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제개편안, 상증세 금융재산 일괄조회에 거래소 편입 홈택스 일평균가로 평가…급락장 땐 처분가보다 높게 잡힐 수도
내년 1월부터 국세청은 가상자산 상속세를 비롯한 상속·증여세를 조사할 때 가상자산거래소 계정까지 한꺼번에 들여다본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담긴 내용이다. 상속세및증여세법상 금융재산 일괄조회 대상에 가상자산사업자를 넣고, 세무공무원의 질문·조사권도 거래소에 미치도록 했다. 유족이 몰랐던 코인이든 알고도 적지 않은 코인이든 모두 과세망에 걸린다는 뜻이다.
◆ 은행은 보여도 거래소는 안 보였다
지금까지 유족이 기대던 조회 창구에는 코인이 없었다.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서비스는 은행·증권·보험 계좌를 알려주지만 가상자산거래소는 빠져 있다. 유족은 고인의 휴대전화나 거래소 앱을 직접 뒤져야 했다.
그 공백은 작지 않다. 금융정보분석원이 이달 초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실태조사에서 국내 거래소의 가상자산 평가총액은 6월 말 58조9000억원이었다. 지난해 말보다 3분의 1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수십조원 규모다. 거래 가능한 계정은 1100만개를 넘고, 가장 많이 쓰는 연령대는 지난해 30대에서 올해 40대로 올라섰다.
반면 세무서에 신고되는 코인은 미미하다. 국세청이 지난달 정태호 의원실에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상자산 상속·증여 신고는 423건이었고, 이 가운데 상속은 63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증여다.
◆ 평가 공식은 '사망일 앞뒤 한 달씩'
코인 값은 하루에도 크게 출렁인다. 그래서 상증세법 시행령은 주식과 다른 기준을 둔다. 국세청이 고시한 거래소에 있는 코인은 상속개시일 전후 각 1개월, 모두 두 달간의 일평균가액을 평균해 시가로 삼는다. 사망 당일 시세가 아니다.
고시 거래소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원화마켓 네 곳이다. 국세청은 홈택스와 손택스에 이 네 곳 시세를 합산한 일평균가격 조회 화면을 두고 있어 상속인이 직접 평가액을 뽑아볼 수 있다. 네 곳에 없는 코인이나 다른 거래소 자산은 거래일 일평균가액이나 거래 종료 시각 시세로 평가한다.
신고는 상속개시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한다. 한 조세 관계자는 "자칫 잘못된 가액으로 신고할 경우 가산세를 포함한 상당한 세금 부담을 지게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 빠뜨리면 가산세 최대 40%
가산세는 겹으로 붙는다. 기한을 넘기면 납부세액의 20%가 무신고가산세로 붙고, 신고는 했지만 코인을 빼 적게 적으면 과소신고가산세가 따로 붙는다. 고의로 숨긴 것으로 판단되면 어느 쪽이든 세율은 40%로 뛴다.
여기에 납부지연가산세가 하루 0.022%씩 쌓인다. 연으로 치면 8% 수준이다. 사망 전 2년 안에 5억원 이상 인출한 돈 가운데 쓰임새를 밝히지 못한 금액을 상속재산으로 추정하는 규정도 있다. 코인을 사려고 뺀 현금이 여기 걸릴 수 있다.
한 세무사는 "상속인도 알지 못한 가상화폐 거래소 지갑상의 재산이 발견되어 과거 신고한 상속세를 가산세와 함께 수정신고하여 세금을 추가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족이 예금만 신고했다가 국세청 사후조사에서 거래소 잔고가 드러나 본세와 과소신고가산세를 추징당한 사례가 있다.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으로 거래소 연결계좌 입출금이 포착돼 추징된 경우도 있다.
◆ 국세청은 이미 코인을 팔아 세금을 걷는다
거래소 조회는 조사 쪽의 구멍을 메우는 조치이지, 국세청이 코인을 처음 다루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이 지난해 김영진 의원실에 낸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4년간 체납자 1만4140명의 가상자산을 압류해 1461억원을 징수했다. 이 가운데 넷 중 셋은 자진납부나 매각으로 현금화됐고, 나머지는 분납 협의 등으로 압류 상태로 남아 있다.
징수액은 시세를 따라 움직였다. 하락장이던 2022년에는 6억원에 그쳤지만, 반등한 2024년 한 해에만 381억원을 걷었다. 압류한 코인은 세무서 계정으로 옮겨 시장가로 직접 매각한다. 이달 1일부터는 캠코가 압류 가상자산 공매를 대행하는 국세징수법 개정안도 시행됐다.
◆ 급락장에선 처분가보다 세금이 높다
두 달 평균가 공식에는 그늘이 있다. 사망 전후 두 달 사이 값이 급락하면 유족이 실제로 팔 수 있는 값보다 과세표준이 높게 잡힌다. 세무업계는 이 경우 상속인이 세금 낼 현금을 구하지 못하는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회망의 불균형도 남는다. 국세청의 조사용 일괄조회는 거래소까지 미치지만, 유족이 쓰는 행정안전부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와 금감원 조회에는 거래소가 들어 있지 않다. 과세당국은 볼 수 있는데 유족은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구조다. 고시 거래소 밖의 해외 거래소나 개인 콜드월렛은 이번 조회 대상에도 들지 않는다. 고인의 개인지갑 비밀키를 찾지 못해 코인을 꺼내지도 못한 채 과세 소명을 요구받은 상담 사례도 있다.
◆ 남은 고비는 국회와 안심상속 연계
일괄조회와 질문·조사권 시행일은 2027년 1월 1일로 잡혀 있지만, 이를 담은 세제개편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원안대로 가는지, 시행 시점이 조정되는지는 정기국회 결과에 달렸다.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에 거래소 계정까지 언제 연계되느냐는 별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은 2만2524명으로 늘었고 결정세액은 9조원에 가까웠다. 여기에 코인이 더해지는 첫해의 규모는 내년 조회가 시작돼야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