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명학'(在明學) 끝난 거 아니다? 李대통령 X에서 연재되는 '재명학 2편' [시사뒷담]

입력 2026-10-09 21:15:16 수정 2026-10-09 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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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X(엑스, 구 트위터) 메인
이재명 대통령 X(엑스, 구 트위터) 메인

한때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재명학'(在明學 또는 재명學이라는 식의 정치적 별칭)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2021년 대선을 앞두고서다.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소속 의원과 당원들에게 이재명 후보를 제대로 공부해 국민에게 설명하자는 취지의 '이재명 바로 알기' 릴레이 캠페인을 제안했다. 이재명 후보가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고 성남시장·경기도지사 등 지방행정 중심의 경력을 쌓아 민주당 내부에서도 그의 철학과 정책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재명 후보를 다룬 책 '인간 이재명'을 읽고 독후감을 올린 뒤 다른 3명에게 다시 추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곧 '재명학'이라고 불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나름 '트렌드'를 넘어 '열풍'이었다.

◆2021년엔 '이재명을 공부하라'…찬양 논란까지

'재명학' 열풍은 당시 꽤 큰 정치적 논쟁이 됐다.

민주당에서는 후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는 취지였지만, 야권과 일부 논객들은 특정 정치인을 당 차원에서 공부하고 독후감까지 쓰는 모습이 지나친 개인숭배처럼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아예 '재명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바로 알기'보다 '재명학'이라는 표현이 더 유명해졌다.

그리고 약 5년이 지난 지금 그 모습이 묘하게 뒤집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X(엑스, 구 트위터). AI로 생성한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과 X(엑스, 구 트위터). AI로 생성한 이미지

◆이번엔 대통령이 직접 쓴다…X에 쌓이는 정치철학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X(엑스, 구 트위터)에 상당한 양의 글을 올리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X API를 통해 집계한 결과 취임 이후 올해 10월 1일까지 이재명 대통령 계정의 게시물은 991건이었다. 지난 9월에만 129건으로 취임 후 가장 많았고,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나흘 동안 29건이 올라왔다.

내용을 보면 단순한 일정 소개나 정부 홍보에 그치지 않는 게 눈길을 끈다.

특히 검찰개혁을 둘러싸고는 "개혁을 빙자해 사심으로 인사와 수사·공소 업무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며 여권 내부 강경파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검찰개혁의 목적이 특정 정치인의 유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제도개혁이어야 한다는 논리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9일에는 한발 더 나가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급진 개혁을 내세워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적었다.

이 정도면 현안에 대한 짧은 반응이라기보다 '개혁이란 무엇인가' '권력을 가진 뒤 자기 진영의 급진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정치철학에 가까운 질문까지 건드린다.

◆부동산·균형발전·대미투자…정책 설명서 역할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X는 정책 설명서 역할도 한다.

그는 부동산 문제를 두고 단기 원인으로 서울의 공급 감소를, 중장기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과 과도한 대출·세제 구조를 지목했다. 동시에 공공 장기임대주택 공급과 행정기관·공기업 지방 이전, 균형발전 정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대미투자와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해서도 상업성과 국내 법 절차가 확인돼야 추진할 수 있다며 투자 조건과 원칙을 직접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X에는 ▷개혁의 속도와 방법 ▷당정관계와 내부 비판 ▷인사의 원칙 ▷부동산과 균형발전 ▷통상·투자 판단 기준 같은 주제가 반복적으로 쌓이고 있다.

예전 '재명학'이 다른 사람이 이재명 후보의 생각을 정리해 공부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대통령 본인이 직접 자신의 정치적 기준을 써 내려가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X(엑스, 구 트위터). AI로 생성한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과 X(엑스, 구 트위터). AI로 생성한 이미지

◆'좌아하게'까지…정책과 정치적 캐릭터가 함께 쌓인다

형식도 과거와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책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좌아하게' 같은 표현을 쓰고, 다른 사람의 글과 영상을 적극적으로 인용하며 자신의 언어와 정치적 캐릭터까지 함께 보여준다.

이런 인용은 단순한 공유 이상의 역할도 한다. 자신의 주장과 비슷한 분석이나 통계, 다른 정치인의 발언, 언론 보도 등을 함께 제시하면서 "왜 이런 판단을 하는가"에 대한 근거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짧은 X 게시물이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일종의 논증 구조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공식 연설문처럼 참모진의 검토를 여러 단계 거친 문장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표현과 반응이 거의 실시간으로 축적된다.

그래서 최근 X를 '재명학 2편'이라고 부른다면 1편과 가장 큰 차이는 이것일 수 있다.

1편의 교재는 '인간 이재명' 같은 책이었다. 2편의 교재는 대통령 본인의 X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SNS 활동이 심야에 집중된 터라 밤이면 X(엑스, 구 트위터)의 세계가 펼쳐지는 청와대를 표현한 이미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SNS 활동이 심야에 집중된 터라 밤이면 X(엑스, 구 트위터)의 세계가 펼쳐지는 청와대를 표현한 이미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당이 공부하던 '재명학'에서, 대통령이 직접 쓰는 '재명학'으로

물론 최근 X 게시물을 하나의 완성된 정치이론으로 부르기는 이르다. 현안 대응과 정책 홍보, 정치적 반박, 지지층과의 소통이 한 계정 안에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등장하는 몇 가지 원칙은 보인다. 실용을 내세우되 급진성을 경계하고, 개혁은 선명성 경쟁이 아니라 제도적 결과로 평가해야 하며, 수도권 집중과 부동산 투기를 구조적 문제로 보고, 인사와 국정에서는 '사심'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식이다.

2021년 '재명학'은 "이재명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선거 캠페인이었다. 2026년의 이른바 '재명학 2편'은 조금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이후 자신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무엇을 개혁이라고 보는지를 거의 매일 직접 적어 내려가는 과정에 가깝다.

배포 범위도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재명학'은 민주당 의원과 당원들이 후보를 공부하고 다시 유권자에게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일종의 당내 학습과 전달의 구조였다. 지금은 중간 전달자가 필요 없다. 대통령이 X에 글을 올리면 지지자뿐 아니라 반대 진영, 언론, 정치권, 일반 이용자까지 동시에 원문을 본다. 몇 시간 안에 기사와 논평, 재인용과 반박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정치 담론으로 확산된다. 실은 이 기사도 '포섭'된 맥락이다.

당시에는 민주당 사람들이 이재명을 공부했다. 지금은 국민 전체가 대통령이 직접 쓰는 '원문 교재'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는 셈이다.