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노벨위원회, 9일 나비 필라이 선정…국제법 질서 구축 공로 인정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인권법률가 나바네템 나비 필라이(85)가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필라이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위원회는 필라이에 대해 "탁월한 용기와 강직함을 바탕으로 더욱 포괄적인 국제법 질서 구축에 앞장서 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집단학살 범죄가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국제법 체계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고 관련 기관들이 공격받고 있는 시기"에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필라이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과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역임하고,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가자지구 독립조사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며 민간인 피해와 국제인도법 위반 문제를 조사했다.
필라이의 수상으로 남아공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5명으로 늘었다. 1993년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릭 데클레르크가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공로로 공동 수상한 이후 33년 만이다.
남아공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은 모두 인종차별에 맞선 인물들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비폭력 저항 운동을 벌인 알버트 루툴리는 1960년 남아공 출신 첫 수상자가 됐다. 그는 첫 아프리카 출신 흑인 수상자이기도 했다. 1984년에는 국민통합을 위한 비폭력 투쟁을 이어간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1993년에는 만델라와 그를 석방한 백인정부 대통령 데클레르크가 함께 수상했다. 두 사람은 다인종 민주총선에 합의해 340여 년간 지속된 소수 백인 지배를 청산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벨위원회도 "넬슨 만델라와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운 이들을 변호했던 초기 활동부터, 우리 시대의 주요 국제 재판 사건에서 판사로 활동한 경력까지 그의 삶에는 일관된 주제가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1941년 남아공 더반의 인도계 타밀족 가정에서 태어난 필라이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인종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에 맞섰다. 남아공 나탈 주에서 여성 최초로 법률 사무소를 연 인물이다.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장으로 재직하면서는 성폭력이 집단학살 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선례를 세우는 데 기여했다.
필라이는 유엔 인권최고대표 재임 중인 2014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전시 성노예 문제의 포괄적·항구적 해결에 실패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수많은 인권운동가의 투쟁으로 남아공은 1991년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했다. 그러나 여성 폭력과 강력범죄, 빈부격차 등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남아공 경찰 통계에 따르면 올해 4~6월 3개월간 남아공에서는 5천427건의 살인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약 60명이 살인으로 숨진 셈이다. 살인 사건 해결 비율은 약 10건 중 1건에 불과하다.
필라이의 수상으로 노벨평화상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여성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올해 노벨평화상에는 개인 208명, 단체 79곳 등 총 287개 후보가 추천됐다.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필라이는 특유의 유머로 반응했다. "박수를 조금만 더 치면 트럼프와 이 상을 나눠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필라이의 수상을 축하하며 평화, 정의, 국제법 분야에서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오슬로에서 열린다. 상금은 9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2억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