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연금 36% 늘리면 건보 피부양자 탈락…분기점 월 122만원

입력 2026-10-11 06: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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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연금 월 122만5490원 넘으면 5년 연기 때 기준선 초과 2년 반 동안 31만명 탈락…전환자 평균 건보료 월 9만9190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국민연금 수령을 5년 미루면 연금이 36% 불어난다. 그런데 이 증액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앗아가는 경우가 있다. 공적연금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순간 자녀 직장보험에 얹혀 있던 자격이 사라지고 매달 건보료 고지서가 날아온다. 연기 신청서를 내기 전에 연기연금 건보료 부담을 거꾸로 계산해 봐야 하는 셈법이다.

◆1년에 7.2%, 다섯 해면 36%

국민연금법은 수급을 미루는 사람에게 1년마다 7.2%씩 연금을 더 준다. 최대 다섯 해까지 미룰 수 있어 상한이 36%다. 가산은 달마다 0.6%씩 붙는다.

이 제도를 택한 사람은 빠르게 늘었다. 2023년 연기연금 수령자는 11만3436명으로 다섯 해 전보다 네 배 가까이 됐다.

◆연 2000만원, 1원만 넘어도 전액 탈락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인 자녀나 배우자에게 얹혀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 자격을 소득으로 가른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자격을 잃는다. 2022년 9월 부과체계 개편 때 정해진 기준이다.

월로 환산하면 166만6666원이다. 구간에 따라 보험료가 조금씩 올라가는 방식이 아니다. 단 1원만 넘어도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통째로 넘어가는 단일 기준선이다.

기혼자는 더 아프다. 부부 중 한 사람만 기준을 넘어도 배우자까지 함께 피부양자에서 빠진다. 반면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 같은 사적연금은 이 소득에 아예 합산되지 않는다. 국민연금만 전액 잡힌다.

◆역산 셈법, 원 연금 월 122만5490원이 분기점

그래서 거꾸로 계산해야 한다. 지금 받을 연금이 월 122만5490원을 넘는 사람이 다섯 해를 꽉 채워 연기하면 증액된 금액이 기준선을 넘는다.

예컨대 월 130만원을 받을 사람이 끝까지 미루면 176만8000원이 된다. 연으로 2000만원을 넘겨 피부양자에서 빠진다. 더 받는 돈은 월 46만8000원인데 여기서 매달 건보료가 빠져나가는 구조다.

연기 기간이 짧으면 분기점은 올라간다. 1년만 미루면 월 155만4728원까지는 기준선 아래다. 다만 연금은 해마다 물가에 맞춰 오르기 때문에 턱밑에 맞춘 금액도 몇 해 뒤 기준을 넘을 수 있다.

◆2년 반 동안 31만명 탈락, 열에 넷은 배우자 때문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로 부과체계 개편 뒤 2025년 2월까지 공적연금 소득 때문에 피부양자에서 빠진 사람은 31만4474명이다. 열에 일곱은 공무원연금 수급자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4만7620명으로 그다음이다. 이 가운데 1만8555명은 본인이 아니라 배우자의 국민연금 때문에 함께 빠진 사람이다. 전체로 보면 동반 탈락자가 11만6306명으로 열에 넷 가까이 된다.

후보군은 계속 커진다. 기준선을 넘는 연금을 받는 국민연금 수급자는 2023년 15만6997명으로 세 해 전의 일곱 배 가까이다. 이듬해 7월에는 월 160만원 이상 수급자만 22만명을 넘었다.

◆한시 감면 끝났다…월 9만9190원이 전액으로

탈락하면 얼마를 내나. 공단 집계로 2025년 2월 기준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뀐 이들의 평균 보험료는 월 9만9190원이다.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매길 때 공적연금 소득은 절반만 반영하는데도 이 정도다. 국민연금연구원은 2025년 분석에서 연금 소득으로 탈락한 가구의 월평균 지역보험료를 22만원 안팎으로 잡았다.

이 평균에는 감면이 섞여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개편에 따른 급격한 부담을 줄이려 탈락 첫해 보험료의 80%를 깎아 주고 해마다 감면 폭을 줄이는 한시 조치를 뒀다. 이 감면이 지난 8월 끝났고 이제는 전액을 낸다.

◆조기수령은 답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은 피부양자를 지키려고 무작정 조기수령을 택하면 연금이 평생 최대 30% 깎여 오래 살수록 손해가 커진다고 경고한다. 보건복지부는 부담 능력이 있는 고액 연금 수급자에게 보험료를 매기는 것이 직장·지역가입자 간 형평에 맞는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이 지난해 4월 낸 분석을 보면 1원만 넘겨도 전액 부과되는 문턱 효과 때문에 연금을 더 받고도 실질소득이 뒤집힌다고 지적한다. 공단은 해마다 2월 전년도 공적연금 지급 내역을 받아 피부양자 자격을 일괄 정리하며 다음 정리는 내년 2월이다.

충남의 한 사립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열심히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인데 건강보험료 부과 때문에 국민연금을 스스로 납부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면 정부가 취하는 원래 취지하고는 반대되는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