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할인 5%에 환급 5% 더해 전통시장 최대 10%, 내년 1월 시행 골목형상점가 2년 새 5배…상위 10% 가맹점 쏠림·수도권 역차별은 과제
가을 장을 보러 나서기 전에 휴대전화부터 열어 볼 일이다. 온누리상품권을 종이 대신 앱에 충전해 두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이 산다. 정부는 지난 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상품권을 18년 만에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온누리상품권 할인 폭이 어디서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 전통시장 10%, 지방 골목 8%, 수도권 골목 5%
개편안의 뼈대는 '선할인 5%에 환급을 얹는' 방식이다. 상품권을 살 때 일단 5%를 깎고, 쓴 뒤에 사용처에 따라 돈을 돌려준다. 전통시장에서 쓰면 5%를 더 돌려받아 혜택이 최대 10%가 된다.
지방 골목상권은 3%를 환급해 총 8%다. 수도권 골목상권은 환급이 없어 선할인 5%만 남는다. 지금 적용되는 7%보다 오히려 줄어드는 셈이다. 지방의 주요 상권 점포 월평균 매출이 수도권의 절반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해 지방에 혜택을 몰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온누리 소비를 통해 지방으로 사람과 소비를 불러오고, 관광객의 지역 내 체류와 소비를 유도해 소상공인의 실질적 매출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 앱에 담고 카드에 연결하면 끝
온누리상품권 할인 혜택을 다 받으려면 디지털로 가야 한다. 충전식 카드형은 쓰던 신용·체크카드를 앱에 등록하고 상품권을 충전해 쓰는 방식이다. 결제한 돈은 카드 실적에 합산되고, 소득공제율은 40~50%다. 지류 상품권의 할인율은 디지털의 절반이다.
앱에 담아 둘 수 있는 1인당 최대 보유 한도는 200만원이다. 지난달 추석 특판 때는 평시 할인 구매 한도 100만원에 10% 할인이 붙는 특별한도 20만원을 더 얹어 줬다. 정부가 명절이나 소비 진작 주간에 할인율과 한도를 끌어올리는 패턴은 올해도 이어졌다.
디지털로 가는 것은 나라살림에도 이익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1월 낸 보고서를 보면 디지털 상품권 운영 수수료율은 0.53%로 지류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류는 한 장 찍을 때마다 조폐공사에 78원을 낸다. 2024년 국정감사 때 제출된 자료로는 부정유통 적발액이 한 해 141억원대에 이르렀고, 디지털 비중은 35%에 머물렀다.
◆ 쓸 곳이 다섯 배로 늘었다
온누리상품권을 전통시장에서만 쓰는 시대는 지났다. 골목형상점가 지정 구역은 8월 말 2130곳으로, 2024년 말 381곳에서 다섯 배 넘게 불었다. 그 안의 가맹점은 10만곳을 넘고, 올해 8월까지 골목형상점가에서만 1조2868억원이 결제됐다.
도매시장과 먹자골목도 들어왔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과 가락몰,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수산동, 부산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이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됐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지정 뒤 넉 달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늘었다. 대구 남구 대명동 아우름길과 안지랑곱창골목도 충전식 결제가 가능해졌다.
내년부터는 지정 문턱이 지역마다 달라진다. 재정자립도 상위 25% 지자체는 점포 30개 이상, 하위 25%와 인구감소지역은 15개 이상이면 된다. 지방 소도시의 작은 골목이 더 쉽게 들어오게 한 설계다.
◆ 매출 30억 넘는 점포는 빠진다
가맹점 문은 넓어졌지만 큰 점포에는 닫혔다. 정부는 6월부터 직전 연도 매출이나 환전액이 30억원을 넘는 점포의 가맹 등록을 막았다. 병원·치과·한의원·법무·세무 같은 전문직 서비스업도 제외했고, 약국은 남겼다.
전체 가맹점은 7월 말 22만5803곳으로 2년 새 약 80% 늘었다. 그 절반 이상이 3년 유효기간이 끝나 갱신 심사를 받는 중이다. 갱신 마감은 이달 말이다. 상품권 앱에서 쓰려던 가게가 갑자기 결제되지 않는다면 갱신 여부를 확인해 볼 일이다.
◆ 결제액 74%가 상위 10% 점포로
돈이 골고루 돌지는 않았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결제액 3조3369억원 가운데 상위 10% 가맹점이 73.7%를 가져갔다. 상위 1%인 2259곳만 따져도 전체의 열에 넷 가까이 된다. 결제액 상위 10개 점포 중 5곳은 의약품 취급점이었고, 이 다섯 곳에서만 727억원이 결제됐다. 장바구니 상품권이 약값으로 흘러간 셈이다.
전통시장 쪽도 불만이다. 전통시장 상인 단체는 골목형상점가가 번화가로 결제를 빨아들이는데 혜택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수도권 상인연합회는 환급에서 빠진 수도권 골목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반발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국회에 제출했던 가장 최근 집계인 2023년 조사로는 시장 점포 중 가맹에 참여한 곳이 열에 넷(40.9%)에 그쳤다.
수도의 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품권을 받은 사람들은 골목 가게에서 필요한 물건을 살 때 사용하겠지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주차·위생 등 기존 불편을 개선하는 한편, 더운 날씨에 이용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면 냉방시설을 확충하거나 야시장 등 다른 방식으로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내년 1월 시행, 수요 위축이 고비
올해 발행 규모는 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4% 많다. 그러나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이 10%에서 7%로 내려갔을 때 월 판매액은 5000억원대에서 2200억~2400억원대로 반 토막 났다. 선할인을 5%로 더 낮추고 나머지를 환급으로 돌리는 개편안이 같은 길을 밟지 않을지가 관건이다.
차등 환급제와 지역별 지정 기준은 내년 1월 1일 시행된다. 수도권 골목의 환급 제외와 약국 쏠림을 어떻게 풀지는 아직 답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