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후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 자료요구가 도지사의 '비공개 일정'에까지 미치자 "대략난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9일 오후 10시 5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서 국감을 앞두고 도지사 '비공개 일정'에 대한 자료요구를 한다"며 "비공개 일정은 비밀 일정이 아니다. 도지사에게 일정 비밀이 있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 일정에는 수행원과 운전원이 동행하고, 알려진 얼굴인 만큼 어딜 가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비공개 일정 대부분은 취임 이후 각종 보고와 내부 회의였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지사는 경기도가 1420만명의 인구를 가진 전국 최대 광역도인 데다 복지 대상 인구도 많고 증가 속도 역시 빠르다며, 취임 이후 재정과 복지 부담을 집중적으로 점검해왔다고 했다. 특히 65세 이상 복지 대상 노인 인구가 매달 5만6000명씩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5년 뒤 300만명 이상 늘어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인 복지와 반도체 등 산업 인프라 투자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 대책을 어떻게 세울지 계속 검토해왔다고 했다.
그는 또 취임 당시 남은 석 달간의 민생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기존 사업이 지속 가능한지, 외부 차입 규모와 이자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실국 간부들과 계속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태 파악과 비상 대책 마련 때문에 자신이 정시 퇴근을 하지 않으면서 비서실과 정책실도 사실상 비상근무하듯 밤늦게까지 일했다고 토로했다. 외부 행사 역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부지사가 대신 참석하도록 하며 취임 100일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색이 집권당인데, 관심커녕 도지사 비공개 일정 자료요구에 대략난감"이라고 서운함도 전하며 글을 마쳤다. 현재 경기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 144명, 국민의힘 2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같은 집권당 출신 도지사가 사실상 같은 당이 장악한 도의회와 국회로부터 동시에 검증받는 구도이기도 하다.
◆'자료 요구받는 피감기관장'이 된 6선 의원
다만 추미애 지사의 푸념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의아한, 야권 입장에서는 '내로남불'이라고 직격할만한 지점도 있다.
그는 도지사가 되기 전 무려 6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6년 15대 국회에 입성한 뒤 16·18·19·20·22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오랜 기간 정부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해온 쪽에 가까웠다. 국감에서 의원들이 기관장의 일정과 업무보고, 예산집행 자료 등을 폭넓게 요구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추미애 지사가 이번에는 자료를 요구하는 쪽이 아니라 제출하는 피감기관장의 자리에서 첫 국감을 맞게 된 셈이다.
비공개 일정까지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과거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국감장에서 정부 기관장을 상대로 요구했던 자료의 범위와 얼마나 다른지 되짚어볼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국감장서 집중 질의
더구나 이번 국감에선 삼부요인인 조희대 대법원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한 뒤 이석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했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오전 약 2시간30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범여권 의원들의 집중 질의를 받았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느냐"고 묻자 조희대 대법원장은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고 반발했고,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놓고도 범여권 의원들과 거센 공방을 벌였다.
자료 요구가 실제로 과도했는지는 추미애 지사의 글만으로는 디테일하게 파악할 수 없고, 실제 제출 목록과 필요성을 따져볼 문제다. 다만 6선 의원과 법무부 장관을 거쳐 이제 피감기관장이 된 추미애 지사가 "대략난감"을 외친 장면은, 같은 국감이라도 자리가 바뀌면 체감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