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우크라엔 '초강경' 北지뢰·조롱에는 침묵?…"누구편이냐" 野 일침[금주의 정치舌전]

입력 2026-10-10 09: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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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연합뉴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연합뉴스

"북한군 포로를 송환해 준 우크라이나에는 감정싸움으로 대사를 본국 소환하는 초강경 대응을 하면서, 북한에는 철저히 비굴한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정부가 대북·외교 정책 기조의 '세계관 충돌' 아래에서 난타당하고 있다. 북한 지뢰 폭발 도발 직후 북한군 포로의 비공개 송환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 사안에 대한 정부 대응의 모순이 이른바 '약한 고리'로 떠오른 것이다.

야권이 파고드는 지점은 정부가 우크라이나와 북한을 대하는 '온도차'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국 포로와의 교환을 포기하면서까지 우리나라에 북한군 포로를 보낸 우크라이나를 향해 직접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부는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반면 이 대통령은 군이 북한 소행으로 결론내린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우크라이나와의 설전을 주도하던 이 대통령이 북한의 책임회피와 모욕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이 없다. 이 대통령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공격', '도발' 대신 '불의의·안타까운 사고'라는 표현에 그친 점 또한 국민적 의심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해당 표현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군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이후로도 표현 정정은 없었다. 정 장관은 되레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가 북한 김여정의 발뺌에 직접 동원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이 직접 "도대체 누구 편이냐"는 야권 공세에 불을 붙이는 형국이다.

◆"北·러시아가 적인가, 우크라이나가 적인가…황당한 적반하장" 野 파상공세

정부는 지난 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해 항의한 데 이어, 지난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외교부의 이번 '초강경' 조치는 이 대통령의 공개 경고로부터 불과 엿새 만에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와의 북한군 포로 비공개 송환 논란을 재언급하며 "대한민국 국민과 국가의 위신에 관한 문제로, 묵과할 수 없다"고 추가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서는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 자체를 부인한 것과 관련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고 따져물었다. 정치권에서는 외교부의 이례적 대응과 이 대통령의 공개적인 분노 표출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북한을 대하는 정부 태도를 문제삼으며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적인가, 우크라이나가 적인가"라며 "이런 황당한 적반하장이 어디 있나"라고 일갈했다.

이어 "(정부가) 적과 협력국을 거꾸로 대하고 있다"며 "북한군 포로들을 대한민국에 데려올 길까지 막는 일이 없도록 지금이라도 피아 구분 못 하는 망동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제사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 편에 서기로 했다는 시그널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한 감사 서한을 공개했다. 나 의원은 서한에서 "북한군 포로 리모 씨와 백모 씨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한국행을 허용한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의 대승적 결정을 환영하며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정부를 겨냥해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이토록 격노하며 대사 소환이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MDL 지뢰로 우리 장병을 해친 북한이나 침략국 러시아에는 말 한마디 못 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 송환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재명 정권,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간다"고 직격했다.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해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진혁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관련해 합동 현장조사 TF 최종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지뢰 가능성 매우 높다"는데도…아랑곳 않고 "불의의 사고"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 지뢰 폭발과 관련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신 우리의 장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발언했다.

이로부터 사흘 전, 합동참모본부는 중간조사 결과에서 이미 폭발 원인을 북한군 지뢰로 사실상 특정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북한' '지뢰' 등의 용어를 언급하는 대신 '불의'(不意·미처 생각하지 못한 뜻밖의 상황)라는 표현을 사용해 책임 소재를 흐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은 끝내 제3자나 쓸 법한 '불의의 사고'라는 말로 퉁치고 넘어갔다"고 쏘아붙였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날 "국군의 날인 오늘, 북한으로부터 공격당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지뢰공격을 '교통사고 취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표현에 대해 "사고로 인해 크게 다친 부상 장병을 위로하고 가족들을 격려, 위로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북한에 면죄부를 주려던 것은 아니라는 뜻인가"라고 묻자 성 수석은 "그런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조치를 엄정하게 취해 나가겠다는 생각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언급한 '철저한 조사 결과'는 사흘 뒤 나왔다. 합참은 지난 5일 국방부에서 진행한 최종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북한이 소위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빌미로 MDL 이남에 설치한 수지 반보병지뢰에 의해 MDL 이남에서 정상적인 DMZ 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장병이 큰 부상을 당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군의 최종 판단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입장이나 평가를 내지 않고 있다. 대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발표 이틀 뒤인 7일, 이번 사안을 다시 '사고'로 표현했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이번 사건을 가리켜 "안타까운 사고"라고 했다.

이에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사고냐 도발이냐"는 취지로 따져 물었다. 그러자 정 장관은 "기본적으로 지뢰 폭발 사고로 지금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도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발표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같은 날 한동훈 의원이 이를 '지뢰 공격'으로 규정했을 때도 정 장관은 "지뢰 공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비슷한 시각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도발이라고 말씀드렸다"고 답변한 것과 배치된다.

진영승 합참의장 또한 이튿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북한군 지뢰 폭발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자 도발"로 규정했다.

진 의장은 이날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합참 조사결과 발표문에 '도발'이라는 표현이 빠진 점을 지적하자 "(발표 문구에) 도발이라는 용어가 안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제가 주의 깊게 못 챙겼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제 부하가 중상을 입은 그 상황에서 도발이 아니라는 생각은 1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공격 특정 못 해" 鄭 발언, 냉큼 받은 김여정…장관 자질론 '재점화'

정 장관의 '아직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발언은 불과 하루 만에 더 큰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이를 담화에서 직접 언급하면서다.

김여정은 지난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의 관리 정동영도 이번 '지뢰폭발 사건'을 우리 공화국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우리 군의 중간조사 결과가 나온 뒤부터 이번 사건을 '서울의 자작 광대극'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해왔다.

김여정은 지난 2일 담화에서도 합참의 조사 결과 발표와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싸잡아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광대극의 절정 장면이다. 자작 광대극의 제2부가 막을 올린 것 같다"고 조롱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 장관의 발언은 김여정의 북한의 책임 부인 논리에 직접 동원돼 논란을 키웠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정동영이 어느 쪽을 돕고 있는지 이것만 봐도 명확하다"며 "북한에게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동영의 목표라면 100% 과업 완수"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같은 날 "정 장관, 이쯤 되면 탄핵돼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동훈 의원은 "북한의 지뢰공격을 공격이라 못하고 '불의의 사고'라고 스스로 왜곡한 이재명 정권이 북한의 저런 모욕적인 사실 왜곡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 장관의 발언을 "북한의 침략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해주는 알리바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할 줄 아는 것은 조공바치기, 조롱당하기, 얻어맞고도 입다물기뿐"이라고 꼬집었다.

정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대북 굴종 노선의 화신(化身), 정동영 장관부터 경질해야 한다"며 "이것은 인사권 차원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응하고, 분노한 민심을 수용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