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소송 인지대 1800원·송달료 6회분 선납, 변호사 없이 10분 접수 대법원 "등기비용은 확정 절차 없이 상계·청구"…변호사비는 예외
가을 인사철이다. 전세 계약은 끝났는데 집주인은 보증금을 내주지 않고, 회사는 다음 달부터 다른 지역으로 출근하라고 한다. 짐을 빼고 주민등록을 옮기는 순간 세입자가 가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사라진다. 이때 쓰는 장치가 임차권등기명령이다. 변호사 없이 전자소송으로 신청하면 실비는 4만5840원이고, 이 돈마저 집주인에게 받아낼 수 있다.
◆ 전국은 줄었는데 지방은 늘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이 지난 1월 공개한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집합건물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2만8044건이었다. 역대 최다였던 2024년과 비교하면 열에 넷이 줄었다. 서울은 반토막이 났고 인천·경기도 비슷한 폭으로 빠졌다. 전세사기 여파가 집중됐던 수도권이 먼저 진정된 셈이다.
지방은 반대다. 광주는 같은 기간 1084건에서 1819건으로 늘었고, 전남과 제주도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난 1월 집계한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 역시 지난해 1조7935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전년의 절반 아래로 내려왔다. 보증에 가입한 세입자는 공사가 대신 갚아 주지만,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스스로 방어막을 쳐야 한다.
◆ 집주인이 연락을 끊어도 등기는 된다
임차권등기명령은 세입자가 집을 비운 뒤에도 등기부에 임차권을 남겨 대항력을 유지시켜 주는 제도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권등기가 끝나면 주거를 옮기거나 주민등록을 이전해도 대항력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못 박고 있다.
예전에는 법원 결정문이 집주인에게 송달돼야 등기를 할 수 있었다. 집주인이 잠적하거나 수령을 거부하면 세입자는 발이 묶였다. 2023년 7월 법이 바뀌면서 법원은 집주인에게 결정이 송달되기 전에도 등기소에 등기 기입을 촉탁한다. 연락이 끊긴 집주인 때문에 이사를 못 가는 일은 없어졌다.
◆ 전자소송 셀프 신청, 비용은 4만 원대
신청은 세입자 주소지가 아니라 임차주택이 있는 곳의 법원에 한다. 대법원 전자소송 포털에서 민사신청 메뉴로 들어가 임대차계약서, 계약 만료와 보증금 미반환을 입증할 자료, 주민등록등본을 올리면 된다.
비용은 네 가지다. 인지대는 서면 접수가 2000원인데 전자소송은 10% 깎여 1800원이다. 송달료는 지난 7월부터 회당 5640원으로 올랐고, 당사자 두 사람 3회분씩 6회분을 미리 낸다. 여기에 지자체에 내는 등록면허세와 지방교육세 7200원, 인터넷등기소 등기신청수수료 3000원이 붙는다.
◆ 결정문 말고 등기부 '을구'를 봐라
가장 흔한 실수가 여기서 나온다. 법원에서 인용 결정문을 받았다고 바로 짐을 빼면 안 된다. 대항력이 유지되는 시점은 결정이 난 때가 아니라 등기부 을구에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기재된 때다. 대한법률구조공단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는 모두 등기부 확인 없이 전출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잃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떼어 을구에 '주택임차권' 기재가 보이는지 확인한 뒤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옮기면 된다. 발령 날짜가 급하더라도 이 순서를 바꾸면 보증금을 지킬 근거가 사라진다.
◆ 비용은 집주인 몫, 대법원이 길 터줬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등기에 든 비용 전액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받는 방법이었다. 하급심은 이 비용을 소송비용으로 보고 별도의 소송비용액 확정 절차를 거치라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이 벽을 걷어냈다. 임차권등기 비용은 소송비용액 확정 절차 없이 민사소송으로 청구하거나, 밀린 월세와 상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세입자가 임차권등기와 촉탁등기에 쓴 돈은 15만3000원이었고, 대법원은 이를 전액 인정했다. 보증금 반환 소송을 낼 때 청구 금액에 얹거나, 집주인이 월세 미납을 주장하면 거기서 빼면 된다.
단, 변호사 보수는 다르다. 대법원은 변호사 비용은 법이 정한 등기비용이 아니라며 소송비용액 확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수십만 원대 대행 보수를 집주인에게 그대로 넘기려면 상당성을 두고 다툼이 생긴다.
◆ 남은 고비
임차권등기가 등기부에 오르면 새 세입자가 들어오길 꺼린다. 집주인이 다음 보증금으로 돌려막던 구조가 끊기면서 반환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대한법률구조공단도 지적한다. 세입자로서는 등기를 해 두고 보증금 반환 소송과 경매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접수부터 등기 촉탁 완료까지 법원별로 며칠이 걸리는지는 공식 통계가 없다. 발령 날짜에 맞춰 짐을 빼야 하는 세입자에게는 이 기간이 가장 큰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