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1일 일본의 고령자 고용 정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중심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提言)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자 고용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지만, 임금체계 개편이나 노동유연성 확보 없이 법정 정년만 무작정 늘릴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청년 일자리 위축이라는 거센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고령자 고용 제도를 안착시킨 일본의 지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고령자 고용 확대를 추진하면서 법정 정년을 60세로 고정한 채 '재고용·정년 연장·정년 폐지' 중 하나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대다수 기업은 재고용 제도를 택했고, 노사는 경영 환경을 감안해 선별 기준을 도입하는 등 타협안을 모색(摸索)했다. 근로자는 임금 삭감을 일부 수용하고, 기업은 65세까지의 단계적 고용을 보장하며, 정부는 임금 감소분을 일부 보전하는 등 노사정이 고통을 분담했다. 2000년 노력 의무화로 시작해 2025년 희망자 전원 재고용 적용에 이르렀다.
반면 우리의 노동 시장은 여전히 경직된 고용 구조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정 정년을 65세로 일률 연장한다면,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청년층 구직 장기화와 '쉬었음' 인구 급증이라는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겪고 있다. 노동 시장의 체질 개선 없는 무리한 정년 연장은 고령층과 청년층 간의 '일자리 제로섬 게임'을 부추기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한층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고령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하면서도 청년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고용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노동계 역시 일률적인 정년 연장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고용 유지와 직무·임금체계 유연화를 주고받는 현실적인 타협에 나서야 한다. 노사정이 자율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상생(相生)의 지혜를 모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