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지급명세서 법정 기한은 3월 10일, 1월 간소화엔 안 떠 누락 땐 5월 종소세 합산 의무, 가산세 10%에 하루 0.022% 이자
가을은 이직의 계절이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2023년 월평균 이직자는 96만6000명으로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10월과 11월에 회사를 옮긴 직장인이 연말이 가까워지면 묻는 말이 있다. "연말정산을 두 번 하나요?" 이직자 연말정산의 답은 한 번이다. 다만 두 회사에서 받은 월급을 합쳐서 한다. 문제는 그 합산에 필요한 전 직장 서류가 정작 연말정산 철인 1월에는 홈택스에 뜨지 않는다는 점이다.
◆ 정산은 한 번, 소득은 두 곳
소득세법은 한 해에 두 곳 이상에서 일한 근로자에게 마지막 직장에서 전 직장 소득을 합쳐 정산하도록 정한다. 이직자 연말정산의 기본 원칙이다. 전 직장도 퇴사하는 달 월급을 줄 때 정산을 한 번 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때는 본인 기본공제 150만 원과 표준세액공제 13만 원만 약식으로 넣는다. 의료비도 신용카드도 보험료도 빠진 채다.
서울의 한 세무사는 이를 "깡통 연말정산"이라고 부른다. 퇴사 시점엔 간소화 서비스도 열리지 않았고 한 해 동안 뭘 썼는지도 확정되지 않아 회사가 기본 사항만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는 "새 회사는 입사자가 1년간 번 소득 전체를 정산해야 하므로 전 직장에서 얼마를 벌었고 세금을 얼마나 뗐는지 알아야 한다"며 전 직장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 홈택스는 3월에 열린다
많은 직장인이 "홈택스에서 알아서 뜨겠지"라고 믿는다. 그렇지 않다. 회사가 근로소득 지급명세서를 국세청에 내는 법정 기한은 다음 해 3월 10일이다. 전 직장이 이 기한에 맞춰 내면 홈택스 전산 조회는 3월 이후에나 열린다. 1월 중순 간소화 서비스에서 전 직장 소득을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예외는 있다. 회사가 중도퇴사자 지급명세서를 연도 중에 홈택스로 수시 제출하면 다음 날부터 근로자가 조회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시 제출은 회사의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다. 반면 회사가 퇴사자에게 원천징수영수증을 주는 것은 의무다. 퇴사자 급여를 지급한 달의 다음 달 말일까지 줘야 한다. 지금 퇴사하는 사람이라면 영수증을 받아 두는 일이 4분기에 끝내야 할 숙제다.
◆ 1월에 놓치면 5월, 5월도 놓치면 가산세
전 직장 영수증 없이 새 직장 소득만 정산했다면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때 직접 합쳐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이 2023년 귀속 연말정산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열에 둘 남짓(454만 명)이 합산 누락이나 공제 정정으로 5월에 다시 신고했다. 이 기간 안에 하면 가산세는 없다.
5월까지 넘기면 셈법이 달라진다. 덜 낸 세금의 10%가 과소신고가산세로 붙고, 미납액에는 하루 0.022%씩 납부지연가산세가 쌓인다. 연으로 치면 8% 남짓이다. 10월 퇴사 후 11월 입사자가 새 직장 두 달치만 정산하면 환급이 나오기 쉽다. 두 회사 소득을 합치면 누진세율 구간이 올라가 추가 납부로 바뀌는 경우가 생긴다.
이 대목에서 일부러 합산을 피하는 사람이 나온다. 한 세무사는 "합산을 하지 않으면 환급인데 합산하면 추가 납부가 나온다며 일부러 합산을 안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며 "누락하면 나중에 덜 낸 세금에 가산세까지 얹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납부세액이 10만 원을 넘으면 2월부터 4월까지 세 달에 나눠 낼 수 있다.
◆ 공백기 지출은 공제가 안 된다
합산 서식을 쓸 때 헷갈리는 칸이 있다. 종전 근무지 기납부세액 항목에는 영수증의 결정세액(73번) 금액을 적어야 한다. 차감징수세액을 옮겨 적으면 틀린다. 그리고 전 직장 결정세액이 0원이면 기납부세액이 없어 5월에 신고해도 돌려받을 돈이 없다. 영수증을 받으면 이 숫자부터 보는 게 먼저다.
공제 항목도 근무 기간에 따라 갈린다. 의료비·교육비·보험료·신용카드 사용액은 실제로 일한 달의 지출만 인정된다. 퇴사와 입사 사이 쉰 달에 쓴 돈은 빠진다. 반면 기부금, 연금저축, 국민연금 납입액과 인적공제는 공백기와 상관없이 한 해 전액을 공제받는다.
◆ 전 직장과 연락이 끊기면
세무업계에서는 퇴사 과정의 갈등 때문에 전 직장에 영수증을 달라고 하기 껄끄러워 1월 합산을 포기하고 5월로 미루는 근로자가 적지 않다고 본다. 전 직장이 폐업했거나 수시 제출을 하지 않았다면 1월에는 홈택스로도 서류를 볼 길이 없어 5월 직접 신고가 불가피하다는 게 국세청 국세상담센터의 안내다.
전 직장이 문을 닫아 영수증을 받을 수 없을 때 근로복지공단의 고용보험 이력으로 대신할 수 있는지, 회사가 매달 내는 간이지급명세서 자료를 근로자가 직접 내려받아 영수증 대신 쓸 수 있는지는 아직 국세청의 명확한 해석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