의 대응으로도 읽힐 여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이 안정권에 들어간다면 제작진의 부담은 한층 줄어들 수 있다. 최소한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는 결과를 손에 쥔 상태에서 작품의 창작 의도나 표현의 자유, 정치권의 개입 문제 등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허진호 감독이나 배우들이 그렇게 행동할지는 알 수 없다. 어디까지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작품의 존폐와 투자금 회수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과, 이미 시장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뒤 발언의 무게가 같을 수는 없다.

요약하면, 손익분기점 돌파는 흥행 성과인 동시에 제작진이 논란에 대응할 수 있는 심리적·상징적 여유를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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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 연합뉴스

◆'보지 말라'가 오히려 '봐야겠다'로?

아이러니도 있다. 영화를 비판한 쪽에서는 상영 중단, 해외 영화제 철회, 불매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논쟁이 커질수록 반대편에서는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움직임이 커졌고, 이제는 정치인과 지역위원회가 단체관람 사실을 인증하는 단계까지 왔다. 즉 '보지 말라'는 압박이 결과적으로 일부 관객에게는 '도대체 뭔지 한번 봐야겠다'는 호기심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을 정치권의 관람 릴레이가 흥행을 만들었다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관객 수백만명을 몇몇 정치인의 단체관람으로 설명하는 것도 무리다. 다만 한글날 연휴를 전후해 나타난 흐름만 보면, 초반의 불매·상영 중단 공세가 영화의 관객 흐름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직접 관람하고 평가하자는 움직임과 실제 관객들의 입소문이 더 강한 흥행 동력으로 작용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업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하는 '370만명'을 넘어서는 순간, '암살자(들)' 논쟁의 무게중심도 다시 한번 달라질 수 있다. 그때부터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살아남게 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수백만 관객이 본 작품을 정치가 어디까지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는 싸움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