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소비자원 조사, 설 선물세트 800개 중 12.8% 정가 올려 할인율 과장 시간제한 할인 다섯에 하나는 끝나도 값 그대로…가격 히스토리로 검증
세일 가격표만 믿다가는 평소보다 비싸게 사는 일이 생긴다. K-세일페스타가 오는 29일 막을 올리고,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다음 달 27일 뒤따른다. 할인율을 키우려고 행사 직전 정가를 올리는 가짜세일 가격추적의 필요성은 쇼핑 대목마다 되풀이된다.
◆정가 세 배 올리고 '84% 할인'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월 19일 내놓은 설 선물세트 조사가 수법을 그대로 보여준다. 쿠팡·네이버·G마켓·11번가에서 팔린 할인 상품 800개 가운데 12.8%가 행사 기간에 정가를 올려 할인율을 부풀렸다. 정가를 두 배 넘게 올린 상품도 열여섯 개였다.
정가 3만원이던 제주 천혜향 세트는 행사 중 11만4천원짜리 정가를 달았다. 할인율은 그 순간 84%로 뛰었다. 식용유 세트는 정가를 세 배 넘게 올려 할인율을 26%에서 71%로 표시했다.
쇼핑몰별로는 쿠팡이 네 개 중 하나꼴로 가장 많았다. 네이버가 그 뒤였고 G마켓과 11번가 순이었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시간제한 할인도 믿을 게 못 됐다. 시간제한을 걸어둔 상품 535개 가운데 20.2%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가격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내렸다. 네이버는 열에 넷 가까이가 그랬다.
◆기준은 '직전 20일 최저가'
법은 할인율의 잣대를 분명히 정해 두고 있다. 공정위 고시는 할인 전 가격, 즉 종전거래가격을 그 상품이 직전 20일 동안 실제로 팔린 가격 중 가장 낮은 값으로 본다. 20일 넘게 한 번도 거래되지 않은 가격을 정가로 내걸면 표시광고법 위반이다.
행사 사흘 전에 올린 가격은 종전거래가가 될 수 없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실제로 팔린 적 없는 가격을 정가로 적어 7천422개 상품의 할인율을 과장한 알리익스프레스 입점 계열사 두 곳을 제재했다. 과징금은 20억9천300만원이었다.
다만 제재가 잦지는 않다. 온라인 거짓 할인에 대한 공정위 직권조치는 최근 3년간 8건이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같은 자료를 통해 4개 쇼핑몰에 할인 전 기준가격을 반드시 안내하라고 권고했다. 오픈마켓 업계는 입점 판매자가 가격을 수시로 정하는 구조라 플랫폼이 전부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항변한다.
◆다크패턴 13개 유형, 지침은 나왔다
공정위는 지난 6일 다크패턴을 4개 범주 13개 세부 유형으로 나눈 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지난해 10월 개정 소비자보호지침에 순차공개 가격책정 등 6개 유형의 세부 기준을 담은 데 이은 조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관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업체들이 법을 준수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크패턴은 넓고 오래된 문제다. 소비자원이 2023년 국정감사 때 제출된 자료를 보면 온라인 쇼핑몰 한 곳당 평균 5.6개의 다크패턴이 나왔고, 75%가 시간제한 알림으로 구매를 재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에도 36개 플랫폼의 다크패턴 45건을 시정했다.
◆가격 그래프부터 열어 본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 가격을 들춰 보는 일이다. 상품 페이지에 지난 가격 변동을 그래프로 띄워 주는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과 앱을 쓰면 세일 직전에 정가가 뛰었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그래프가 행사 며칠 전 갑자기 솟았다면 할인율은 그 솟은 값을 기준으로 계산된 숫자다.
볼 것은 세 가지다. 지금 가격이 지난 한 달 최저가보다 낮은지, 정가로 표시된 값에 실제로 팔린 적이 있는지, 묶음 상품이 단품 값의 합보다 싼지다. 소비자원이 확인한 사례 중에는 하나에 9천410원이던 바디로션을 1+1으로 묶어 2만6천820원에 판 경우도 있었다.
추적 도구에도 빈틈이 있다. 기본 판매가만 기록하기 때문에 카드 청구할인이나 장바구니 쿠폰, 멤버십 적립금이 합쳐진 실결제가는 잡지 못한다. 그래프로 정가 뻥튀기를 거른 뒤 최종 결제 화면에서 다시 셈하는 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블프 직구, 환불 거부가 불만 1위
해외 직구에서도 같은 수법이 통한다. 소비자원이 확인한 한 패션 플랫폼은 평소 3만원이 안 되던 옷을 블랙프라이데이 직전 정가 5만원대로 올린 뒤 4만원대에 '세일'했다.
직구 피해는 연말에 몰린다. 소비자원이 2024년 낸 해외직구 상담 자료 가운데 19.8%가 11월과 12월에 접수됐다. 블랙프라이데이 관련 불만은 취소·환불 거부가 가장 많았고 배송 지연이 뒤를 이었다. 품목은 의류·신발이 절반이었다.
가격 할인 광고를 둘러싼 1372소비자상담센터 상담은 최근 4년간 606건 쌓였다. 지난해 한 해만 180건으로, 한 해 전보다 쉰 건 가까이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